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제약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CJ제일제당의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적발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이두봉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지난 10일 CJ제일제당이 의사 및 의료관계인들에게 33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수사반은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CJ제일제당 강모 대표와 지모 상무, 의사 12명 등 모두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의사협회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에서, 원격의료와 영리 자회사 반대, 의료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정부와 협상 중이다. 이번 수사 결과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수사 발표시기를 조정하진 않았겠지만, 미묘한 시점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부터 검찰의 리베이트 관련 수사결과 발표시기가 정부 정책에 반대를 표명하는 의료계와 제약계의 입장 발표시기와 유사한 경향을 보여 흥미롭다.

▽동아제약 리베이트와 처방전 2매 의무화 반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지난 2013년 1월 10일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수사반은 자사 의약품 납품을 대가로 전국 병ㆍ의원에 48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으로 동아제약 허모 전무와 정모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

또한, 같은 혐의로 동아제약의 유모 이사와 박모 전 상무, 김모 부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동아제약 법인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4일이 지난 1월 14일 수사반은 다시 한 번 수사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그러나 내용은 이미 발표한 수사결과와 동일했다.

수사반의 동아제약 리베이트 적발 관련 보도자료 배포일보다 6일 전인 2013년 1월 8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보건복지부에 처방전 2매 발행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의료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의사나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약국제출용과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함께 내주도록 법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사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처방전 2매 발행 강제 의무화가 시행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며, 환자의 알권리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법 일부개정안은 여야가 지난 2월 3일부터 한 달간 열기로 잠정 합의한 임시국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있다.

▽동화약품 리베이트와 원격의료법 개정안 반대서명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0일 전국 1,125개 병ㆍ의원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동화약품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8억 9,8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년 동안 메녹틸, 이토피드, 돈페질 등 13개 품목을 처방하는 병ㆍ의원에 그 대가로 랜딩비 명목의 판촉예산을 할당했다. 또한 제품설명회, RTM, 자문료 등의 예산을 편성해 리베이트를 지급했다.

한편, 공정위가 동화약품의 리베이트 적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하루 전인 2013년 11월 19일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협회를 포함한 16개과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행위는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문진, 후진 등의 진찰행위가 필수 불가결하다며, 원격의료가 이를 대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격의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이는 의사 접근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국가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협회 비대위의 경우, 전국 시군구 비상총회, 전국의사대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계의 단결된 힘을 보여줌으로써 대정부 투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삼일제약 리베이트와 의협 비대위의 전국의사궐기대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12월 13일, 2009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병ㆍ의원 의사 등에게 총 23억원 상당의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삼일제약에게 시정명령과 총 3억 3,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법인 및 영업본부장을 각각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일제약은 라니디엠(Lanidiem) 등 신규출시 의약품 처방처 확대 및 판매촉진을 위해 제품 설명회(GD), 의국행사 지원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공정위는 13일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사에 16일 조간부터 보도해달라 요청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배포 요청을 한 16일보다 하루 앞선 2013년 12월 15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허용 등 잘못된 의료제도를 강행할 경우 ‘의료 중단’을 포함한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전국의사궐기대회에는 전국에서 찾은 2만여 명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국의사궐기대회로 의료영리화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국민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의료계가 정부와 각을 세울 때마다 터져 나오는 검찰의 리베이트 적발 소식이 의사들에게 반가울 리 없다. 검찰의 다음 리베이트 적발 발표시기는 언제쯤 일지 눈 여겨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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