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자신의 불신임안 발의에 나선 의사들과 일부 시도의사회장을 겨냥해 의료 현안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지목하며 개혁을 언급하고 나섰다. 노 회장은 불신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전임 회장의 퇴진도 주장한 이들이라고 지적하며, 관행처럼 계속된 집행부 흔들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 회장이 주장하는 내부 개혁은 가능할까.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그리는 내부 개혁의 핵심은 지역의사회장과 중앙 대의원 겸직을 제한하는 것이다.

의사협회 정관 제4조제1항은 시도지부를 협회의 산하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시도의사회장은 의사협회 지부의 대표자로서 회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중앙 집행부와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대의원은 시도의사회장과 다르게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도의사회장과 대의원을 겸직할 경우 집행부를 도와야 하는 동시에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도의사회장들이 대의원을 겸직하면서 회무 혼선을 빚은 사례는 가깝게 만성질환관리제 논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만성질환관리제 논란 당시 시도의사회장들은 수 차례 모임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고, 노 회장이 복지부와의 협상에서 만성질환관리제 참여와 토요휴무가산제 확대를 맞바꿨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를 사실로 단정하고 협회장의 정상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회무 집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복지부 실무자가 만관제와 토유휴무가산제를 연계한 바 없다고 수 차례 발언하고, 의사협회 집행부도 두 개 안이 별개라고 거듭 밝혔지만 시도의사회장들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의협 집행부에 따르면 시도의사회장들은 만관제 관련 논의를 세 차례 진행하면서 집행부의 소명을 요구한 바가 없다고 한다.

산하단체장들이 상급단체장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든 중대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집행부의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시도의사회장들이 의협회장을 상급단체장으로 인정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또,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황인방 회장 명의로 의협 감사단에 노환규 집행부에 대한 감사 요청을 함으로써 양측의 충돌을 야기했다.

이때에도 시도회장들은 감사를 요청하기 전, 의협 집행부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모임이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는 지난 7월 20일 대전에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의료계 지도자 18명과 함께 의료 현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노환규 회장에 대한 마지막 권고’, ‘100년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사태’ 등 극단적인 문구를 포함한 권고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주최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회의에 참석한 송후빈 충남의사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황에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인 자율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최동석 광주의사회장은 이날 모임에 대해 “의료계 인사들의 친목 모임이다. 앞으로 서로 협력하자는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다.”라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역시 개인일정으로 불참한 윤형선 인천의사회장도 “이날 논의된 사항은 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전체 의견과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본지가 10여명의 시도의사회장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회의 참석 요청서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결정된 사항은 ‘노환규 회장에 대한 마지막 권고’였다. 참석한 시도회장보다 불참한 시도회장이 많았던 모임에서 수위 높은 결정을 한 것이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의 의협 집행부 감사 요청이 전체 의견이라기보다, 일부 시도회장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노환규 회장의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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