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가 예고한대로 10일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아무런 명분도 없고,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참여율을 보면 의협은 의원 49%가 참여했다고 주장했고, 복지부는 의원 21%가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개원의의 참여가 다소 낮았다는 평가와 각자가 경영자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낮은 참여율이 아니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또, 예상과 달리 다수 전공의가 참여해 의사협회는 한껏 고무됐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현장을 둘러봤다.

참여율 본지 39%ㆍ의협 49%ㆍ복지부 21%
먼저 가장 눈길을 끈 휴진 참여율을 보자. 헬스포커스뉴스가 10일 서울 시내 의원 97곳을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 38곳(39.17%)이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 10곳 중 4곳이 집단 휴진에 참여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 시내 7개 구에서 무작위로 실시했으며, 문을 연 곳은 직원에게 물어 휴진 여부를 확인했다.

오전 또는 오후만 진료를 한 경우나, 의원 문은 열었지만 직원만 출근한 경우도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계산했다.

구별 집단휴진 참여 유무를 보면 ▲관악 10곳 중 8곳 진료, 2곳 휴진 ▲구로구 10곳 중 7곳 진료, 3곳 휴진 ▲금천구10곳 중 6곳 진료, 4곳 휴진 ▲동작구 23곳 중 13곳 진료, 10곳 휴진 ▲서초구 19곳 중 14곳 진료, 5곳 휴진 ▲영등포구 10곳 중 7곳 진료, 3곳 휴진 ▲용산구 15곳 중 4곳 진료, 11곳 휴진 등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총파업 참여율에 대해 서로 다른 집계결과를 공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후 6시 집계결과, 2만 8,428곳 중 1만 3,951곳이 휴진에 참여해 49.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오전 진료만 하는 등 단축진료를 실시한 회원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참여율은 60%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오후 7시 집계결과, 휴진 참여율은 2만 8,660곳 중 5,991곳이 참여해 휴진율 2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의사협회와 복지부가 파업 참여율에 격차를 보이는 것은 처방전 발행여부, 단축진료 등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집단휴진 불참 의사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날 정상적으로 진료를 한 의사들에게 집단휴진 소식을 알고 있는지와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의사들은 대부분 답변을 꺼렸다.

관악구 A 내과원장의 경우 기자라고 밝히고 휴진 불참이유를 물었지만 “의사협회 휴진과 관련해 오늘만 기자가 5명이나 찾아 왔었다.”라면서, “그 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라고 말했다.

같은 구 Y 피부과원장의 경우 매우 불쾌해 하며 “나가 달라.”고 말해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금천구 S 이비인후과원장은 “휴무 방침을 잘 알고 있고, 오후에 휴진할 예정이다.”라며, “예약 환자가 있어서 오전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초구 K 내과원장은 “의협에서 파업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환자가 있어서 진료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K 원장은 다른 병원들이 휴진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자 “꼭 대답해야 하느냐.”라고 퉁명스럽게 말한 뒤, “환자가 있어서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라고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환자들 반응 “불편하다”ㆍ“문 연 의사에 감사”
이날 문은 열었지만 의사가 출근하지 않은 동작구 H 마취통증의학과에서 60대로 보이는 노인이 간호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 노인환자는 “왜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지 않느냐.”라고 따졌고, 간호사는 “오늘은 의원뿐만 아니라 대부분 병원도 쉬기로 결정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수 차례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 보였다.

같은 건물 S 이비인후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문만 열어 놓은 채 간호사가 대기중인 이 곳에서도 20대 여성이 다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이 젊은 여성은 병원문을 나서면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에 전화를 걸더니 “헛걸음을 했다. 짜증난다.”라고 푸념했다.

영등포구 소재 의원에서 순번을 기다리던 60대 노인환자는 “뉴스에서 병원 문을 닫을 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평소 다니던 동네 의원에 와보니 문을 열어서 다행이다.”라며, “의사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환자들이 아픈데 의사가 진료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의원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아이가 아파 아침부터 병원에 왔는데 문을 열어 다행이다.”라며, “환자들은 믿고 의지할 곳이 병원 밖에 없다. 파업할 계획이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의사들이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하나 같이 불편을 호소했다. 누구도 의사들이 집단휴진에 나선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고,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가정의학과 여의사, 무엇이 불안했을까
용산구 소재 가정의학과의원 앞에서 한 여의사를 만났다.

병원 정문에는 수도 공사를 위해 진료를 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의료바로세우기 투쟁에 동참해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수도 공사를 위해 휴진을 하면서도 무엇이 불안해서 오후 늦게 병원을 다시 찾은 걸까.

이 여의사는 “내부 사정으로 수도공사를 한 것은 사실이고, 오래 전에 미리 예약해 뒀다.”라고 말했다.

이 여의사는 “이미 보건소에 내부 공사로 휴진하겠다고 말해 뒀고, 직원 두 명도 모두 쉬게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혹시 업무명령개시 안내문이 붙어있지 않을까 확인하러 왔다.”라면서, 병원 정문에 보건소에서 붙여놓은 안내문이 없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통령이 원칙대로 하겠다고 하는데 무엇이 원칙인지 모르겠다.”라며, “잘못된 의료제도를 고쳐야 하지 않나. 우리가 왜 휴진에 나섰는지를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공의들, 악조건 속에서 불씨 살리다
10일 전면휴진 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오는 24일로 예정된 전면 총파업이 가까워질수록 여론의 향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도 있고, 정부가 10일 휴진에 참여한 의사들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전면 총파업까지 투쟁 동력이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일부 시도이사회장과 대의원의장들이 집단휴진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휴진을 감행한 일반 회원들의 민심이반도 우려된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10일 휴진에 다수 전공의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10일 휴진은 불참하되,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하는 전면 총파업에 참여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던 전공의들은 지난 8일 열린 전공의대표회의에서 10일부터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10일 약 7,200여명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섰고, 이중 1,600여명은 의협회관을 찾아 정보를 공유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들은 “우리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선배들이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노환규 회장은 이들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때마침 이날 휴진에 합류하지 않은 채 병원을 지킨 서울대병원 전공의들도 밤 늦게 의국장 회의를 열고, 앞으로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에 동참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예상과 달리 전공의들을 등에 업은 의사협회가 여러 악조건을 뚫고 목표로 하는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를 막고,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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