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대신 ‘처방’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국회의원의 홈페이지가 시끄럽다. 의사와 의료기사들이 몰려와 각각 개정안 반대와 찬성 의견을 올리며 맞서고 있는 것.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종걸 의원(민주당)은 지난 18일 의료기사가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현행법 중 ‘지도’를 처방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이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6월 25일 현재 의사와 의료기사 등이 쓴 130여 건의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먼저 의사들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필명 ‘소망’은 “이 법안은 의료기사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의사의 의료행위를 부당히 제한하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원래 의료기사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으나, 의사의 엄격한 지도ㆍ감독 하에 자격 면허된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할 뿐”이라며, “의료기사법에 해당 의료기사의 제한된 업무범위와 한계가 규정돼 있는 것을 해당 의료기사의 배타적 권리라고 왜곡해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닥닥’이라는 필명의 네티즌도 “이번 개정안이 추후 어떤 의료계의 혼란을 일으킬지 잠시라도 생각해 봤는지 궁금하다.”면서, “국민 건강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서는 어떤 이권의 개입도 있어서는 안될 텐데, 이번 개정안을 보면 의료기사들의 로비에 의해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의 지도ㆍ감독 없는 의료기사의 단독 행위는 절대 그 행위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의사가 감독하지 않은 채 의료기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어떤 잘못된 행위를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필명 ‘분노’는 “의사는 채혈, 엑스레이 촬영, 물리치료 등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제한 없이 시행할 수 있는 면허를 받았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의료기사를 지도해 보조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의사는 이 같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도 의원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약을 약국에 가서 사야 하는 의약분업 시행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큰데, 이번 개정안은 환자의 불편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엑스레이 촬영, 채혈 등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편과 사고의 책임소재가 모호하게 돼 환자들의 불편 및 건강 위해가 심각해 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생협을 비롯한 사무장 병원들이 부당청구를 비롯한 온갖 불법의 온상지이며, 이들은 대부분 물리치료사가 만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법으로 규제를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이런 불법이 난무하고 있는데, 물리치료사의 물리치료실 직접 운영이 합법화 된다면 부당청구는 말할 것도 없고, 불량 건강식품 판매 같은 불법이 판칠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들며 의사들의 의료기사들에 대한 지도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일본은 ‘의사가 지시’하며, 미국은 일부 의료기사의 개인사무소 개설을 인정하는 주(州)가 있지만, 의사의 감독권한은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다.

반면 의료기사들은 현재 업무 관행은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인만큼 현행대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맞섰다.

필명 ‘정이로운’은 “10년 전에도 의료기사의 업무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뤄졌고 현재도 그렇지만, 아직도 법은 ‘지도’”라고 지적했다.

‘2013’도 “의료기사 업무에 대해 단 몇 시간 공부한 의사들이 의료기사를 지도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전 근대적 노예법이나 다름없는 의료기사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의료기사는 독립된 공간에서 전문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필명 ‘yongskull’는 “방사선사로 재직하면서 의사의 지도를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검진센터를 단독 개원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도’에서 ‘처방’으로 문구를 바꾸는 것이며 갑을 관계처럼 종속적인 관계를 개선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사 업무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보장하고 인정해 주기 위해 발의된 것”이라며, “의료기사의 단독개업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지금과 시스템이 바뀌는 것은 거의 없지만, 법률 자구를 개정함으로써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의무고용이 법제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현행법은 의무고용을 전제로 해서 업무지시를 하는 것과 동일한 체계라서 문제라는 지적이었다.”며, “현재는 의무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전제를 바꾸고 다르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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