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예방백신 자급화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백신을 생산하는 주요 선진국들은 자체생산을 통해 우선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생산 자급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나라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가 발 벗고 나서야만 했다. 백신 주권 확보는 국가의 경제력 및 국가안보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됐다. 본지는 현재 국내 백신 산업의 현황과 국내 백신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SK케미칼ㆍ녹십자ㆍLG생명과학을 집중 조명해봤다.

전 세계 백신 시장의 규모는 2011년도 317억 달러(약 35조원)로, 최근 6년간 연평균 11.5%씩 성장함으로써 2017년도에는 567억 달러(약 65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백신 시장의 규모 확대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국가의 백신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고, 폐구균 백신이나 자궁경부암 백신 등 고가의 프리미엄 백신과 개량백신(혼합백신 등)의 성장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형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백신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이미 감지하고 백신회사의 인수를 통해 백신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SK케미칼, 녹십자, LG생명과학 등이 국내 백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연구ㆍ개발 중에 있다.

▽우리나라 백신 안보 지키는 SK케미칼
SK케미칼 Life Scienc Biz.에서 전개하는 백신사업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국내 백신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우리나라 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R&D를 통해 우리나라 백신 주권을 지키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에서 판매하는 백신은 총 11가지. B형간염, 수두,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소아마비,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Td(파상풍/디프테리아) 등 국가필수 예방접종 백신과 뇌수막염, 독감 백신 등 기본적인 백신제품의 포트폴리오가 탄탄하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판매중인 프리미엄 백신제가 더해져 SK케미칼 백신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SK케미칼은 폐렴, 자궁경부암, 로타바이러스 백신 등 최신 백신을 발빠르게 국내에 도입해 국가 보건에 기여하고 있다.

백신 생산을 전담하는 오산 공장의 생산시설도 국내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 SK케미칼 백신제제를 생산하고 있는 오산공장은 독감 백신, 성인용 Td 백신, DPT백신 및 HIB백신(뇌수막염 예방백신 상품명: 퍼스트 힙)을 국내 최초로 프리필드 시린지 타입으로 발매해 최신형 백신의 국내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 백신 안보 확립을 위한 세포 배양 방식 또한 정부 지원사업을 토대로 대규모 세포배양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대지면적 6만 3,000㎡에 연간 1억 4,000만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이 공장은 원액 및 완제생산시설부터 제품 검증 시설(QC/QA)을 비롯한 물류창고까지 모든 부대 시설을 포함하고 있으며,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파일럿 시설까지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백신 제조사로 도약하고 있는 ‘녹십자’
녹십자는 글로벌 리딩 기업이 되기 위한 성장동력을 R&D와 글로벌시장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백신 부분이다. 녹십자가 시장 잠재력(Market potential), 개발 성공 가능성(Success rate), 글로벌 경쟁 현황(Global competition)을 분석해 선정한 백신 부문의 글로벌 전략 품목은, 오랜 기간 동안 회사의 주력제품이었던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이다.

독감백신과 수두백신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WHO로부터 WHO 산하기관의 국제입찰 참가 자격인 PQ(Pre Qualification)를 받을 정도로 제품의 경쟁력이 우수하다.

싱글도즈와 멀티도즈 모두 PQ를 받았으며, 이는 세계적인 거대 글로벌 기업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독감백신은 세계적으로 약 30억불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수두백신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와 경쟁하며 지속적인 매출 증대를 이루고 있다. 수두백신은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돼 개발 진입 장벽이 높아 현재 세계적으로 녹십자를 포함한 3개 회사만이 백신을 공급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은 약 25억불 규모다.

뿐만 아니라 녹십자는 생산기간이 기존 독감백신보다 단축되는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을 201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는 생산성이 높은 MDCK세포주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배양액에 부유된 상태로 세포가 자라는 현탁배양 방식으로 생산성을 더욱 높여 경쟁력을 확보했다.

녹십자가 개발한 현탁배양 MDCK세포는 혈청을 쓰지 않는 serum-free, protein-free 배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혈청 유래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안전성까지 높였다.

