한 원로의사가 법정에서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건은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이 제기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 2차 심리가 진행된 서울서부지방법원 305호 법정에서 일어났다.

의사협회 김영진 대의원은 심리가 마무리 될 무렵 방청석에서 발언권을 얻은 뒤 “모든 것이 딱 한 사람이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노 회장을 지목하고는 “사유와 절차를 이야기 하는데, 저도 환갑이고 1987년도에 명동에서 개업해 27년간 의사회 말단 상임이사부터 거의 다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의사회 임원을 오랫동안 맡아서 의사협회의 절차를 잘 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의원의 다음 발언은 다소 생뚱맞았다.

그가 노환규 회장은 최고의 ‘지성인’인 의사들의 단체에서 역사 이래로 재적대의원 2/3 이상의 참석과 재석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불신임된 최초의 회장이라고 말한 것이다.

불신임 의결 과정의 정당성을 다투고 있는 법정에서, 단지 100년이 넘는 의사협회의 역사에서 최초로 불신임 의결을 했다는 이유 만으로 다른 건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투의 오만함을 보인 것이다.

이어 김 대의원은 장동익 전 회장의 사퇴를 언급했다. 과거 장동익 전 회장이 불신임 투표에서 2/3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퇴했다고 상기시키고, 노 전 회장은 재판정에서 가처분신청을 다투는 자체를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장동익 전 회장은 국회의원 로비와 업무상 횡령이라는 개인비리로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인물이다.

때문에 자신을 불신임한 대의원총회의 의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노 전 회장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김 대의원은 “노 전 회장이 의사협회가 변호사 비용으로 3,000만원을 냈다고 지적하는데, 자기가 가처분 신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형적인 말꼬리 잡기이다. 대의원들이 불신임을 의결하지 않았다면 가처분 신청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김 대의원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의사협회는 쑥대밭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또, 노환규 회장이 의사사회를 사랑한다면 지금이라도 가처분신청을 철회해 전 의협회장으로서의 명예를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뒤를 이어 발언권을 얻은 박용언 전 기획이사는 “대정부 투쟁에서 원안대로 결과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이유로 대의원들이 불신임을 제안했다.”라면서, “지금 일반 회원들은 대의원들의 이름도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이사는 “시도회장들이 무조건 대의원이 되는 절차를 진행하고자 하는데 자신의 자리가 위험하니 불신임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이사가 발언하는 동안 분을 삭이지 못하던 김영진 대의원은 재차 발언권을 얻어 “어떻게 대의원 이름을 모르나. 각 지역에서 전부 뽑아서 올린 것이다. 국회의원 이름은 모두 아느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의사들은 이날 김 대의원의 발언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법정에서 심리를 지켜보던 방청객 다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는 김 대의원의 발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 방청객은 대의원회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 맞느냐라고 의아해 했다.

다른 방청객은 오랫동안 의사회 임원을 했다는 분이 논리도 없고 막무가내로 말한다고 나무랐다.

대의원총회의 절차만을 따지려던 재판관도 김 대의원의 발언을 보고 의사협회 대의원들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방청객도 있었다.

김 대의원의 발언이 길어지자 재판관도 짧게 이야기 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의원들은 자신의 나이와 개원 경력을 훈장처럼 밝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대의원을 20년 동안 했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사회 밖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어떻게 비쳐질 지 고민해야 한다.

김영진 대의원이 이날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언성을 높여가며 발언하지 않고, 정관이나 운영규정을 언급하거나, 불신임 의결 당시 상황을 조리있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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