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8일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협의한 내용을 발표하긴 했지만, 크게 원격의료의 공을 국회에 넘긴다는 데서 그쳤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앞장 서서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정책을 살펴보면 뭔가 어긋난 느낌이 든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원격의료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근거로 전한 사례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관리와 오지에 있는 분들의 의료혜택 서비스의 접근성과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문 앞에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훤히 보이는데 규제와 법에 가로막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와 오지에 있는 환자들의 의료 혜택 서비스는 충분히 높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들을 휴대폰으로 진료하고 처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 여당 모두 적극적인 해명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열린 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히 많이 활용되고 있고 그런 의료 시장이 너무 넓어서 굉장한 시장을 앞에 두고 있는데, 우리는 IT 인프라가 잘 깔려있는 나라임에도 그것을 원격의료, 진료라든가 이런 데 충분히 활용을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 역시 현행법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원격의료’의 범위와 내용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것은 대면진료를 대신하는 휴대폰 ‘원격진료’인 것인데, 포괄적인 의미의 ‘원격의료’를 못 하고 있는 것처럼 모호하게 발언한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날 “다른 나라에서는 상당히 많이 활용되고 있고, 그런 의료시장이 매우 넓어 굉장한 시장을 앞에 두고 있다.”라며, “우리를 앞서가면서 그것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불편한 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그렇게 활성화 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우리가 보고 그런 오해나 불안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말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는 지리적 특성상 의료기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일부 특수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임에도 우리나라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오해에 대해 의협은 복지부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거나 축소ㆍ은폐해 보고했기 때문인 것으로 유추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원격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의 상당 부분은 ‘원격의료’와 ‘원격진료’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각각의 입장에서 주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료들은 이 같은 혼란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느낌까지 든다. 이제라도 청와대 참모진과 복지부 담당자들은 용어의 통일과 정리를 명확히 하고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해야 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최근 열린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국무위원이나 청와대 참모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을 제대로 못 보고, 지시사항 받아 적기 바쁘다고 한다. 과연 누가 박근혜 정부에서 건전한 견제세력 역할을 하겠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나라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정부 관료들은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자질과 용어 정리라는 소통의 기본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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