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의료의 항구적 정착’을 모토로 출범한 의사단체가 있다. 민초 의사들의 울분을 계기로 시작된 이 단체는 회원 수 7,000여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2009년 9월 창립된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공동대표 강대식ㆍ성종호)은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대해 신문광고 게재, 성명 발표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약국, 한의원 고발을 지속해 주목을 받았다. 상대 직역단체와의 갈등이나, 의료계 내부에서의 우려도 있지만, 네 돌이 지나는 동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전의총이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의사협회 노환규 집행부를 정면으로 비판해 화제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원장 사건 계기로…“나섭니다”

 
 
전의총의 탄생은 2009년 6월 심평원의 부당 실사관행에 반기를 든 이른바 ‘김 원장’ 소송을 돕기 위한 성금 및 서명운동이 계기가 됐다.

이후 같은 해 8월 11일 노환규 현 대한의사협회장이 의사 커뮤니티에 ‘나섭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의사가 중심이 되는 의료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아 새로운 의사단체를 창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은 커뮤니티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다수 의사들의 지지를 받았고, 다음 달인 9월 창립총회를 하기에 이른다.

각 지역 지부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 신문광고를 게재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의사들의 목소리를 내며 주목을 받았다.

또, 경만호 당시 의협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하는 등 법적 다툼도 피하지 않았다.

작은 발걸음으로 시작된 전의총은 11월 27일 현재 회원 6,798명에 이르는 단체로 성장했다.

▽약파라치ㆍ한파라치 ‘대활약’
전의총의 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불법행위 약국, 한의원을 고발하는 이른바 ‘약파라치’와 ‘한파라치’다.

전의총은 약국의 고질적인 문제인 카운터 약 판매, 의약분업 예외지역 불법행위 등에 대한 고발을 꾸준히 이어나가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과거에는 전의총이 먼저 방송국 등에 해당 아이템을 제보했다면, 최근에는 방송국에서 관련 아이템을 찾거나 자문을 구할 때 먼저 전의총을 찾는다는 전언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전의총이 내놓은 약국 문제 관련 자료가 언급되기도 했다.

전의총은 지난 2011년 12월 53곳의 불법약국에 대한 1차 고발을 시작으로, 2012년 3월, 7월, 10월, 2013년 3월, 7월 등 불법행위 고발을 이어나갔다. 여섯 차례에 걸쳐 총 743곳을 고발했으며, 이 중 670곳(90.1%)의 약국이 불법행위가 확인돼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뤄진 4차 고발의 경우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구 소재 약국 전체를 대상으로 불법행위 조사를 시행, 총 134곳의 약국을 보건소에 고발했다.

올해 3월 11일에는 서울 종로구와 부산광역시 2개 구(부산진구, 남구), 충북 청주시(상당구와 흥덕구) 소재 약국에 대한 2차 전수조사(5차 고발)를 실시한 결과, 총 707개소의 약국 중 221개소(31.3%)에서 약사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고발했다.

이외에도 이른바 ‘관절약 전문약국’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들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공중파 및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수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한의원은 현대의료기기 사용, 성장전문 클리닉, 암전문 한의원, 약침 등을 문제 삼아 고발을 이어 나갔다.

전의총이 고발한 성장클리닉 전문 한의원 20곳 모두 보건소로부터 자격정지 의뢰 및 고발 등의 조치를 받은 바 있으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원들도 대부분 행정처분을 받았다.

▽상대단체와 논쟁ㆍ내부 반발은 부담
전국 약국에 대한 대대적인 고발이 계속되자 약사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의료기관 불법행위를 고발한다며 맞불을 놓은 것인데, 정신과가 주요 타겟이 되자 정신과 의사들이 전의총에 약국 고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이하 의권연, 공동대표 전경수ㆍ구본호)의 구본호 공동대표는 대한약사회 임원 출신이다.

의권연은 순수한 출범의도를 강조했지만, 구본호 공동대표가 약사회 수석정책기획단장을 역임한데다, 사의를 표시한 시점이 의권연 출범 불과 하루 전으로 알려져 의혹이 이어졌다.

