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향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세가 연초부터 매섭게 펼쳐지고 있다. 두 기관 사이의 업무영역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건보공단은 심평원 출범 초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심평원의 진료비 청구ㆍ심사 관련 업무를 건보공단으로 이관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

현재 건보공단은 정부의 국정운영 키워드인 ‘비정상의 정상화’에 발맞춰 보험자 중심의 강력한 논리로 무장한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 개선 과제를 정부에 제시하고 전사적으로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무조정실이 지난달 발표한 정상화 과제 중 기관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진료비 거짓ㆍ부당청구 관행 개선, 무자격자에 대한 건보급여 낭비 방지, 보험사기ㆍ보험범죄 근절 등의 핵심 과제를 현행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 개선을 통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비정상의 정상화 대책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 정부의 개혁 정책에 부응하면서 재정누수에 적극 대응해 ‘기본이 바로 선 건강보험 운영체계 정립’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건보공단은 지난 10일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기존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선진형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추진위는 청구ㆍ심사ㆍ지불체계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게 된다.

반면, 심평원은 건보공단의 공세에 대해 소위 ‘독도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독도전략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분쟁지역화 시도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펼치고 있는 ‘조용한 외교’ 정책을 일컫는다.

실제로 심평원은 건보공단의 지속적인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평원은 기관 노동조합 등 일부 직원들의 산발적인 반발 이외에 공식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할 뿐이다.

그러나 이제 분위기가 변했다. 건보공단의 최근 행보와 내세우는 논리는 기관간 밥그릇 싸움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기조에 부응함과 동시에 재정누수도 방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심평원이 그간 보여온 건보공단 대응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과감히 대응할 것은 대응하고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공개한 후 논리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강온(强穩) 양면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심평원은 의료보험연합회의 업무 중 진료비 심사기능을 승계하고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기능이 신설돼 출범한 심사평가 전문 기관이다. 심평원의 자랑인 전문성을 기관의 존재가치 증명을 위해 사용해야 할 시기가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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