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윤구 원장은 최근 한 송년회 자리에서 뼈있는 말을 남겼다. 지난해가 기관장으로 참석하는 마지막 송년회일 줄 알았는데 올해도 참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빈말이 아니다. 지난 3월 24일부로 3년의 임기가 종료된 강윤구 원장은 현재 공식 인사조치 없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자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직무 연장을 수행하는 중이다.

심평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 접수자 중 복수의 후보를 추천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하면 복지부는 이들 가운데 1인을 제청해 청와대의 재가를 받는 형식으로 임명된다. 공모부터 임명까지 보통 두 달 이상 소요된다.

현재 신임 복지부장관 취임 등 심평원을 둘러싼 외부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점과 아직 후임자 공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임 심평원장 인선은 내년 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결국, 강윤구 원장은 당초 정해진 임기보다 1년을 더 심평원을 이끌게 됐다. 임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지난 시간은 강윤구 원장 자신은 물론, 기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앞서 심평원은 강윤구 원장의 공식 임기를 한 달여 초과한 지난 5월 1일에야 기관 홈페이지에 임원 공모를 내고 신임 심평원장 공모에 나섰다. 새 정부 내각 구성 지연과 맞물려 차기 심평원장 공모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후임자에 대한 인선이 시작되자 강윤구 원장은 모 대학 교수직을 고려하는 등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력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등 잡음이 생겨 후임자 인선이 종료됐으며, 하반기에는 진영 장관의 사임으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어수선해지면서 신임 심평원장 인선은 뒷전이 됐다.

이렇게 여러 외부 상황이 맞물리며 강윤구 원장은 기약 없이 연장 근무를 하게 됐다. 특히, 심평원장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함에도 연임 인사발령은 없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부의 무관심과 늦장 인사로 강윤구 원장은 심평원장 이후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또, 심평원은 기관 위상에 상처를 입게 됐다. 기관장의 위치가 명확한 기준 없이 외부 상황에 좌우된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윤구 원장은 지난 2003년 취임해 3년을 채운 신언항 제3대 심평원장을 넘어 역대 원장 중 최장기간 자리를 지키게 됐다. 그러나 강윤구 원장에 마냥 축하를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의 불확실한 인사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