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학계에서는 ‘이뇨제의 1차 치료제 배제 여부’를 놓고 뜨거운 설전이 오가고 있다. 50여년 전에 개발돼 우수한 강압효과와 저렴한 약제가격으로 고혈압의 전통적인 기본 치료제인 ‘이뇨제’. 본지는 지난달 대한고혈압학회장으로 선출된 김문재 인하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만나 이뇨제 논란에 대한 학회의 입장을 들어봤다.

 
 
민승기 기자: 회장 선출을 축하드려요. 이번 회기에는 ISH 2016 Seoul(세계고혈압학술대회)이 열리는 등 준비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계획 및 각오 한 말씀 부탁드려요.

김문재 회장: 2016년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COEX에서 열리는 제 26차 세계고혈압학술대회인 ‘Hypertension Seoul 2016’은 국외에서 3,000명, 국내 3,000명의 참가자를 확보해 그 어느 대회 때보다도 최대의 성황을 이룰 것이에요.

이를 대비해 제25차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를 동일 기간에 동일 장소에서 연결 개최토록 하며 고혈압에 관계된 심장, 신장, 당뇨병, 신경질환 등의 여러 임상분야 연구와 기초분야의 장기적인 연구들을 적극 지원하도록 할거에요.

또한 대한고혈압학회 정기 학술대회의 진행도 영어로 발표 진행하는 세션들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며 대한고혈압학회의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 춘추계 학술대회에 대한고혈압학회-세계고혈압학회 조인트 세션을 개설해 운영할 계획이에요.

세계고혈압학술대회인 ‘Hypertension Seoul 2016’은 한국 의료계를 전 세계에 소개하고 한국 사회의 발전적 위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기회에요. ‘ISH 2016 준비조직위원회가’ 주관해 모든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지만 대한고혈압학회도 대한고혈압관리협회와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의 후원과 지원을 다하도록 할거에요.

민승기 기자: 최근의 고혈압 치료 트렌드와 부각되는 새로운 치료법이 있나요?

김문재 회장: 고혈압 약제는 수년 동안 장기간 복용해야 되므로 가격이 저렴하며 약물의 복용 순응도가 우수해야 해요.

이에 따라서 환자들이 복용하기 간편하며 상대적으로 개별약제 사용 총 비용보다 가격이 저렴한 2제, 3제 복합제로써 용량들이 제형화된 소위 고정요량 병합요법이 소개되고 있어요.

CCB와 RAS차단제를 중심으로 이들 약제가 갖고 있는 단순한 강압효과와 별개로 특정 고혈압제군이 보유한 항동맥경화 효과, 요산감소 효과, 내당성 증가효과 등의 다양한 대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고혈압 약제의 적극적 활용이 강조되고 있어요.

세 번째로 말씀드리면 신동맥 교감신경차단술이 있어요. 3개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혈압이 쉽게 조절되지 않는 소위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시도되는 방법으로 신동맥 조영술 기법을 이용해 신동맥내 전극도관을 유지시키고 낮은 전류를 흘려보내서 신동맥혈관벽에 분포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에요. 장기적인 강압효과가 대단히 우수한 방법으로 유럽에서 확대 소개되고 있으며 국내 병원에서도 점차 보급되고 있어요.

민승기 기자: 개정될 고혈압 치료제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개정될 가이드라인 주요내용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김문재 회장: 대한고혈압학회는 ‘우리나라의 고혈압관리 지침’을 2000년에 제1차 발간했으며 2004년에는 2003년에 발표된 미국의 JNC-7을 토대로 제2차 지침안을 제정 발표했어요.

유럽고혈압학회(ESH/ESC) 지침서도 2007년에 이어서 금년 5월에 2013년 개정판이 발표됐으며 미국의 지침서 JNC-8도 마침 금년 중으로 개정 발표될 것으로 예상해요.

이에 따라서 저희 대한고혈압학회도 제3차 ‘우리나라의 고혈압관리지침 2013(가칭)’을 제정준비 작업중에 있으며 여기에는 현재 대두되고 있는 노인환자에서의 혈압치료의 목표치 상향설정(수축기 150mmhg), 이뇨제와 베타차단제를 1차 치료제에서 제외하는 문제, 저항성고혈압 환자의 치료법,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치료에서 목표치 상향조정(130/80->140/90mmHg), ONTARGET연구에서 입증된 고위험군에서 ACEi+ARB 병용요법의 사용제한 등을 포함해 최근에 국제적인 대규모 연구에서 입증되거나 확인된 여러 내용들이 포함될 거에요.

아울러서 인종적으로 아시아계인 한국인의 제형과 식생활을 고려하고 보험급여 중심의 국내 의료상황을 염두에 둔 매우 실무적인 지침서가 제정출간 될 거에요.

