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검진과 진단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시끄럽다. 암 전문의 8인이 현재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검진과 이에 따른 진단이 과다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관련학회의 반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보건당국은 문제를 인식해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치료시기를 놓친 환자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갑상선암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8인의 의사연대 “갑상선암 과다검진 중단해야”
논란의 포문은 김소영(예방의학전문의), 박종혁(충북대), 서홍관(국립암센터), 성지동(성균관대), 신상원(고려대), 안형식(고려대), 이재호(가톨릭대), 홍영준(원자력병원) 등 8인의 의사들로 구성된 ‘갑상선암 과다 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가 열었다.

의사연대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와 갑상선암 과다진단을 멈춰야 한다.”라며, 정부에 이 같은 현상이 의료정책에서 기인한 것임을 인식하고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연대에 따르면, 1986년 인구 10만명 당 남녀 각각 0.8명과 3.9명이던 갑상선암 발병률은 2011년 인구 10만명 당 81명으로 30배 정도 늘었다.

이는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으며, 영국보다는 무려 17.5배나 많은 수치다. 또한 2000년 이후 국내 갑상선암 연평균 증가율은 무려 23.7%로, 전체 암 평균 증가율(3.6%)의 7배나 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 갑상선암 환자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의사연대는 "이런 갑상선 암 환자 증가현상이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는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원인을 밝히지도,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강조하면서 갑상선암 증가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갑상선암 조기 진단은 증가했지만, 갑상선암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30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갑상선암 증가의 대부분이 과도한 건강검진에 의한 과다진단이 이유라는 것을 입증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연대는 “의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중단해야 한다.”라며, “의사의 조언 없이 이뤄지는 건강검진이 불필요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져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만큼, 국가는 이 사실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갑상선학회 반박…“환자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학회도 반박에 나섰다. 정재훈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은 지난 3일 ‘갑상선암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 논란에 대한 대한갑상선학회의 입장’을 통해 의사연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재훈 이사장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고화질의 초음파기기가 갑상선종양의 진단에 적용돼 1cm 이하의 작은 갑상선 유두암이 조기 진단됐기 때문이며,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급증하는 이유는 쉽게 병원을 방문해 큰 돈 들이지 않고 원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또한, 지난 2002년 이후 모든 병원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넣어 갑상선암의 조기진단이 급증한 것과, 민간보험과 관련돼 진단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욕구, 진료권고안이 법적인 보호막이 되지 못하므로 실제 진료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함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정 이사장은 “그러나 이러한 조기진단만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미국의 국가암통계자료를 보면 1cm 이하의 미세유두암의 증가도 있었지만, 1~2cm 이상의 큰 갑상선암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세 미만의 소아 및 청소년층에서도 갑상선암이 최근 10년간 약 2.3배 증가했는데, 이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일상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연령층은 아니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최근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갑상선암 발생에 환경적 인자보다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갑상선암에 쉽게 이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요오드의 과다섭취, CT나 PET 검사 등과 같은 의학적 방사선 피폭의 증가, 비만인구의 증가 등이 일부 갑상선암 발생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적인 후보인자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1cm를 넘는 암은 사망률과 재발률을 의미 있게 낮추기 위해 갑상선절제술을 해야 하며, 0.5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직경 0.6cm와 1cm 사이 종양의 경우가 애매하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30년 이상의 장기간 연구결과 재발률을 낮추게 되고, 암의 크기가 0.6~0.8 cm 이상에서 원격전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경과관찰보다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라며, “이러한 경우 미국갑상선학회에서도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이라는 표현에 대해 “먼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물론 미분화암처럼 진단 후 3~6개월 이내에 90% 이상이 속수무책으로 사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소위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한다.”라고 반박했다.

즉,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최소 10~30년 이상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이사장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갑상선암의 자연적 경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암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갑상선암을 바라본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더욱 최근에 문제가 되는 1 cm 이하의 작은 암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가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은 너무 이르고, 앞으로 최소 10년 후에나 판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갑상선암만 치료하라’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다. 암이 매우 커서 주위 장기를 압박하거나, 크기에 관계없이 주위 조직으로 진행된 경우에야 증상이 나타난다.”라고 반박했다.

정 이사장은 “암이 여러 장기로 원격 전이되는 경우 전이 장소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이미 암은 많이 진행돼 완치 목적의 치료를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갑상선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서 촉진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 cm 이상의 갑상선종양도 의사의 촉진만으로는 절반도 발견할 수 없으며, 초음파검사로 발견되는 갑상선종양의 약 15%만 숙련된 의사가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의 이득을 보게 될 상당수 환자들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면서,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당하는 피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정 이사장은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라는 기록은 확실히 불명예스러운 일이고, 이는 우리나라의 뒤틀어진 의료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어 우리 모두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라면서도,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진다면 이는 더 나쁜 해악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대한갑상선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시행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유용성’에 관한 공동연구에서 이와 관련한 1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갑상선암의 초음파 선별검사를 권고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지은 사실을 상기 시켰다.

정 이사장은 “개인이 자기 돈을 내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일종의 기본권이며, 이를 어느 누구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비판 할 수는 없다.”라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이다. 만약 갑상선종양이 발견됐다면 지금까지 입증된 자료에 근거해 제시된 진료지침에 따라서 환자를 치료하면 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치료 계획은 각 개인의 의학적 상태, 동반 질환의 유무, 정확한 진행 상태 파악 및 기대 여명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제 논리가 아닌 순수한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수립돼야 한다.”라면서, “의료 행위는 효율의 문제가 아닌 환자의 생명과 안위만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라고 덧붙였다.

▽놀란 정부, 즉각 가이드라인 발표 계획 밝혀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보건당국은 즉각 반응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3일 갑상선암 조기검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국립암센터에 의뢰했으며, 오는 6월 경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심포지엄을 마련, 평가와 검증과정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에는 멍울 등 갑상선암 증상이 없는 사람은 미리 암 초음파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갑상선 초음파의 효과를 다룬 국내외 논문들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검사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 검진을 권고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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