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진료 중 성희롱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이 빈번히 일어나는 진료과목이나 해결방안에 대해 시각 차를 보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위원장 현병철)가 17일 오후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진료과정의 성희롱 예방기준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최근 5년간 의료기관을 이용한 성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18명(11.8%)이 성희롱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이 성적 불쾌감을 가장 많이 느낀 진료과목ㆍ진료기관 1위는 이용빈도가 높고 가슴과 배 부위 촉진이 빈번한 내과(50.8%)였다. 그 다음으로 산부인과(45.8%)가 2위, 정형외과(24.6%)와 한의원(21.2%)이 3위와 4위로 조사됐다.

반면,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이 의사 135명과 한의사 65명 등 의료인 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희롱 등의 상황이 가장 잦게 발생할 것 같은 진료과목으로 산부인과, 비뇨기과, 성형외과 등 순으로 꼽아 환자들의 인식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의사들은 또, 가장 빈번한 성희롱 상황으로 ‘환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진찰을 할 때 학생 등 제3자를 참관시키는 것’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의료인들이 생각하기에 자주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상황과 의료기관 이용자들이 실제 자주 경험한 상황에 차이가 존재한다.”라며, “이는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두 집단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인식 및 판단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설문조사 전 의사들과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 대부분 의사들은 자신들에게 더 높은 윤리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히 소수 의사들 제외하고 실제로 성희롱이나 성폭력까지 일어나는 경우는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계속 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은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진료와 관련해 필수 불가결한 검사에 대해 의사들의 설명 부족이나 의사-환자 간 의사소통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의사들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의사소통 부족을 꼽았기 때문에 해결방안도 상호간 교육, 의사소통 등을 선호하는 결과가 도출됐다.”라고 전했다.

김정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객원연구원 역시 복통으로 내원한 여 환자에게 의사가 최근 성관계 등의 질문 등을 하는 것에 대해 환자의 40%는 성희롱으로 생각하지만, 의사는 9%만 성희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진료와 관련된 질문이라도 환자에게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혜 연구원은 진료과정 성희롱 규제를 위한 대안으로 ▲윤리ㆍ징계 규정 마련 ▲윤리 교육 강화 ▲진료 지침 마련 ▲정부의 정기적 실태조사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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