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한의사 면허 없이 침구시술과 자기요법 등의 대체의학 시술을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침구사 등 대체의학 시술자들은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재판관 전원 일치의견으로 합헌결정이 났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결정은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내용상 ‘위헌’ 결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같은 목소리들이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강성천ㆍ김춘진ㆍ박주선 의원 주최로 개최된 ‘무면허 의료행위 헌재판결의 의미와 과제’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헌재판결 당시 ‘침뜸’쪽 변론을 담당했던 황종국 변호사는 이날 발제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온 것이 침과 뜸이다”며, “발명이나 개발한 것도 아닌 우리가 해온 것을 6년제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만 하게 한다는 것은 민족문화에 대한 모독”이라고 헌재판결에 대한 지적을 했다.

황 변호사는 또 “헌재가 이번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면서 당장의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떠넘기는 교묘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위헌제청이 주창한 핵심적 문제는 현실적으로 의사ㆍ한의사가 고치지 못하고 포기한 수많은 환자들과 돈이 없어 의사ㆍ한의사에게 갈 형편이 안 되는 의료극빈자들에 대한 것인데, 국가가 이에 대한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처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황 변호사의 발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MBC 신재원 의료전문기자는 패널토론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한해 발생하는 암 환자는 10만명이 넘는데 이중 의사들이 포기한 암 환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냐”면서, “또 심장병과 뇌졸중 환자도 그 정도 되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민간의술로 간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신 기자는 이어 “제도권 의술이 60%의 암치료율을 가지고 있다면 민간의술은 치료율이 얼마나 되나”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지, 제도권 의학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국가의 후견을 받으려면 기존의 치료법과 통계 등 모든 시술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엉터리 치료를 했을 때와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어야 효과가 인정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의학과 한의학에 한정된 의료체계를 유지해 온 것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체의학 제도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는 “대체의학 제도화는 단순히 대체의학 시술자를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주체적 건강관리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의료인 지원 중심의 의료정책에서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기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생긴만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일부 공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 한의학정책과 송재찬 과장은 “보완대체의학 중 일부를 제도권 의학으로 흡수하는 문제는 의료체계의 변화와 여러 갈등요소가 내재돼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일부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의견 등을 감안해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개념정의, 현황조사 및 제도화에 따른 파급효과, 외국의 현황 등에 대해 연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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