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혈액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병원들이 이를 앞다퉈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전국 688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2012년 혈액투석 진료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기관별 평가결과를 지난 11일 공개했다.

평가대상 건수가 5건 미만인 44개 의료기관을 뺀 644곳 중 1등급을 받은 곳은 167곳(25.9%)으로, 4곳 당 1곳이 1등급을 받았다.

병원 규모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44곳 중 29곳(66%)이, 종합병원은 176곳 중 51곳(29%)이 1등급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은 세 곳 중 두 곳 꼴로, 종합병원은 세 곳 중 한 곳 꼴로 1등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1등급을 받은 병원들이 보내 온 홍보자료를 보면 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와 같은 평가인지 의심케 한다.

“경기도 부천 종합병원 중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종합병원임에도 상급종합병원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충청권 종합병원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지방의료원 34곳 중 두 곳만이 1등급을 받았다.” 등으로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보내 온 홍보자료를 보노라면 1등급을 받은 병원은 매우 극소수이고, 해당 병원이 주위 병원들 중 유일하게 1등급을 받은 것처럼 읽힌다.

병원마다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환자의 생존율을 늘리고 합병증을 관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또한 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설에도 적잖은 투자를 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평가를 받은 모든 의료기관들이 1등급을 받고 싶어했을 것이고, 또 1등급을 받은 후에는 이를 적극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부 병원의 홍보는 지나친 감이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실시된 의료기관평가를 떠올려보자.

의료기관평가제도는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수준을 평가해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기관 이용상의 불편을 개선함으로써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됐다.

의료기관평가제도는 환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형태변화, 서비스 수준 향상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담기구가 없어 평가의 독립성과 전문성,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강제평가로 인한 의료기관의 부담 가중, 평가결과 서열화에 따른 의료기관 간 과열경쟁 유발 등이 문제가 됐다.

결국 의료기관평가는 2008년을 끝으로 중단됐고, 2010년에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인증제로 바뀌게 된다.

당시 높은 점수를 받은 병원은 그 결과를 가지고 마치 자신의 병원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렸고, 낮은 점수를 받은 병원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일부 병원은 평가 기준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내 의료기관은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평가 받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최선을 다한다면, 굳이 평가 결과를 과장되게 홍보하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는 자동적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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