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틀간 의사들 사이에서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 개선을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2차 의ㆍ정협의에서 건정심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일부에서 공익위원 8명을 동수로 추천하는 게 아니라, 공익위원 중 정부위원 4명을 제외한 4명의 공익위원만 동수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즉, 공익위원의 비율이 6대2가 되느냐, 4대4가 되느냐의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7일 복지부가 공개한 2차 의ㆍ정협의문을 보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이라는 문구가 명확히 기재돼 있다.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한다는 표현만 있을 뿐 어디에도 정부위원 4명을 제외한다는 표현은 없다.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익명의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 때문이다.

이 복지부 관계자는 한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인사를 제외한 4명만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기로 했다. 공익위원 전체를 동수로 추천하기로 합의한 적은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의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노환규 회장이 복지부에 속았다거나, 회원들을 속였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익명의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에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19일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험정책과장은 복수의 기자와 만나 의사협회의 해석이 맞다고 발언했다. 공익위원의 동수 추천 원칙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전병왕 과장은 1차 의ㆍ정협의와 2차 의ㆍ정협의에 모두 참여한 인물이다.

의ㆍ정협의에 직접 참여한 전 과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공익위원 논란이 사그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이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중재역할을 맡는데는 의사협회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의사들은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건정심 구조 개선은 수 년간 의사들이 요구해 온 사안이다. 감사원에서 조차 10여년 전 건정심의 구조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하며 개선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꿈쩍하지 않았다. 개선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개선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았다.

결국 정부가 노환규 집행부에 와서야 건정심 구조의 불합리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건정심이 구성되고 첫 회의를 한 지 어언 12년 하고도 3개월 만의 일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부입법을 통해 구조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이든지 한 번에 만족하거나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건정심 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첫술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정부가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눈을 떼지 말자.

첫술에 밥한공기를 밀어넣으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체하기 밖에 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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