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오제세)가 지난 17일 개최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역시 ‘기초연금’이 문제였다. 복지부가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작성해 배포한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 대응’ 자료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해 파행을 거듭하다 오후 늦게야 속개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4대중증질환 보장성 공약, 담배 파는 약국, 의사 수 수도권 편중, 분만 산부인과 취약 문제 등 첫날보다는 보건의료 관련 이슈가 눈에 많이 띄었다.

 
 

▽기초연금안 야당 대응안 문건으로 파행
이날 국정감사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당 간사인 이목희 의원은 복지부가 작성한 기초연금 관련 야당의원 발언 대응자료에 대해 “피감기관인 복지부가 감사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지침을 준 것으로, 야당의 국정감사 활동을 방해한 행위”라고 규정하며, 진상규명과 함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간사인 유재중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새누리당이 요청해 보좌진이 스터디 용으로 받은 자료다.”라며, “국감을 방해하려고 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지만, 자료를 요구한 의원으로서 유감이고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영찬 복지부 차관 역시 “평소 여야 의원의 발언에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특정한 의도는 없었으며, 내용 역시 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통상적인 내용들이다.”라며, “앞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이 들어간 것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표현상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내가 봐도 제목부터 바람직한가 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여당은 무조건 우리 편이고 야당은 반대편이라는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야당이라는 특정 명칭을 쓰고 대응논리라고 한 것과 문건을 여당 의원들에게만 배부한 것은 잘못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같은 당 김희국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배포 역시 새누리당이 했으므로 복지부는 책임이 없다. 민주당과 새누리당과의 관계 문제다.”라고 일축했다.

여야 의원간 설전이 이어지자 오제세 위원장은 감사 중단을 선언했고, 10여분만에 속개된 회의에서 이영찬 차관은 “실무자들이 문건을 작성해 넘기는 과정에서 제목 일부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 있었던 것은 반성한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시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목희 의원은 “부하가 잘못해도 상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 하겠다.”라며, 야당 의원들과 함께 자리를 떠 오후 4시까지 감사가 중단되다가 겨우 속개됐다.

▽4대중증질환 공약, ‘문제 투성이’
야당 의원들은 국감 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4대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공약에 대해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먼저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연간 진료비 환자본인부담이 200~400만원 이상인 고액 중증질환자 10명 중 7명은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4대 중증질환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 28만 5,867명 중 4대 중증질환자는 8만 8,496명으로 30.9%에 불과한 반면, 4대 중증질환이 아닌 환자는 19만 7,371명으로 69%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4대 중증질환이 아니면서 본인부담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고액질환자 중 환자 수가 1,000명이 넘는 다빈도 질병은 40여개에 이른다.

이언주 의원은 “4대 중증질환이 아닌 고액중증질환이 4대 중증질환과 비교했을 때 위중함, 고액 진료비에 의한 경제적 부담 등에서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30%의 4대 중증질환에만 건강보험 재정 9조원을 쏟아 붓는 정책은 공정하지 못한 잘못된 정책이다.”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같은 당 최동익 의원 역시 4대 중증질환에 포함되지 못한 질환을 겪은 환자가 2011년 한해 동안 약 21만명으로 전체 환자 50만명 중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환자당 연간 평균진료비 가장 많이 소요되는 초고액치료 10개 질환 중 4개질환도 4대 중증질환에 포함되는 않는 질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실행돼도 고액치료비가 소요되는 질환의 66%는 적용 받지 못해 21만명의 환자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라며, “특정질환만을 선택하여 지원해주는 정책은 건강보험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비인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정질환을 선택해 보장성을 강화하거나 지원을 많이 해주는 정책보다 국민들의 소득수준과 부담해야 하는 실질적인 의료비를 고려하여 지원하는 정책이 활성화되도록 개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목희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에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민간 기금을 대통령 공약 사업에 투입하는 것은 기부금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복지부의 강압에 의해 모금회가 30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든, 모금회가 과잉 충성으로 대통령 공약 사업을 위해 300억의 기금을 사용했든 간에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기부자들의 취지에 맞지 않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는 “사업 추진에 있어서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만 확대하고 있다.”라며, “우선 예산으로 책정된 300억원으로 올해 사업을 진행하고, 내년에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담배 파는 약국, 국회에서도 질타
이날 국감에서는 의료계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담배 파는 약국에 대한 질타가 나와 관심이 집중됐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현재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약국, 의원 등 보건의료 관련 영업장은 전국에 총 241개로 약국이 232개, 의원이 9개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국민건강을 위해 힘써야 할 약사와 의사가 위해성이 인정된 담배를 판매한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곤란한 일이며, 도의적으로도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특히 서울시의 ‘세이프약국(구 건강증진협력약국)’, 충남약사회의 ‘건강도우미 약국’ 추진 등 금연캠페인이 포함되는 약국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국의 담배판매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현주 의원은 “2004년 이전에 허가를 얻어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약국 및 의원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강압적으로 담배판매를 금지시킬 수는 없겠으나, 복지부가 대한약사회 및 각 지역 약사회와 협력해 재차 담배판매를 중지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또, “현재 담배판매업소의 지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담배사업법에 대해 보건의료관련업소의 경우 ‘지정불가’이 아닌 ‘판매불가’로 전환해 2004년 이전에 이미 지정 받은 약국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담배 판매를 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제적인 방법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담배사업법 소관부처인 기재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의사수 지역편중, 여전히 심각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전체 전문의의 절반이 넘는 52%가 전문의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76곳이나 되는 등 지역별로 의료인력 및 의료접근성 차이가 심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전국 전문의 중 서울에 27.7%가 근무하고 있으며, 경기 19.7% 부산 8%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전문의의 절반이 넘는 5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7월 기준 우리나라 총 전문의 수는 7만 4,085명으로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많은 2만 505명으로 나타났고, 경기 1만 4,581명, 부산 5,909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또, 제주도와 세종시를 제외한 인구 100만 이상의 시ㆍ도 중 전문의가 가장 적은 지역은 울산이었다. 서울과 울산의 전문의 수는 무려 15배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의의 숫자와는 별개로 각 시ㆍ도별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를 계산한 결과는 달랐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1.45명으로, 이는 2011년 OECD 평균인 3.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의 수가 많기로는 열두번째이던 충남이 인구 1,000명당 전문의 수는 1.12명으로 세종시를 제외하자면 사실상 가장 의료 인력이 적은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울산, 인천, 경북의 세 곳이 1.14명의 근사한 값을 나타내며 의료 인력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이 강원 8곳, 경남 7곳, 경기 5곳, 부산 5곳 등 전국적으로 50곳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경남 4곳, 경북 4곳, 충북 3곳 등 총 15곳,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은 경북 3곳, 경남 3곳, 강원 2곳 등 11곳이나 됐다.

