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30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대의원들은 오는 4월 15일까지 30명 이내로 비상대책위원을 구성하고. 노환규 의협회장의 비상대책위원회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대의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재정에 관한 사항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했다.

논란이 된 원격의료 원천반대 여부도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이날 대의원들이 내린 결론을 보면 임시총회가 열린 이유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임시총회는 정부와 약 2개월간 진행한 의정협의 과정을 짚어보고, 필요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기 위해 소집됐다.

대의원들이 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노환규 회장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그 동안의 의정협의 결과를 실패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은 의정협의 결과를 실패로 평가하는 근거로 원격의료 양보를 내세운다. 실제로 2차 의정협의의 산물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이날 대의원 다수는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2차 의정협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의결하고, 새 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면 된다. 이후 비대위가 구성되면 대정부 투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실제로 일부 대의원은 2차 의정협의 결과를 거부하는 안을 표결하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의원회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않았다. 2차 의정협의안을 실패로 규정해 놓고도 협의안 진행 여부는 차기 비대위에 위임했다.

이는 새 비대위가 2차 의정협의 결과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의사협회에 따르면 2차 의정협의안은 38개 항으로 분류된다.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그 중 하나의 안이다.

원격의료 원천 반대는 2차 의정협의의 파기를 의미한다. 의사협회가 협의안의 일부 사안을 깨면서 복지부에게는 다른 안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올해 9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진료의뢰 및 회송제도 정비안이나, 올해 12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의원 개설 시 지역의사회를 경유하도록 하는 규정은 물 건너 가게 된다.

또한,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 병원협회가 각각 동수로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도 없던 일이 된다.

게다가 복지부는 일명 PA라고 불리는 의사보조인력의 합법화를 의사협회 및 전공의협의회와 사전협의 없이 재추진하지 않기로 한 협의안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과연 지난 3월 10일 휴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전공의들이 이를 용인할까?

특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의 경우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될 수 있다.

건정심 구조 개선은 공익위원 추천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부가 건정심을 구성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구조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대의원들은 임시총회에서 2차 의정협의안 원천 무효 안을 표결했어야 했다.

원천 무효 의견이 많으면 새 비대위에서 새 인물을 내세워 투쟁에 나서면 되고, 의정협의안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으면 2차 협의를 주도한 노환규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 비대위를 꾸려 정부가 협의안을 지키는 지 감시하면 된다. 협상 당사자가 매듭짓게 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회원설득도 가능하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는 4월 중 새로 뽑히는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원격의료 원천 반대 및 2차 의정협의안 무효를 선언하는 지 지켜보자.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