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토하며 실려온 응급환자를 위 내시경 치료로 살려놨더니, 과잉ㆍ부당진료로 진료비 환수 조치를 받은 한 의사의 하소연이 개원가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A내과의사는 “얼마전 피를 토하며 응급실에 실려온 70대 남자환자를 내시경 클립으로 혈관을 잡아 지혈시켜 치료하고 3일 뒤에 퇴원시켰다”면서 “그런데 오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과잉ㆍ부당진료로 진료비 환수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한 내시경 지혈 치료술의 의료수가는 9만원 정도이고,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20%로 약 2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시술에 사용된 클립은 한개에 1만 5,000원으로 4개를 사용해 6만원이 들었지만, 현행 보험규정에는 클립 사용은 허용돼 있지만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A내과의는 “그러면 의사들이 자선행위를 하라는 것이냐, 아니면 이 곳이 종합병원이니 의사의 월급에서 차압해 사용하라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지혈제로 사용한 지혈접착제는 1cc에 9만원인데, 아이러니하게 이것은 의료보험이 된다는 설명이다. A내과의는 1cc만 사용하고 환자에게 2만원을 받았으며, 보험공단에 나머지 7만원을 청구했다. 6만원짜리 1회용 주사기 또한 법으로 받는 것이 금지돼 있어 이 또한 손해를 보고 환자를 살리는데 사용한다.

A내과의는 “그랬더니 보험공단에서 지혈제를 사용한 것이 부당한 치료라며 7만원을 돌려주기는 커녕, 환자에게 받은 2만원도 다른 환자 진료비에서 빼앗아 환자에게 보내줬다”고 어이없어 했다.

A내과의가 이 환자를 진료하며 든 비용은 내시경 시술료 9만원과 클립 6만원, 지혈제 9만원, 내시경주사기 6만원 등 총 30만원이다.

더군다나 이 금액은 억대의 내시경 장비, 숙련된 의사ㆍ간호사의 임금, 전기세, 내시경 세척료, 세탁비 등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최소한 21만원의 손해를 봤다”면서 “환자를 보다 좋은 방법으로 치료하려고 한밤중에 내시경전문의, 내과전공의, 간호사가 나와 억대의 기구를 사용하고 치료했지만 결국 적자가 생기고 욕만 먹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멀쩡하게 치료 잘 받고 집에 간 환자에게 ‘과잉진료하고 부당진료비 징수한 의사’란 낙인을 찍는 공문서까지 보내는 보건당국의 어이없는 의료보험 정책에 개원가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A개원의는 “미국 같은 고가의 의료수가를 책정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며 “최소한 치료에 사용되는 소모품은 보험혜택을 주던지, 아니면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비급여 승인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이 환자는 심장병으로 항혈소판제를 먹고 있었기 때문에 내시경 지혈이 안되면 더 큰 위험을 안고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면서 “그냥 수술을 했더라면 병원도 수술비와 긴 입원으로 돈을 더 벌고, 환자의 생사와 상관없이 내가 이런 욕을 먹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억울해 했다.

이어 “이후 치료내시경을 하면 이 또한 과잉치료라고 해 내시경시술 자체를 보험공단으로부터 통제 받기 때문에 잘 안하게 된다”면서 “지칠만큼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체계를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의사는 영원히 나쁜놈 소리를 듣는 대상일 뿐이고, 환자들은 정상적인 치료를 받지 못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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