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료계의 화두는 의사협회장 불신임과 사원총회다.

의사협회는 무려 20일 사이에 임시대의원총회를 두차례 개최하는 초유를 사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정기대의원총회를 일주일 남겨둔 시점이어서 더 놀랍다. 이 난국을 타개할 묘책은 없을까.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협회장 불신임과 사원총회 과정을 들여다 보자.

대의원회는 지난해 11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올해 3월까지 이어진 대정부 투쟁과정에서 노환규 회장의 독선으로 투쟁 동력과 투쟁체가 붕괴됐다고 판단하고, 지난 3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노환규 회장을 배제한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노환규 회장은 자신이 비대위에서 배제되자, 민의를 반영하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대의원들 때문에 제대로 된 투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사원총회 개최를 선언했다.

그러자 한 대의원이 사원총회를 저지해야 한다며 대의원들로부터 협회장 불신임 동의서를 받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했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노환규 회장 불신임 만을 안건으로 다룬다.

이에 질세라 노환규 회장은 회원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

노 회장은 16일 오전 10시부터 19일 오후 3시까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투표 문항은 ‘회장에 대한 평가’, ‘오는 4월 19일 대의원회가 의결할 예정인 노환규 회장에 대한 불신임에 대한 의견’, ‘회원투표 및 회원총회에 대한 의견’ 등 세 건이다.

노 회장은 이번 투표에서 자신에 대한 불신임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임시총회에서 자신의 불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불복하고 소송을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북의사회를 필두로 시도의사회에서 나섰다. 의사회 사무국은 전체 회원에게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회원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현재 협회장 불신임과 사원총회 진행과정이다.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시도의사회가 합류한 모양새다.

노 회장은 회원투표 및 회원총회의 필요성에 대해 대의원들이 민의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또, 지역의사회가 중앙집행부의 지시를 받아 회무를 수행하는 역할보다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의원직을 겸임하면서 중앙집행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강화해 왔다며 이러한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 회장이 지적한 문제점은 시도의사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서에서 잘 드러난다.

전북의사회는 회장 명의의 대회원 서신에서 “지역의사회비의 중앙으로 직접납부는 지방의사회를 무력화해 의협의 회무를 견제하지 못하게 하려는 참으로 한심한 시도이다.”라고 지적했다.

전북의사회장은 지역의사회가 중앙의사회 회무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당연시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회무를 견제해야 하는 것은 대의원회이지 지방의사회가 아니다.

의사협회 정관에는 중앙회장과 지역회장과의 관계를 명확히하고 있다. 의협 정관 제64조제1항은 회원의 여론을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고 회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중앙회 회장과 각 시도지부의 의사회장으로 구성하는 시도의사회장회의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시도의사회장회의는 중앙회 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개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협 정관은 시도의사회의 역할에 대해 의협산하 지부로서 중앙회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협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도의사회장단은 매월 회의를 갖는다. 짝수달은 의협회장의 주재로 열리고, 홀수달은 지역을 돌며 해당 지역의사회장이 개최한다. 과거 중앙회장의 요구로 불정기적으로 열리던 시도의사회장단회의가 전임 집행부에서 정기모임으로 정례화 됐다고 한다.

지역의사회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협의회로 통칭한다. 그동안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사협회장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수차례 발표하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부의 책임자 모임인 시도의사회장단이 중앙회장을 비판하는 비상식적인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그 이유는 시도의사회장들이 중앙대의원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도회장 대다수는 중앙회장의 지시를 받아 회무를 수행하는 지부의 책임자인 동시에 중앙회장을 견제하는 대의원이다.

때문에 시도의사회가 ‘지방의사회가 중앙회를 견제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상식적인 내용의 문구를 회원들에게 떳떳하게 보내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노환규 회장이 사원총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대의원 직선제와 시도임원의 대의원 겸임 금지를 회원들에게 묻기 위해서다.

노 회장은 대의원 직선제와 시도임원의 대의원 겸임 금지 안건을 대의원회가 집행부와 공동으로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하는데 동의하면 사원총회를 철회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 제안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선택은 대의원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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