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 정인석 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8시 20분부터 9시 10분까지 약 50분 동안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 의사들의 투쟁은 끝난 게 아니라 더 강력하게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기 위해 달려왔다고 한다. 이날 시위를 위해 부산에서 오전 4시에 출발했다는 정 대표를 현장에서 만나 봤다.

 
 
장영식 기자: 오늘 부산에서 올라오셨는데요, 먼길을 달려와 1인 시위에 나선 취지를 설명해 주세요.

정인석 대표: 투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내부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과 보건복지부에 각인시키려고 왔습니다.

장영식 기자: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협의안대로 수정하지 않고 진행한 것도 큰 이유죠?

정인석 대표: 원격의료의 경우, 협의안대로 문구를 바꾸지 않고, 당초 입안하려던 문구 그대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 문제 하나만 봐도 복지부는 협상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마음대로 하겠다고 선전포고한 겁니다. 이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서 이 자리에 선 겁니다. 무엇보다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는 원래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장영식 기자: 협의안을 파기하자는 입장이신가요?

정인석 대표: 협의안 자체를 파기하고 투쟁을 다시 하자는 겁니다. 원격의료의 경우, 복지부 안은 입안을 먼저하고 시범사업을 하자는 안이었지만, 협의안은 입안 전에 시범사업을 먼저하고 입안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복지부가 협의안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협의 자체를 정부가 스스로 파기한 것이에요. 현재 상황은 의료계가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장영식 기자: 협의안을 파기하고 투쟁에 나서라는 이야기인데, 의협 내부 문제가 복잡합니다. 사원총회와 협회장 탄핵안이 맞물려 있어요. 대표님은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의 충돌을 어떻게 보시나요?

정인석 대표: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는 투쟁은 뒷전이고 힘겨루기에만 열중하고 있습니다. 투쟁을 유보한 것이지 접은 게 아닙니다.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가 일반회원의 뜻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요. 특히 대의원회는 임시총회를 열고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해놓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노환규 회장은 본인이 비대위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로 대의원회 해산을 위한 사원총회 열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외부의 적을 그대로 둔 채 내부 힘을 고갈시켜서 더 이상 투쟁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게 하는 행위입니다. 내부의 힘을 빼지 말고 힘을 모아서 다시 가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사원총회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정인석 대표: 그렇습니다. 지금은 우리 목을 죄어오는 정부와 투쟁을 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요. 물론 내부 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부 개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노환규 회장은 내부개혁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투쟁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정인석 대표: 이번 투쟁에서 지난 3월 10일 하루 휴진 후 후속 투쟁이 중단된 이유는 10일 휴진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노화규 회장도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의사들은 지난해 12월 여의도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었고, 지난 1월에는 파업을 위한 총파업 출정식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이후 두 달 동안 준비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때는 시도마다 총회도 열었고, 반모임도 수시로 개최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어요. 무엇을 위해 파업을 하는지도 회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협 집행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거죠?

정인석 대표: 무조건 시도의사회장 탓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서로 화합하지 않은 양쪽 모두의 잘못이에요. 다 떠나서 의협 집행부가 정말 투쟁을 성공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투쟁을 한 번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장영식 기자: 오늘 준비해 온 피켓을 보면 ‘화병 나서 쉰 하루, 보름 동안 영업정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복지부가 지난 10일 휴진에 참여한 의원을 처벌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하죠. 행정처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인석 대표: 업무개시명령 문서 자체도 잘못됐고, 국민들에게 해악을 안겨준 것도 아닌데 괘씸죄를 적용해서 행정처분 하려는 것은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요. 이것은 어찌 보면 제대로 힘을 모아 파업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 큽니다. 만약이지만 의사들이 90% 이상 참여했다면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하려고 했을까요?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은 더 이상 파업하지 못하게 하려고 겁박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당하고 있지 만은 않을 겁니다.

장영식 기자: 대비책은 마련해 두었나요?

정인석 대표: 행정처분 받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중입니다 소송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하겠다는 건가요?

정인석 대표: 그렇습니다. 처벌 자체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주장입니다. 애초에 업무개시명령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절차의 적법성을 따질 겁니다. 의협에도 휴진 투쟁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회원을 보호하라고 촉구할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사원총회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모 대의원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요구한 노환규 회장 불신임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정인석 대표: 말도 안 됩니다. 대의원회에서 투쟁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노환규 회장이 주도한 투쟁에 어떤 식으로 협조했는지 돌아보고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의원회에 속해있는 시도의사회장들은 집행부입니다. 의사회장들이 집행부이면서 대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장영식 기자: 휴진을 하지 않은 시도회장들도 있죠?

정인석 대표: 맞습니다. 시도의사회장들도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이 있어요. 적극적으로 휴진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회장을 탄핵한다는 것은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아요. 자신들이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면서 투쟁을 잘못 이끌었다는 이유로 협회장을 내몰려고 하다니요.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스스로 대의원회를 해산해야 할 상황이에요. 무조건 실패한 투쟁을 했다는 식으로 회장만을 탄핵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장영식 기자: 대표님은 사원총회는 필요한데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지금 집행부와 대의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정인석 대표: 대의원회는 새로 비대위를 구성해서 투쟁을 하기로 했으니 그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입니다. 집행부는 새 비대위에 적극 협조해야죠. 각 직역을 아우르는 투쟁체를 신속히 만들어야 해요. 투쟁할 능력이 안 되는 분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합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협회장만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은 안됩니다.

 
 
장영식 기자: 너무 내부 이야기만 한 것 같네요. 정부를 향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인석 대표: 정부는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경제논리에 집착해서 의료문제를 풀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나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원격의료, 영리자회사, IT 융합사업 등은 의료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와 복지부는 의정협의를 두차례 진행했고, 각각 협의안을 발표했었는데요. 1차 협의안과 2차 협의안에 대해 평가한다면요?

정인석 대표: 1차 협의안과 2차 협의안은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원격의료나 영리자회사 부분은 별 차이가 없어요. 다만, 의료정책 및 건강보험제도 개선의 경우 기간을 확실하게 정해놓았다는 점은 차이가 있죠. 하지만 의사협회와 복지부가 아무리 확실하게 도장을 찍고 기간을 명시해도, 어차피 국회에서 법리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건정심 구조 변경이 대표적인 예라고 보시면 됩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의료계 리더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정인석 대표: 지금까지는 서로를 믿지 못해 서로 척을 졌습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적이 나타나면 힘을 모아 이겨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적인 감정은 제쳐두고 회원을 위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힘을 합쳐서 투쟁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양측이 싸움을 계속하면 투쟁은 물 건너 갈 것이고, 결국 회원들은 패배의식을 갖게 될 겁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 한번 생기면 앞으로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하나로 뭉치기 힘들 겁니다. 노환규 회장과 대의원회의 올바른 판단을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결론은 지금은 단결해야 할 때라는 거군요?

정인석 대표: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늘 올라오면서 에피소드가 있는데 한다미만 더 할게요. 구미지역을 지날 때 타이어가 펑크나서 큰 사고가 날뻔 했어요.

장영식 기자: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거군요.

정인석 대표: 도로 위에 주먹만한 돌덩이가 여러개 있더라고요. 하마터면 오늘 1인 시위를 못할 뻔 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도로 위 돌덩이들이 국민 건강을 가로막고 있는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해 보면 주먹만한 돌덩이일 뿐이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죠. 어쨌든 그 돌덩이를 밟고도 제가 무사히 이 자리에 섰으니, 의사들이 결국은 의료정책과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하고, 이겨낼 거라는 확신을 가져봅니다.

장영식 기자: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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