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화 한 통에 발칵 뒤집혔다.

새마을금고연수원이 오는 11일과 12일로 예정된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출정식’에 장소를 대여해 주기로 계약해 놓고는, 행사 이틀 전인 9일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새마을금고연수원과 지난 2일 대관 계약을 맺었다. 의사협회는 계약 당시 비용도 전액 지불했다고 한다.

의사협회는 긴급 비대위 회의를 열고 출정식 강행여부를 논의했고,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하기로 결론이 나자 곧바로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의사협회에서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사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개입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사협회 관계자도 “행사를 이틀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처음이 아니라 ‘전례’가 있던 일이다.

지난 2012년 6월 9일 열릴 예정이었던 ‘포괄수가제 강제시행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떠올려 보자.

당시 안과의사회는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저지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하면서 일찌감치 서울성모병원과 대관 협의를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은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새마을금고연수원 대관 취소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먼저 서울성모병원은 안과의사회에 유선으로 장소 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새마을금고연수원도 의사협회에 유선으로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서울성모병원의 대관 취소 통보일은 6월 7일로, 행사를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었다. 새마을금고연수원도 행사일 이틀을 남겨둔 시점에서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게다가 취소 사유도 판박이다.

당시 성모병원은 대관 취소 사유로 ‘대관 내부규정에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사용을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연수원도 대관 취소 사유로 ‘총파업 같은 정치적인 목적의 행사에 대해서는 규정상 대관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안과의사회는 급히 다른 장소를 물색했지만 결국 새 장소를 구하지 못해 의사협회 회관에서 행사를 치렀다.

서울성모병원의 대관 취소 사건에 대해 통보가 일방적이었고, 시점도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 어려울 만큼 행사 직전에 이루어진 점을 들어 외압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취소 사례는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마치 한 사람이 기획한 작품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두 행사는 모두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들의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고, 의사협회와 안과의사회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취지와 비슷한 방법으로 대관 계약을 파기당했다.

복지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 들었으며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외압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관을 취소한 새마을금고연수원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복지부의 개입여부를 알 길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상당수 의사들은 정황상 복지부의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데 있다. 이번 논란이 앞으로 의ㆍ정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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