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서울형 도시보건지소가 개소했다.
서울시는 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에 따라 지난해 각 자치구를 대상으로 도시보건지소 설립 지원 공모를 실시하고, 도봉구와 서대문구, 서초구를 도시보건지소 설립 대상 자치구로 선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미 각 구당 15억원씩 설립 예산을 지원했다. 이중 서대문구는 선정된 자치구 중 처음으로 22일 도시형 보건지소를 개소했다.
본지는 북가좌1동 주민센터 내에 위치한 서대문구 가좌보건지소를 찾아 규모 및 시설, 주위 환경 등을 살펴보고, 이어 현재 도시형 보건지소 설립 공사가 진행 중인 도봉구를 찾아 인근 의료환경 등을 알아봤다.


지난 19일 기자는 서대문구 가좌보건지소가 위치한 북가좌1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개소를 3일 앞둔 보건지소는 막바지 정리에 한창이었다.

가좌보건지소는 신축 건물에 규모도 크고, 현대식 장비 등을 구비하고 있었다.

▲가좌보건지소 내 작업치료/운동치료실
▲가좌보건지소 내 작업치료/운동치료실

가좌보건지소는 주민센터 내 3층과 4층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만성질환 상담실, 구강진료실, 구강상담실, 작업치료ㆍ운동치료실, 온열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가좌보건지소 내 재활치료실
▲가좌보건지소 내 재활치료실

▲가좌보건지소 내 온열치료실
▲가좌보건지소 내 온열치료실

개소 준비 중인 서대문구 보건소 직원에게 보건지소의 기능에 대해 물었다.

보건소 직원은 “만성질환 예방관리, 재활보건사업, 구강보건사업, 영양교실 등 주민 건강 증진에 관한 업무를 보게 될 것이다.”며, “다만, 진료는 보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러나 보건지소 내에 물리치료실과 재활운동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어서 진료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보건소 직원은 “자세한 사항은 22일 개소 후 방문해 달라.”고 일축했다.

▲가좌보건지소에서 바라본 인근 풍경
▲가좌보건지소에서 바라본 인근 풍경

가좌보건지소를 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는 온통 아파트 단지였으며, 재개발 단지라 그런지 의료기관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좌보건지소 길 건너 상가에 위치한 개원가
▲가좌보건지소 길 건너 상가에 위치한 개원가

▲보건지소 인근 상가에 붙은 병원 자리 상가 임대광고 현수막
▲보건지소 인근 상가에 붙은 병원 자리 상가 임대광고 현수막

하지만 보건지소 길 건너 상가에는 이미 내과가 개원한 상태였으며, 거리 여기저기에 병원용 상가 매매ㆍ임대를 알리는 광고도 붙어있었다.

주변에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대문구의사회 황주연 회장은 “해당 지역에서 아파트 재개발을 시작한 3년 전부터 주위 의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며, “현재 아파트를 짓고 있기도 하지만, 입주를 시작한 곳도 있어 차차 의원들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가좌보건지소 위치
▲가좌보건지소 위치

서대문구의사회는 보건소ㆍ보건지소의 진료 축소에 대해 서대문구보건소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황 회장은 “서대문구보건소에서 집중적으로 진료하지는 않겠지만, 만성질환에 관한 팔로우업(follow up) 등의 관리는 오전 정도만 하겠다고 양해를 구해왔다.”며, “여러 가지 시스템상 보건소도 나름대로 임무가 있어 의사 입장에서 강력하게 하지 말라고 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 범위 내에서 오전에만 팔로우업하는 것으로 양해돼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보건지소 개소가 인근 개원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황 회장은 “보건지소가 개소하면 당연히 개원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물리치료는 정말 문제인데 보건소ㆍ보건분소ㆍ보건지소 등 어디든지 물리치료실이 있다.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쪽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여러 자문을 받고, 충분히 부작용도 고려한 후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던져보는 식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고 비난했다.

▲보건지소 설립 공사가 진행 중인 도봉구 창2동 주민센터
▲보건지소 설립 공사가 진행 중인 도봉구 창2동 주민센터

황 회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도봉보건지소 건립이 진행 중인 창2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지난 3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현장은 이제 겨우 외형을 갖춘 단계였다.

▲도봉구보건지소 설립 공사 현장
▲도봉구보건지소 설립 공사 현장

창2동 주민센터는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총 5층 규모 증축을 통해 1층과 4층을 보건지소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다.

1층은 276.31㎡ 면적에 만성질환 관리실과 재활치료실 용도로, 4층은 334.53㎡ 면적에 방문보건실, 한방보건실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창2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공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공지사항에 따르면 오는 10월 23일 공사를 완료하고 11월 1일 개소할 예정이다.”며, “공사 중에 민원 업무를 보려니 직원들이 죽을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공사를 하려면 청사를 임시로 이전해 공사와 민원 업무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한 이유로 동시에 하다 보니 직원들도 힘들고, 주민도 불편해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보건지소가 개소되더라도 주민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보건소 이용자 대부분이 연로한 노인들이기 때문에 주위에 보건지소가 있으면 접근성이 용이해 보건소만큼의 시설은 아니지만 감기 등 어지간한 질환에 대해서는 (보건지소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충분한 공간이 확보돼야 쾌적한 의료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데 이곳은 너무 좁아 한정된 공간에서 개소할 경우 주민의 높은 기대심리가 충족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봉구보건지소 위치
▲도봉구보건지소 위치

앞서 지난해 5월 도봉구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봉구 창동 지역은 저소득층과 노인인구가 많지만, 인근에 보건기관이 없어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과연 그럴까? 기자는 창2동 주민센터 인근을 돌아봤다.

주민센터에서 신창시장까지는 약 3분 거리. 신창시장을 나오자마자 수많은 상가가 늘어선 대로가 눈에 들어왔다.

▲창2동 주민센터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외과의원
▲창2동 주민센터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외과의원

▲창2동 주민센터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내과의원
▲창2동 주민센터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내과의원

대부분 상가마다 내과, 외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수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밀집해 있었다.

기자는 의원들이 밀집한 대로변 의자에 앉아 30분 정도 지켜봤다.

노인들을 비롯한 상당수 환자가 내과 및 재활의학과 의원을 찾는 것이 목격됐다.

도봉구청 보건정책과 관계자의 말대로 보건기관은 없지만, 의료 접근성이 취약해 보이지는 않았다.

도봉구의사회 역시 보건지소 설립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구의사회 관계자는 “도봉구는 노인이 많아 보건지소가 개소하면 만성질환 환자들이 자주 찾는 의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하지만 시에서 추진하는 것이라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시는 내년까지 도시형 보건지소를 75개까지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의료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에 따르면 보건소보다 조금 작은 개념의 표준형 보건지소는 25개소로 개소당 15억원을, 표준형보다 작은 규모인 참여형 보건지소는 50개소로 개소당 1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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