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이하 실거래가제)는 의료기관이 제약사나 도매상에게 의약품을 보험약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 차액을 정부가 인센티브로 의료기관에 돌려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시행됐으나, 일괄 약가인하로 보험약가가 큰 폭으로 인하되자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12년 2월부터 2014년 1월 31일까지 2년간 시행을 유예했다.

▽ 정부와 제약업계의 너무 다른 시각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1월 31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의 유예는 없으며, 2월 1일부터 재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거래가제 시행을 통해 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리베이트 사건 등을 통해 드러난 투명하지 못한 가격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실거래가제가 시행될 경우, 병원의 저가 입찰 요구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제약업계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에 이어 실거래가제까지 제약업계만 죽어나고 있다.”라며, “이미 저가 입찰을 강요하는 병원들이 생겨났고 더 늘어날 텐데, 어떻게 해야 매출유지가 가능할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B 사의 관계자 역시 “평균 매출이 100억원 이상은 줄어들거라고 생각한다. 더 하면 더 했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C 사의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추정해보니 매출의 8~10%가 감소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회장 김진호)는 지난 1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당초 우려했던 대로 종합병원 대부분이 과도한 저가납품 요구를 하고 있다.”라며, “2월에 재시행되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지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병원의 과도한 저가납부 요구는 유통시장 혼란으로 의약품의 안정적 수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생을 위해 병원들은 과도한 구입약가 할인 요청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정부에 “원활한 의약품 공급 등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이번 사태의 위중함을 감안, 정부기관으로서 신속하고 적절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조율을 위한 협의체, 의견차부터 좁혀야
복지부는 지난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관련 단체, 공익 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보험약가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협의체 회의를 통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실거래가의 정확한 파악 및 상시 약가인하 기전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약가제도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의체가 구성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현재, 의견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복지부는 병원에 제공하는 인센티브 비율을 70%에서 30~40% 수준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제약협회는 실거래가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는 오는 28일 열릴 협의체 전체회의에서 제약업계의 최종 개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의체를 탈퇴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