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관내 약국에 의료기관이라는 명칭이 포함돼 있는 현판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부산광역시 진구보건소는 지난 2011년 8월 ‘민간의료기관 금연클리닉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내 5개 의원급 의료기관과 5개 약국을 시범사업 대상 기관으로 선정했다.

진구보건소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지정된 의원에서 전문의료진에 의해 니코틴 의존도 검사 및 일산화탄소 측정 등 6주간 4회 금연 상담을 받은 후 의료기관이 흡연량에 따른 니코틴보조제 처방 쿠폰을 발급하면 지정된 약국에서 쿠폰을 니코틴보조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를 위해 진구보건소는 동네의원과 인근 약국을 일대일 매칭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선정된 기관은 가야동의 K내과의원과 O약국, 개금동의 O내과의원과 H약국, 당감동의 B내과의원과 J약국, 부전동의 W의원과 S약국, 범천동의 Y의원과 E약국 등 총 10개 기관이다.

진구보건소는 주민에게 금연클리닉 시범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이들 기관에 시범사업을 알리는 현판을 제공했다.

▲부산 부전동 S약국 앞에 부착된 현판. 부산진구보건소와 함께하는 금연클리닉 지정 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 있다.
▲부산 부전동 S약국 앞에 부착된 현판. 부산진구보건소와 함께하는 금연클리닉 지정 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 있다.

▽약국에 붙은 의료기관 명칭 현판, 보건소가 제공
문제되는 부분은 현판의 내용이다.

확인 결과, 진구보건소는 ‘부산진구보건소와 함께 하는 금연클리닉 지정 의료기관’이라는 내용의 현판을 의료기관에 지정된 5개 의원 외에 함께 지정된 5개 약국에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 3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란 의료인이 공중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해 의료ㆍ조산업을 하는 곳을 말하며,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42조에서 의료기관이 아니면 의료기관의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구보건소는 약국에 의료기관이라는 명칭의 현판을 제공한 것이다.

이들 약국 중 부전동의 S약국과 당감동의 J약국은 시범사업이 지난 2012년 완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버젓이 현판을 부착한 채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까지 의료기관 현판을 붙인 채 영업을 하고 있는 부산 당감동 J약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금연클리닉 지정 의료기관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현판은 보건소에서 제공했다. 떼야 하는데 당시 현판을 붙인 사람들이 너무 세게 붙여 놓았기 때문에 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붉은 색 원으로 표시된 문제의 현판. 이들 약국은 아직까지 의료기관 명칭의 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붉은 색 원으로 표시된 문제의 현판. 이들 약국은 아직까지 의료기관 명칭의 현판을 달고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진구보건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1년 동안만 시범사업을 했기 때문에 현판을 떼야한다. 아직까지 붙이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약국에 의료기관 현판을 내려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부산시  “시범사업 중 빚어진 착오... 의료법 적용은 지나쳐”
부산시는 이같은 사실을 부인했으나, 확인 후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부산시 복지건강국 관계자는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는데 당시 금연클리닉 의료기관을 지정하면서 약국을 연계했는데 약국에 나간 현판이 지정의료기관으로 나간 것 같지는 않다.”고 했으나, 잠시 후 “당초 약국 따로 의료기관 따로 현판을 제작하라고 했는데 인쇄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의료기관이라는 명칭으로 인쇄한 것 같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판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즉시 철거토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약국이 의료기관 명칭을 사용한 것은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약국은 의료기관에 포함이 안되기 때문에 의료기관 명칭을 사용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며, “금연클리닉 사업을 의료기관과 연계해서 한다면 해당 의료기관과 연계했다고 표시해야 하지, 의료기관이라고 표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의료법 위반이지만 위반ㆍ처분 주체 같아 애매한 상황”
의료법 제92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아닌 곳이 의료기관의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했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료법에 따르면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지부장관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부과ㆍ징수한다.

하지만 이들 약국의 경우 의료기관 현판을 약국이 직접 부착한 것이 아니라 보건소에서 제공하고, 인쇄 업체가 부착해 과태료 징수 대상이 애매한 상황이다.

실제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과태료 주체가 시ㆍ도인데 이 경우 누가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시민을 위한 사업에 의료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복지건강국 관계자는 “금연클리닉 시범사업은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시민을 위한 것이다.”며, “시민 건강증진을 위해 의사와 약사가 도와준건데 지금 와서 의료법 위반이라고 하면 향후 건강증진 사업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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