이와 함께, 녹십자는 전통적인 스테인레스 바이오리액터(배양기)를 사용하는 배양 방식과 더불어 초기 비용이 낮고 생산 규모 확대가 쉬운 차세대 바이오리액터인 디스포저블 바이오리액터를 이용하는 2가지의 세포배양 독감백신 생산 공정을 확립했다.

이로써 녹십자는 세포배양 백신 생산에서 초기투자 비용 및 운용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게 돼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제품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이외에도 녹십자는 AI백신, BCG 백신(결핵), 재조합 탄저백신, 성인용 Td(파상풍, 디프테리아)백신, Tdap(파상풍, 디프테라이, 백일해) 백신 등 차세대 백신도 개발 중이다.

▽LG생명, 백신 분야를 3대 핵심사업으로 선정
LG생명과학 대사질환, 바이오의약품, 백신 분야를 3대 시장선도 핵심사업으로 해 이 분야에 핵심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생명과학은 백신분야에서 1990년대부터 한국 최대의 백신수출 기업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WHO 인증 및 세계적 품질기준을 갖춘 생산설비, 그리고 최근 국내 최초로 개발 및 상업화에 성공한 뇌수막염 백신과 5가 혼합백신의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급을 통해 백신 사업분야 매출을 대폭 신장시킬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백신인 유박스B는 1991년 개발된 2세대 B형간염백신으로, 1996년 유전자재조합 B형 간염백신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세계보건기구인 WHO(국제보건기구)로부터 의약품 생산 및 품질관리 기준에 적합 판정을 받아 물량을 공급 시작했고, 2007년에는 WHO로부터 최대공급사로 선정돼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후 2004년과 2005년에는 UN의 산하 기관인 유니세프와 범미보건기구(PAHO)에도 품질인증을 받아 전세계 80여개국에 국산 백신인 유박스의 수출이 되어 LG생명과학의 대표 백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1년 출시된 LG생명과학의 유히브는 2세 미만 영유아의 뇌수막염 원인균 중 95%를 차지하고 있는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비형 균 (Haemophilus influenzae type b)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뇌수막염 백신 시장에 순수 국내기술로 원료 합성부터 생산, 판매되는 최초의 국산제품이다.

특히 단백결합기술이 국내 처음 적용된 제품으로 1세대인 다당 백신에 비해 높은 면역성을 보이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백결합 백신과의 비교임상결과에도 우수한 면역원성을 나타낸다.

단백결합백신은 병원균에서 추출한 다당 항원만으로는 2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면역원성이 약해 항체반응이 증가하지 않으나, 다당 항원에 운반단백을 결합시킴으로써 우수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 2세대 백신이다.

병원균으로부터 안전하게 항원을 대량 생산하고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 및 이를 운반단백과 접합해 균질한 품질을 갖는 단백결합백신을 생산하는 기술의 높은 난이도로 인해 기술적 진입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기술적인 난이도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히브 접합백신으로서 WHO 인증을 받은 제품이 5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글로벌 메이져 제약사가 개발한 제품들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비용과 투여 횟수를 줄이는 혼합백신의 개발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특히 이 혼합백신의 구성요소중 특히 히브 백신의 확보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LG생명과학은 이미 DTP-HepB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 간염 혼합백신)백신과 히브 백신으로 구성된 5가 혼합백신의 개발을 마쳤으며, WHO 인증을 지난 2012년 완료했다.

2012년에는 중국 천진의약그룹과 유히브 백신의 개발 및 판매, 라이센싱, 파트너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을 맺고 중국시장에 제품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계약을 통해 LG생명과학은 완제를 공급하고, 파트너사인 천진의약그룹은 중국내 판매를 위한 임상, 등록,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현재 LG생명과학은 소아마비백신과, 6가 혼합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소아마비백신의 경우 WHO로부터 생산 및 공급 파트너로 이미 선정돼 제품의 개발이 완료됐을 경우 WHO를 통해 전세계로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며 이 제품을 통해 추후 6가 백신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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