전의총이 불법약국에 대한 고발을 계속하자 약사회 차원에서 맞대응을 천명한 후 불법 의료기관 수집사례를 수차례 공언했지만, 협회 차원에서 고소ㆍ고발을 진행하는 데는 부담을 느껴 시민단체를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권연은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의 원내 조제가 허용된 점을 악용해 의사가 직접 투여해야 함에도 무자격자들에 의해 의약품이 다뤄지는 사례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전의총에 약파라치 활동 자제를 요구했고, 모 지역의사회장은 지역약사회와의 관계를 이유로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의협과 전의총 집행부가 지난달 25일 부산경남중독연구회 세미나 현장을 방문해 한의사 초청 강연을 강행한 데 대해 항의하는 자리에서 한 정신과 개원의사가 전의총의 약파라치로 유발된 약사 측의 정신과 고발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며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약사회, 한의사협회 뿐 아니라 약준모, 참실련 등 약사, 한의사 단체와 성명을 통한 공방전이 수 차례 지속되며 직역간 갈등을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노환규 의협 이중대? 선 긋기 나섰다
전의총 초대 대표가 노환규 현 의협 회장이라는 점과, 노 회장의 당선 시 전의총 회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노환규 회장과 전의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의사들이나 약사, 한의사 등 상대 직역단체에서는 전의총이 노환규 회장과 의협의 ‘이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의총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노환규 회장과 의협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올바른 회무 수행을 촉구했다.

전의총은 “노 회장 당선 후 1년 6개월 동안 ‘토요가산제 시행’ 등 어느 정도 작은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 소소한 성과를 자찬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에 의한 개원의에게 집중된 억울한 처벌, 의사들의 권리는 무시하고 의무만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및 이를 반영한 의료관계 소송 판결 등은 의협집행부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인 ‘착한 손 캠페인’ 및 ‘리베이트 단절선언’이 명백한 실패임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의총은 “성공적인 대정부 투쟁을 위해 SNS를 통한 노환규 회장의 의료투쟁에 대한 개인 의견 피력 엄금과 ‘착한 손 캠페인’이라는 대국민 접근방식의 전면 폐지 및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철회하는 의협 회장의 기자회견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거듭 “정당하고 합당한 회무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할 것이나, 현 집행부가 독선적 회무를 이어가며 이번 투쟁에서 예전의 무기력한 집행부의 전철을 밟을 경우 지지철회는 물론, 회장 및 집행부 총사퇴 요구도 불사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전의총이 나아갈 방향 설정이 최대 과제”

▲성종호 전의총 공동대표
▲성종호 전의총 공동대표
전의총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 전의총이 의사 사회 내부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를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성종호 공동대표는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전의총이 앞으로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내부적인 논쟁이 치열하다.”라고 털어놨다.

전의총이 의료계 내에서 어떤 ‘아이콘’이 되느냐에 따라 나아갈 방향도 결정되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성 대표에 따르면, 전의총은 자신들이 취해야 할 역할에 대해 크게 ▲정치적ㆍ투쟁적 성격 ▲시민단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전의총이 지금까지는 정치적이고 투쟁적인 성격이 강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야할지, 전환해야 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의총이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일반 개원의들을 모두 보듬고 갈 것이냐, 엘리트적 단체로 축소될 것이냐, 정치적 목소리를 과감히 내는 투쟁적 단체가 될 것이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약파라치 활동에 대한 일부 의사들의 반발에 대해 성 대표는 “전의총은 아무 상관없이 우리 갈 길을 가겠다.”라고 분명히 했다.

여전히 불법행위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있고,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많다는 설명이다.

성 대표는 “우리가 하는 작업들은 직역간 다툼이 아니라, 정당한 행위냐 아니냐를 두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협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전의총에서 배출한 의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앞으로 의협의 잘못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하겠다.”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해야 겠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잘하는게 뭔지 잘 모르겠다.”라며,  “앞으로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 회장이 개인적으로 불편해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비판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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