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국감, 겨울.

입법부 업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국회의 사계절은 국감이 열리는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모두 행정부의 국정 수행과 관련한 날카로운 지적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한 자극적인 내용으로 어떻게든 한 번 국민들의 눈에 들어 ‘국감 스타’가 되려는 국회의원들이 넘쳐나기 때문인데,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초선 국회의원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하다.

특히 이 같은 내용들은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기 쉬운 전문직 등 특정 직역을 매도하는데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선량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올해도 어김 없었다. 초선의원인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새누리당)이 대표적인 예다.

강 의원은 국감에 앞서 ‘파렴치한 의사, 5년간 강간죄로 354명 검거’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강간 및 강제추행 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가 1,181명이라고 밝혔다.

종교인이 4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의사가 354명으로 뒤를 이었지만, 의사들의 범죄가 타 전문직에 비해 급증하는 추세라며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으로 뽑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 의원이 발표한 ‘의사’에는 의사 뿐 아니라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범죄까지 포함된 수치였으며, 제목 등에서 모두 강간죄인 것처럼 표현했지만 통계는 강간 뿐 아니라 강제추행까지 포함된 것이었다.

또한 유죄 판결 기준이 아니라, 검거 인원을 기준으로 인용해 의료계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같은 통계의 부정확함에도 의사 집단이 부도덕해 강간죄가 급증하고 있는 것처럼 자극적으로 발표한 것은 ‘의사 때리기’에 일조해 여론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저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의 강한 항의가 이어지자 강 의원실은 초선의원이다 보니 주목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이후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원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공개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지만 강 의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국감 때마다 수많은 이슈 사이에서 돋보이고자 하는 심정은 이해 가지만, 이런 식의 자료로는 곤란하다.

여론의 주목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을 했을 때 빛나는 것이지,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며 받는 주목을 위한 주목은 안 받느니만 못할 것이다.

이제는 매해 반복되는 구태가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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