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전형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삼일제약 법인과 직원 1명, 관련업체 2명, 병ㆍ의원 관계자 5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검찰은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삼일제약 법인과 영업본부장 H 씨, 관련업체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 45명과 병ㆍ의원 직원 5명도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다시 돈으로 바꾸는 속칭 ‘카드깡’을 이용해 확보한 현금을 리베이트에 써 왔다고 설명했다.

또, 하청업체에 형식적인 시장조사를 맡기거나 논문번역을 의뢰한 뒤 그 대가로 지불한 돈을 의사들에게 전달하도록 하는 수법도 썼다고 밝혔다.

▽공정위 고발에 따른 검찰의 압수수색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 의해 검찰이 삼일제약 서울본사와 대전지사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의 압수수색 모습
▲검찰의 압수수색 모습
검찰은 지난 5월 8일 오전 9시 삼일제약을 급습해 약 다섯 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2년 11월 삼일제약이 2008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302곳의 병ㆍ의원에 21억원 83만 9,000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를 적발하고, 1억 7,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검찰 고발도 예고했다.

당시 연루된 병ㆍ의원이 302곳으로 알려지면서 최소 200명에서 최대 300여명의 의사들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의료계를 긴장케 했다.

공정위는 올해 2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삼일제약의 의약품 거래장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20여 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검찰은 기존 압수수색과 달리 삼일제약 관계자 차량 2대를 압수수색 하는가 하면, 삼일제약 직원들의 휴대폰까지 압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일제약의 압수 자료 분량이 최대 규모인 것 같다.”라며, “정부 조사가 제약업계 전방위적으로 확대될까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검찰 수사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공정위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삼일제약 관계자와 연루의사를 차례로 소환했다.

먼저 삼일 직원은 지난 7월 약 한달 간 소환됐으며, 영업직원 대부분이 조사를 받았다.

삼일 영업직원들은 검찰이 해당 의사 별로 제시한 리베이트 수수액을 제품설명회 등의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8월 20일부터 약 3주 간 의사들이 소환됐다. 이때 소환된 의사는 모두 80여명으로 일부 대상자는 다섯 차례가 넘는 소환 조사를 받았고, 영업사원과의 대질 신문도 진행됐다.

▽거래량 적은 의사ㆍ여의사 위주 진술?
삼일제약 리베이트 건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바짝 긴장했다. 수백여명의 의사들이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삼일제약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삼일제약이 거래량이 많은 의사는 보호하고, 거래량이 적거나 거래량을 줄인 의사들은 보호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에 진술해도 뒤탈이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삼일 영업직원들이 지방에 거주하는 여의사 위주로 검찰에 진술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삼일제약은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삼일 A 관계자는 “소환된 의사 78명 중 검찰이 혐의점을 찾은 병ㆍ의원 당 처방 액수는 1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다양했다.”라고 말했다. 자사 제품의 처방액이 많은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 거래량이 적은 병ㆍ의원을 표적으로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소환된 의사 78명 중 여의사는 4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연루자들, 벌금 200~600만원에 약식기소
검찰은 의사 45명과 병ㆍ의원 직원 5명 등 50명에게 벌금 200만원에서 6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는 뜻의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이다.

검사는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약식기소와 정식기소를 결정한다. 벌금 또는 몰수형을 내릴 수 있는 사건에 해당되며,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판사는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시키지 않은 채 수사기록서류만으로 재판을 하게 된다.

그러나 판사가 약식절차에 의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식재판에 회부하고 공판을 열어 재판할 수도 있다.

피고인이나 검사는 판사의 약식명령에 불복이 있으면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약식기소에 의해 재판에서 재산형을 받은 뒤 정식재판 청구기간이 지나거나 청구의 취하, 청구기각결정의 확정 때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헷갈리는 삼일 추가 적발... 후속 소환은?
지난 12월 13일 공정위는 삼일제약 관련 리베이트 혐의를 적발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지난 8월 소환조사의 악몽이 재연될 지 여부에 촉각을 세웠다.

하지만 이번 리베이트 혐의 적발에 따른 소환조사는 없다. 검찰이 지난 5월 삼일제약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면서 공정위가 의뢰한 2008년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기간을 넘겨 수사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8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의사들은 2008년부터 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기간이 아니라, 2013년 5월까지 기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 소환 당시 조사가 모두 이루어졌다. 추가 소환은 없을 것이다.”라고 확인해줬다.

▽공정위ㆍ검찰, 리베이트 공세 속셈있나?
공정위는 지난 13일 삼일제약 리베이트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언론사에 16일 조간부터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13일은 전국의사궐기대회 개최 이틀 전이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노환규)는 15일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모인 2만여명의 의사들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반대, 관치의료 중단을 외쳤다.

당시 노환규 비대위원장은 의료제도의 심각성을 알리겠다며 스스로 목을 긋기도 했다.

이후 의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철도민영화ㆍ의료민영화 논란과 엮이면서 삽시간에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평소 의사들과 관련된 이슈가 언론에 보도되면 내용과 관계없이 ‘밥그릇 싸움’이라며 비판하기 바빴던 일반인들도 이번에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게다가 의사 집회 후 일주일 동안 복지부 차관과 실ㆍ과장 등이 의사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이 22일 삼일제약 리베이트 결과를 발표하자 의료계에서는 수세에 몰린 정부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리베이트 카드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개원의사는 “지난해 공정위가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사건을 재탕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의사집회 전후에 이 같은 발표가 나온 것 자체가 의도적이라고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도 리베이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하지만, 시기가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Yahoo**** 씨는 “민영화 하기 전에 의사들을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고, shha**** 씨도 “시기도 그렇고, 의사들이 시위하니까 욕 먹을 기사 내서 국민들 등돌리게 만들려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