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며칠 앞두고 대한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의료계 유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 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의료계를 향한 건보공단의 신뢰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단적인 예로 건보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진료내역확인 이벤트’를 지목했다.

이 관계자들은 해당 이벤트로 인해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건보공단이 환자들에게 일방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면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형성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건보공단은 급여관리실 주관으로 연 2회 ‘진료내역확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벤트 기간 동안 진료 받은 내역을 확인한 참여자 수 십명에게 상품권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이 기간 대회원 메일링 서비스 등을 통한 홍보도 적극 진행된다.

건보공단의 이벤트 홍보 내용은 간단하다.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로 마련된 보험재정을 알뜰하게 지키기 위해 진료내역보기 및 진료내역 신고 포상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 진료내역에 대한 관심이 의료기관의 진료비 적정청구를 정착시켜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요양기관의 허위ㆍ부당 청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관련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접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은 달랐다. 해당 이벤트, 나아가 진료내역 및 진료비 확인 제도로 인해 의사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회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환자와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쳐 환자를 위한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각인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최근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선진형 건강보험 패러다임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의사협회의 공감과 협조이다.
 
건보공단이 자랑하고 있는 건강보험 관련 빅데이터의 활용 역시, 향후 보다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선 전문가 단체인 의사협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전제조건은 보험자와 공급자의 상호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발전적 협력관계 구축이다. 건보공단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의사들의 불만과 성토에 귀 기울이고 개선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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