민승기 기자: 최근 이뇨제를 1차 치료제에서 빼야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요.

김문재 회장: 이뇨제 문제는 학계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요. Thiazide계열의 이뇨제는 50여년 전에 개발돼 우수한 강압효과와 저렴한 약제가격으로 고혈압의 전통적인 기본 치료제로 활용돼 왔어요. 2003년 미국 JNC-7차 가이드라인에서는 특별한 동반질환이 없는 단순 일반고혈압 환자들에게는 우선적인 1차 치료제로 권장되기도 했죠.

그러나 이뇨제가 갖고 있는 고요산혈증, 지질대사의 악영향, 저칼리혈증 등의 대사성 문제들이 점차 부각되면서 2011년 영국의 NHS의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뇨제를 1차 치료제에서 3차 치료제로 분류됐어요. 또 ACCOMPLISH 비교 연구에서도 ACEi+CCB 병용요법이 ACEi+Thiazide 병용요법보다 각종 심혈관 발생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Thiazide 이뇨제보다는 CCB가 심혈관질환 치료에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됐어요.

그렇지만 금년 5월에 발표된 유럽의 ESC/ESH 2013년 개정판에서는 Thiazide 이뇨제는 어느 계열 강압제와도 병용투여 가능하며 충분한 강압효과를 얻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기존적인 약제로 필요하다고 했어요.

다만 이뇨제 계열 중에서 Thiazide, Chlorothalidone, Indapamide 약제간의 우월성 차이는 좀 더 대규모 연구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죠. 또 한편으로는 JNC-8이 아직 발표되지 않기 때문에 이뇨제의 위치문제는 좀 더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뇨제는 소변 배출량과 염분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약으로 안정적으로 혈압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염분 섭취량이 월등히 많은 한국인에서는 이뇨제 병용투여는 2제 병합요법 때부터도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돼요. 영국의 NICE지침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민승기 기자: 최근 고혈압치료제로 3제 복합제(CCB+ARB+이뇨제)가 출시됐는데요. 다른 제약사들도 후속 제품을 개발하려는 계획으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처방 수요가 많이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김문재 회장: 최근 고혈압치료에서 동반질환에 따른 환자의 개별화된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동반질환이 없는 단순 고별압 환자에서도 효율적인 혈압조절을 위해서 초기치료제로써 고정용량 복합제의 사용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에요.

단일 약제에 의한 단일요법은 제한된 일부 고혈압 환자에게만 효과적이며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혈압관리를 위해 최소 두 가지 이상의 병합요법이 필요해요. 또 두 개 이상의 약제를 병용하는 것이 같은 약제의 용량을 2배 이상 하는 것보다 강압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보고 되고 있어요.

특히 초반 빠른 혈압조절이 필요한 중증 심혈관질환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2가지,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치료 초기부터 사용하는게 좋아요. 나아가 병용요법을 시행 시 가능하다면 고정용량 복합제로 투여하는 것이 우선시되죠. 1개의 정제나 캡슐제로 단순화 시키면 개별 약제의 여러 개 보다 복약 순응도에 있어서 이점이 크거든요.

일부 제약사에서 금년부터 고정용량 복합제 개념에 따른 3제 복합제가 출시되고 있으며 개별적인 병합투여보다는 약제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도 향후 유사약품들의 경쟁적인 출시가 예상되네요.

이번에 개정된 2013년 ESH/ESC 가이드라인도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 개선을 위해 복합제 처방을 권고하고 있기에 2제 복합제나, 3제 복합제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요.

민승기 기자: 아 오늘 좋은 공부가 된 것 같네요. 회장님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문재 회장: 2010년도부터 진행된 고혈압 적정성 평가작업에 따라서 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은 일부의 경우에는 치료의사의 고혈압 약제선택에 대한 자율성을 제한시키고 고혈압 진료의 효율성을 위축시킬 수도 있어요.

따라서 개별 환자의 상황에 맞는 좀 더 탄력적인 심사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돼요. 외국에서의 보험기준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으며 국내외 학회가 비정기적인 간격으로 개편하는 가이드라인 역시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권고사항이나 권장지침에 불과하며 절대불변의 사용원칙은 아니에요.

향후 약제사용 인정기준의 재수정 작업시에는 대한고혈압학회 및 관련학회들과 좀 더 긴밀한 사전 협의와 자문이 필요할 거에요.

나날이 어려워져가는 국내 의료환경 속에서 양질의 환자진료와 학술연구의 중요한 사명을 수행하고 국제적인 학문의 동향을 발을 맞추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고혈압 분야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한고혈압학회의 더 높은 도약 발전이 필요해요.

이를 위해서는 학회 이사장님을 비롯한 운영 임원들의 헌신과 회원들의 절대적인 긴밀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민승기 기자: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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