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의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발적으로 포털에 접속해  토론방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단다. 내가 올린 글을 추천해 달라며 주위 동료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의사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는 그다지 낯익은 모습은 아니다. 그들이 소통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알면서도 나서서 반대하지 않고, 심사평가원의 불합리하고, 무법적인 실사에도 순순히 당하기만 하던 그들이 최근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 글작성은 기본…댓글에도 열 올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포털 토론방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의사들이 포털 토론방을 젊은이들의 배설구로 치부하고, 참여 자체를 꺼려왔던 점을 상기해보면 놀랄만한 변화이다.

의사들의 온라인 참여는 포털 토론방의 대표격인 아고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시작은 개원의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약사조제료 때문에 건강보험 파탄나서 의료민영화된다’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과거에는 의사로 보이는 누리꾼이 글을 올리면 십중팔구는 비난하는 댓글이 많았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막연히 의사는 가진 자이려니 넘겨짚고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약사조제료 관련 글은 그동안의 양상과 다르게 글쓴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의사로 보이는 댓글도 상당수 눈에 띄었지만 자신이 지불한 약값에서 실제 약값 보다 조제료 값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일반 누리꾼도 많았다.

조제료 관련 글이 주목을 받자 건강보험재정, 의료민영화, 백마진, 의약분업 등 의료정책 관련 주제들이 자연스레 토론방에 올려졌고, 각 주제들은 치열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의사들은 이러한 논쟁과정에서 건강보험재정의 누수 원인, 살인적인 진료수가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개원가는 자신들이 겪는 고충을 일반인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고 있고, 실제로 온라인에서의 적극적인 활동이 일반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 눈감아 주지 않아…“사실을 왜곡하지 말라”
최근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복지부 공무원이 출연해 의사들이 받는 리베이트가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다고 발언하자 의사들이 프로그램 게시판에 접속해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결국 프로그램 PD로부터 연락을 받아 반론기회를 얻었고, 개원의 단체 대표가 같은 방송에 나가 복지부 과장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이 개원의 대표는 “약값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미리 정해 놓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만큼 그 돈이 약값에 반영되는 게 아니므로 건보재정과 리베이트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베이트는 건보재정의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하고, “전세계에서 보험료가 가장 낮다고 자랑만 하지말고, 이제는 보험료를 현실화하라”고 역공을 폈다.

의사들은 더는 참지 않겠다는 각오다. 개원의사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9월 한 중앙일간지가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대학을 갓 졸업한 초짜들이어서 병역을 회피하려는 입영대상자를 잡아내지 못한다고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자 공문을 보내 정정보도를 이끌어냈다.

병무청에서 병역 판정을 하는 의사들은 모두 인턴과 전공의 등 수련과정을 마친 각과 전문의들로 구성돼 있다. 만약 전의총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상당수 일반인들은 아직까지도 경험없는 초짜의사들 때문에 병역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윗이라 해도 좋다…불법에는 정공법으로 맞서
그런가하면 서울 김 모 원장은 2007년부터 이어져온 심평원과의 오랜 법적 소송에서 최근 대법원 최종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는 불법 실사를 나온 심평원 직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다 법적 다툼에 휘말리게 됐고, 3년여 동안 기나긴 법적공방을 벌인 끝에 자신이 옳았다고 인정받았다.

의사협회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홀로 고군분투한 끝에 승리한 김 원장을 개원가는 다윗에 비유하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방송도중 의사를 폄훼하는 발언을 하자 소송을 벌여 방송 관계자의 주의를 환기시켰고, 올해에는 복지부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원격의료와 관련,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온ㆍ오프라인에서의 의사들의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적극적인 행동만이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킬 거라는 공감대가 의사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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