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자신의 불신임안 발의에 나선 의사들과 일부 시도의사회장을 겨냥해 의료 현안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지목하며 개혁을 언급하고 나섰다. 노 회장은 불신임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전임 회장의 퇴진도 주장한 이들이라고 지적하며, 관행처럼 계속된 집행부 흔들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 회장이 주장하는 내부 개혁은 가능할까.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부쩍 내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최근 ‘의료계의 정치꾼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내부 개혁의 당위성을 연거푸 강조했다.

지난 8월 14일에는 의료계 전문지 기자들과 가진 의료현안 간담회에서 자신의 불신임안 발의에 나선 의사들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자 ‘의료계의 정치꾼들’이라고 언급하며 개혁의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당시 노환규 회장은 임원들의 법인카드와 대외사업추진비 사용 현황을 공개하며, 공금횡령과 배임 혐의로 자신을 고발한 회원들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압박했다.

또, 노 회장은 37대 집행부에서 8억원이 넘는 예산을 절감했다는 자료를 곁들이며, 어느 집행부보다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개인 SNS를 통해 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감사단에 집행부의 감사를 요청한 공문을 보냈으나, 이를 확인해보니 협의회 전체 의견이라기보다 의료계 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일부 시도회장의 의지로 결정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름으로 집행부의 감사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집행부의 회무에 의혹이 있다면 누구나 감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감사 요청은 대의원이 해야 할 일이지, 집행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정식 기구가 아닐뿐더러, 시도의사회는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의협의 회무에 대해 함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노 회장의 설명이다.

노 회장은 시도의사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시도의사회장들이 중앙 대의원을 겸하고 있고 다수 대의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시도의사회 임원과 중앙 대의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의 주장대로 다수 시도의사회 회장과 임원들은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집행부를 견제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중앙회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주문하는 노 회장과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 노 회장은 “시도 임원과 중앙 대의원의 분리를 위해서는 의료현안에는 무관심하고, 오직 의료정치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들이 모두 물러난다면 함께 물러날 용의가 있다.”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노 회장의 동반 퇴진 발언은 현 구도 하에서 대의원 개혁의 실현가능성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반 퇴진 카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 회장은 지난해 3월 간선제 선거에서 6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회장에 당선된 이후 임기 중반을 맞이하고 있다.

비록 회무 방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노 회장이 내놓은 비전에 다수 의사들이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때문에 앞으로 그가 내놓을 결과물에 대한 평가도 그를 선출한 회원들의 몫이어야 한다.

또, 중도 사퇴로 인해 의사사회 내부에 몰려올 혼란에 대한 부담도 크다. 노 회장의 동반 사퇴 발언이 나온 직후 회원들 사이에서 그의 평소 소신과 비교하며 회무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노 회장이 동반 퇴진을 언급한 이들에게도 명분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역 책임자들인 이들이 한꺼번에 물러날 경우 회무 공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노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반 퇴진하는 것은 ‘현안에는 무관심한 채 오직 의료정치에만 몰두하는 사람’이라는 지적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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