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료실에서 환자들의 폭력에 피해를 입는 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이듬해에는 비뇨기과 원장이 환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으며, 지난 18일에는 고양시의 피부가 개원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2013년 2월 의사 44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행이나 기물파괴 등의 진료실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응답자의 95%는 폭언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없는 위협적인 상황을 겪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자 시민단체는 여전히 의료인 폭행방지법을 의사들에 대한 ‘특혜’ 쯤으로 여기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발의됐지만 환자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로 결국 무산된 바 있으며,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이학영 의원이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ㆍ협박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에게 가하는 폭행ㆍ협박 행위는 의료인에 대한 위해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명권 또는 건강권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현행법에서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의사 뿐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나아가 환자들을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환자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와, 이미 응급실 폭행시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있는데 또 다시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사건들은 응급실이 아닌 의원급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의료기관 내 폭력은 응급실이 아닌 곳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며, 그 위험성은 결코 작지 않다.

또, 해당 법으로 인해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는데, 환자들이 이 법 때문에 위축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울러 의사에게 지나친 특혜라고 주장하지만 해당법안의 대상은 의료인으로, 의료인에는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도 포함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유독 의사만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여성인 간호사들이 환자들의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의사 뿐 아니라 타 직종의 의료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법안으로 보인다.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폭행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폭행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료인이 위축 진료를 할 가능성도 있고, 폭행 사건이 일어날 경우 다른 환자에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 시민단체들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원한다면 의료인 폭행방지법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찬성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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