김성주 의원은 “농어촌, 격오지의 경우 차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빈번하며, 의료취약지역의 응급환자나 임산부의 경우 위험할 수 있다.”라며,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료 취약지’ 근무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및 취약지 해소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애 낳을 곳이 없어요”
해마다 국정감사에 등장한 단골소재인 분만 가능 산부인과 감소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특히 보건당국이 산부인과 현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는 등 인프라 관리에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인제군에는 1개의 산부인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인제군청에서는 관내 산부인과가 없다고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실제 산부인과가 없음에도 인제군의 한 요양병원장이 산부인과 전문의로, 진료과목 상 산부인과가 있다고 분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국내에 산부인과를 진료과목으로 가진 요양기관은 2012년 1,999개소에서 2013년 1,965개로 34개 감소했으며,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역시 894개소에서 869개소로 25개소 줄었다.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 비율 역시 44.7%에서 44.2%로 하락해 전국적으로 산부인과는 물론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가 감소하고 있으며,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 비율 역시 감소하고 있어 점점 아이 낳을 곳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국 164개 시ㆍ군ㆍ구 중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8개 광역시ㆍ도, 47개 시ㆍ군ㆍ구에 달하며, 전국 1,965개 산부인과 중 심장병 등 선천적 질병을 안고 태어나는 신생아를 치료할 수 있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가진 곳은 고작 131개소(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현숙 의원은 “임신과 출산, 신생아 치료시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를 총괄하는 복지부는 특정 지역에 산부인과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분만 취약지에 대한 산부인과ㆍ분만실 설치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해외환자 유치, 집중 현상 고쳐야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실적 집중현상과 전자비자 대리신청 유치업자 문제 등 해외환자 유치 관련 현안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문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해외 환자 유치와 관련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해외환자 수는 약 2.5배, 진료수익은 약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치기관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유치실적 및 진료수입이 상위 10개 기관에 집중돼 있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외국인 환자의 국적이 2012년 189개국인 점에 달한 점, 미ㆍ중ㆍ일 편중현상이 완화되고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 등 신흥국가의 환자수가 급증한 점을 고려, 해외 환자 유치시 국가별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편중 완화와 상위기관의 환자 유치 및 수입 점유를 분산ㆍ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현재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다른 모든 나라로의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문 의원은 외국인환자 유치실적이 없거나 허위ㆍ미보고한 유치업자가 전자비자 대리신청 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지적했다.

그는 “전자사증 대리신청 기관을 선정함에 있어 법무부는 불법체류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고려해 ‘비자관리가 잘 된 기관’을 우선적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자사증 적용 확대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외국인환자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관’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복지부는 법무부와 관련 사항을 충분히 협의해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조치를 마련하라.”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