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국민 편의 증진과 의료기술 발전 등 보건의료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원격의료 대상자는 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자 및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및 장애인, 도서와 벽지의 주민, 가정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 수술 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 군ㆍ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 등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고,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상시적 관리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원격 모니터링과 교육 및 진단, 그리고 처방을 허용함으로써 일차의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복지부의 주장에 따르면 말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모호한 부분이 많다.

먼저, 복지부가 발표한 대상환자의 구분이다. 환자가 거동이 불편하다고 주장할 때 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는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환자가 원격진료를 요구하면 의사는 거절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도 원격진료를 요구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인데,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면 의사는 원격진료에 응할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의료기관과의 거리가 멀다고 주장할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환자와 의료기관과의 거리를 판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원격진료를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원격진료는 효과적인 만성질환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동네의원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복지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지금도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적게는 3개월에서부터, 많게는 6개월 이상 약을 처방받는다.

만성질환자들은 처방받은 약이 떨어질 때쯤 다시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고, 수개월 분 약을 다시 처방받는다.

이들은 상급종합병원의 낮은 진입장벽과 동네의원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이를 반복한다.

복지부는 동네의원에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때문에 환자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대형병원을 다니는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찾을 리 만무하다. 결국 동네의원 사이에 서로 환자를 뺏고 뺏기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복지부가 주장하는 의료접근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지금도 국내 동네의원의 의료접근성은 최고 수준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들도 틈만 나면 우리나라 의료의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해 왔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동네의원들은 지리적 접근성에 기반해서 생존하고 있다.

환자들은 동네의원을 방문할 때 거주지나 회사 주위에 있는 곳을 찾는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접근성 때문이다. 접근성은 환자가 동네의원을 방문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원격진료가 허용되면 접근성은 동네의원을 방문하는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공산이 크다.

동네의원 간에도 유명 병원이 있고, 환자가 몰리는 병원이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돼 동네의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또한, 복지부가 원격의료의 대상환자를 일부 재진ㆍ응급환자와 의료취약지 거주자로 제한하고, 해당 의료기관도 동네의원으로 제한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가 구현 가능한 핵심분야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를 지목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원격의료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므로 창조경제가 구현 가능한 방식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원격의료의 두 축은 의사와 환자다. 특히 의사들은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환자의 상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다.

복지부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며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정작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부정확한 진단에 의한 국민 건강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의사들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동네의원의 몰락을 주장하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사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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