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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약국은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생생인터뷰]약사 금연상담 지적한 은혜병원 유홍섭 과장
손의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3.04.06 6:2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공공의료 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약국에서 약력관리, 금연상담, 절주 상담, 자살 예방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도 포함하고 있다.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이 발표되자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인이 아닌 약사에게 불법 의료 행위를 조장하려는 계획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 철회보다는 내용을 수정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인천은혜병원 정신과 유홍섭 과장은 개인 차원으로 서울시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며, 이 사업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유홍섭 과장을 만나 건강증진협력약국의 문제점과 올바른 금연 및 자살예방 사업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손의식 기자: 인천에서 근무하고 계신 데 서울시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홍섭 과장: 헬스포커스 기사를 통해 건강증진협력약국에 대해 알게 됐어요. 저도 처음에는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는데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지난 2008년 의약품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접하게 됐죠. 읽다 보니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에 대해 막연하게 이해하는 것보다 더욱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었죠. 쉽게 말해 약사들이 금연 상담 및 자살 예방 상담 등 일차의료기관에 준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게 됐고, 서울시에 전화하게 됐어요.

손의식 기자: 서울시에 어떤 내용을 물었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유홍섭 과장: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물었어요.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상당히 무성의했어요. 두 차례나 전화를 했는데 정해진 것도 없고, 의견 수렴 중이라고만 하더라고요. 자꾸 무엇인가 숨기는 뉘앙스였어요. 단지, 나중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알 수 있다는 말만 들었어요. 보도자료를 배포할 정도면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이 있을 텐데 말이죠. 서울시에서 보건복지부에 약사의 금연상담이 진료행위에 속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한 부분도 물어봤어요. 그러나 그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히던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보공개 요청을 해서 확인했죠. 왜 그것조차 답변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손의식 기자: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홍섭 과장: 서울시가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건강증진협력약국을 구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금연치료 준비작업으로 설문조사도 하고, 실질적 상담 및 약물학적 치료도 포함돼 있어요. 정신과의 행동치료적 요인이 들어가 있었어요. 환자에게 금연 패치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의료적 행위가 다수 포함된 점이 문제에요.

손의식 기자: 그 정도인가요?

유홍섭 과장: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거나, 해당 면허가 없는 이들이 이런 행위를 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요. 약사의 기본적 역할은 약을 조제하고 보관 및 판매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하면서 진료를 하겠다는 것이에요. 명백하게 약사의 면허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원칙도 훼손하겠다는 것이죠.

손의식 기자: 현재 보건소에서도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는데 왜 유독 약국에서 금연상담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나요?

유홍섭 과장: 보건소의 금연 상담이 순수한 공익적 목적이라면 약국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요. 쉽게 말해 금연상담을 하면서 금연보조제도 팔 수 있다는 거죠.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에도 약사의 임의조제 및 대체조제 등 문제점이 많은데 금연과 관련된 약을 파는 이해당사자가 금연상담을 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죠.

손의식 기자: 그렇군요. 그렇지만 서울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사업이 시행될 경우 우려되는 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유홍섭 과장: 저는 정신과 전문의니까 쉽게 자살예방사업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연구보고서를 보면 자살 증후를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각각 나눠서 정신과적 상담을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요.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의료기관이 아닌 정신보건센터에 연계토록 하고 있죠. 자살 증후는 경험이 많은 정신과 전문의조차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증후를 약사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손의식 기자: 판단이 어렵다는 말씀이군요?

유홍섭 과장: 제대로 판단을 하려면 결국 면담을 해야 해요. 면담하는 순간 이미 실질적 진료행위에 속하게 되죠. 서울시는 동네 약국이 사랑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살 증후가 보이는 이들을 약국에서 정신보건센터로 연계토록 하는 것이 자살예방 사업이라고 하고 있어요. 그 정도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죠.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에요. 이런 걸 사업이라고 추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다 보면 결국 재정적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죠. 또 약국이 그런 이들에게 수면제나 항불안제 및 항우울제 임의로 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장담할 수 없고요.

손의식 기자: 그렇다면 올바른 금연 및 자살예방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유홍섭 과장: 대한민국에 의사가 얼마나 많나요. 이런 문제는 비전문가가 아닌 의료인에게 의뢰하는 것이 우선순위에 맞죠. 일차의료기관 역시 치료뿐만 아니라 건강관리를 위한 상담 등 포괄적 예방 서비스에 적극 관여해야 해요. 서울시만 놓고 봐도 일차의료기관이 상당히 많잖아요. 이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비의료인에게 넘긴다는 것은 문제가 있죠.

손의식 기자: 그렇군요.

유홍섭 과장: 아무리 본인이 대체의료나 비전(秘傳)이 있다고 주장해도 그런 이들에게 의사면허를 주지는 않잖아요. 이런 이들에게 의사면허를 줬을 때 행해지는 불법적인 행위가 건강을 침해할 가능성 높기 때문이죠. 또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국제보건기구에서 이미 흡연을 질병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된 금연치료를 받으려면 금연 상담료 및 치료제를 비급여가 아닌 급여로 풀어야 해요.

손의식 기자: 서울시의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이 다른 지자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유홍섭 과장: 당연하죠. 서울시는 어떻게든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을 밀어붙일 것이 분명해요. 서울시에서 시행하면 당연히 다른 지역의 롤모델이 되고 퍼져 나가게 되겠죠. 지금은 금연 및 자살예방사업에 한정돼 있지만 나중에는 알콜중독이나 다른 여러 질환이 다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손의식 기자: 서울시가 이 사업을 어떻게 수정하기를 바라시나요?

유홍섭 과장: 건강증진협력약국 사업은 진료행위와 비진료행위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상징적 의미가 커요. 나중에는 다른 진료도 포함할 테고요. 그렇다면 의료기관과 약국이 무슨 차이가 있고 어떤 의미가 있겠어요. 서울시가 사업을 어느 정도까지 수정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수정하던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봐요. 문제가 많다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처음부터 다시 고려하는 게 최선일 것입니다.

손의식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손의식 기자  pressm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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