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는 해묵은 과제이지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수입은 안정적으로 늘리고 지출은 줄이면 된다는 정답은 단순해 보이지만, 노인 인구 증가와 국민들의 의료욕구 증대로 지출을 줄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1990년 7조 6,000억원이던 국민의료비는 지난 2009년 73조 7,000억원을 기록해 20여년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2000년에 비해서도 2.7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건보재정이 최근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재정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2,847억원 적자, 2008년 1조 3,667억원 흑자, 2009년 32억원 적자, 2010년 1조 2,994억원 적자, 2011년 6,008억원 흑자, 2012년 3조 157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9,704억원, 2분기에는 2조 4,285억원 흑자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 총 흑자액은 3조 3,989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흑자액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향후 건강보험 재정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많아 현재 흑자에 만족하고 방심하기에는 위험해 보인다.

지난 2011년 건강보장선진화위원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료 수입보다 의료비 지출이 더 크게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2025년에 대략 30조원, 2030년엔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보건당국은 수입 면에서는 부과체계를 개편하고, 지출 면에서는 약가 인하 등으로 나가는 돈을 줄여 건보재정 건전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부과체계 개편과 약가 인하도 물론 중요하지만, 쓸데 없이 건보재정이 새는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막는 일 역시 시급해 보인다.

일례로 약국의 싼 약 바꿔치기나 노인들의 의료쇼핑, 건강보험 도용, 고액체납자 관리, 응급의료비용 대지급 사업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약국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전국 2만 1,000여곳의 약국 중 약 80%에서 약 청구ㆍ공급 불일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으며,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대체조제 부당청구 의심 약국 259곳을 현지 조사한 결과, 255곳이 싼약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약국에서 마음대로 싼 약으로 바꿔 조제를 하고, 공단에 청구는 비싼 약으로 하며 차액을 챙기는 사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난 5년간 건강보험증 도용건수는 11만 7,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보험급여가 부정 지급됨에 따른 건보재정 누수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지난해 국감에서는 1년 동안 1,000일 이상 외래 진찰을 받은 환자가 2009년 30만명에서 2011년에는 43만명으로 증가한 수치가 보고되기도 했다.

1년 동안 건강보험제도의 혜택을 악용해 극단적으로 의료를 이용한 환자의 사례를 보면, 한 해 동안 17개 의료기관을 돌며 195회 내원해 받은 의료급여일수가 총 6,261일에 이르며, 투약일수는 무려 3,971일로 하루에 11일치의 약을 매일 복용해야만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을 처방 받았다. 이 남자는 20대로, 건강보험료는 월 4만 9,350원이다.

보건당국은 최근 건보료 고액체납자 명단을 공개한 사례처럼, 이 같은 비정상적인 행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싼 약 바꿔치기 하는 약국들은 철저히 조사해 규율하고, 건강보험 도용과 의료쇼핑으로 건보재정 누수를발생시키는 환자들을 근절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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