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단 상임컨설턴트 한용해 박사는 지난 7일 ‘보건산업동향’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의 제약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특허절벽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위기
한용해 박사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거대 품목들의 특허 만료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는 ‘특허절벽(patent cliff)’ 현상을 겪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2014년 역시 대형 품목들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다.

올해 특허 만료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될 품목들의 전체 매출액은 약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매출액이 큰 품목은 Teva사의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코팍손’으로, 매출액은 약 4조원 (2012년 기준)이다. AstraZeneca사의 ‘넥시움’도 약 4조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많은 제약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는 데 반해, 신약승인 실적이 이뤄지지 않는 ‘생산성 저하’의 위기에 처해 있다. 여기에 특허절벽 현상까지 나타나 급격한 재정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제약사들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튼튼히 하는 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제약기업들이 2013년도에 FDA로부터 27개의 신약을 승인 받았는데, 2012년에 승인된 신약 개수 39개에 비해 대폭 줄어 들었다. 연구개발비는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는 반면, 승인되는 신약의 개수는 정체돼 있다.

게다가 제약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블록버스터 신약의 등장이 쉽지 않다. 즉, 신약 개수가 예년과 같다 하더라도 제약기업에 큰 수익을 안겨주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박사는 “대형 제약기업들은 특허절벽, 낮은 생산성 등을 극복하기 위해 인수와 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특정질병군이나 치료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수익성 악화를 단기간에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수와 합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인수합병의 거래 현황을 보면 2011년 129개, 2012년 131개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2013년에도 122개의 거래가 성사됐다. 1조원 이상의 거래만 해도 20개에 달하며, 그 중 Amgen사와 Onyx사 간의 거래가 약 11조원 규모로 가장 컸다.

▽ ‘개방형 혁신’ 통해 위기 극복
글로벌 제약기업은 연구에 투자하는 규모(비용)가 커지는 반면 성공확률이 떨어져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하자, 대학이나 다른 기업, 연구소 등과 협력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고 있다.

‘가다실’은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아카데미아가 협력해 신약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은 호주의 한 대학에서 이룬 연구성과를 Merck사가 도입해 신약으로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한용해 박사는 한국의 제약기업이 한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제약기업들은 특허절벽을 이용해 우수한 제네릭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가 커지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이때 제네릭의 성공은 질 좋은 의약품을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해 내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제약기업의 인수합병으로 전문인력들이 고용시장으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우수한 글로벌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국내기업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 한국의 제약기업들은 큰 투자가 요구되는 late stage의 임상 실험 단계에 이르기 전 마땅한 파트너와 공동 개발 또는 라이선싱 아웃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 박사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개방형 혁신의 순기능에 유념해 전문성이 뛰어난 학계와의 연구 제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쟁력 있는 연구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웃소싱의 중요성이 커지는 글로벌 제약산업의 추세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링 또는 네트워킹을 강화해 한국식 신약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