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사회(회장 조인성) 정기총회가 감사 보고, 결산, 예산안을 놓고 대의원들과 집행부가 대립하면서 막말과 비난으로 파행을 빚었다.

특히, 조인성 회장은 집행부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회장직을 걸고 회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30일 경기도의사회관에서 ‘제67회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기총회는 재적 대의원 177명 중 72명 참석, 위임 86명으로 성원된 가운데 회칙개정안과 감사의 권한을 강화한 규정과 보고 내용, 새해 사업계획(안), 예산(안) 의결을 두고 대의원들이 6시간 동안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별 소득 없이 마무리 됐다.

감사의 권한을 강화한 규정만 통과됐을 뿐 회칙개정안은 당일 자료를 넘겨 받은 것을 고려해, 회칙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오는 11월 30일까지 논의해 차기 정기총회에 상정하기로 의결했다.

집행부의 미 제출 자료가 많아 예결산분과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결산안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재논의 하는 것으로 의결했으며, 예산안은 부결됐다. 

이날 정기총회는 오전 1시 30분까지 진행됐지만 대부분 심의 안건이 부결됐다. 대의원들과 집행부 사이의 막말과 고성만 오갔을 뿐이다.

예결산안을 부결시킨 대의원들과 집행부 총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집행부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는 무엇일까.

▽총회 당일 받은 자료집, 회칙개정안 발목 잡아
경기도의사회 대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시작과 동시에 회칙개정안과 감사규정개정안, 감사 보고서 등이 담긴 회의자료를 받았다.

그렇다 보니 사전에 검토하지 못한 대의원들은 회칙개정안 등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상정된 회칙개정안에는 ▲감사 임시총회 소집 요구권 ▲대의원 수 조정 ▲총회 및 분과위원회에 위임장으로 출석한 대의원의 경우 개의정족수와 의결정족수에 모두 포함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위임장으로 출석한 대의원을 의결정족수에 포함하는 것은 판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대의원들은 총회 당일 회의자료를 받아 충분히 숙지할 여유가 없었다며 이를 부결시키고 회칙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회칙개정특별위원회는 대의원 의장단, 권역별 대의원 각 1명씩, 집행부 3명 등으로 구성되며, 오는 11월 30일까지 활동한다. 특위에서 마련한 개정안은 차기 정기총회에 상정된다.

▽의결정족수 출석대의원수? 재석대의원수?
집행부 임원들이 회의장 오른쪽 가장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
집행부 임원들이 회의장 오른쪽 가장자리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
이날 총회는 회칙부분개정안과 감사업무규정 개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의결정족수를 놓고 대의원들끼리 첨예하게 대립했다.

감사의 업무 권한을 강화한 감사업무규정 개정안에는 ▲감사 결과 부당사항의 시정요구와 관계 임직원에 대한 불신임 및 문책요구나 조언 또는 권고 ▲감사가 회계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도의사회 예산으로 회계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음 ▲감사 업무에 적극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위반하는 임원의 불신임을 대의원회에 요청할 수 있고, 대의원회 의장은 대의원 총회에 이를 안건으로 산정해 심의ㆍ의결하게 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감사가 집행부 불신임을 권고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집행부와 대의원들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으나 양재수 의장의 직권으로 토론이 종결되고, 감사업무규정 개정안에 대한 항목 하나 하나를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감사업무규정 개정안 모든 조항이 의결됐다.

하지만 재석 대의원수를 기준으로 개정안이 통과되자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행부와 대의원들은 출석 대의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경기도의사회 회칙에서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총회 의결은 회칙 제25조 1항 ‘재적 대의원 과반수 출석으로 성립하고 출석 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가부동수일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한다. 다만, 회칙의 개정사항은 출석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출석 대의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는 재적 대의원 177명 중 158명이 참석한 가운데 절반 이상인 86명이 위임장을 제출해 의결권이 없는 상황이어서 어떠한 안건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총회는 찬반투표를 통해 재석대의원을 기준으로 의결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회의를 속개해 감사업무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두 명의 감사, 두 개의 감사보고서
이날 정기총회의 갈등은 두 명의 감사가 서로 다른 의견의 감사보고서로 절정에 달했다.

먼저 서기홍 감사는 일부 증빙서류를 받지 못했지만, 2012년 결산고서가 합리적인 근거를 기초로 작성됐다며 큰 결점이 없어 결산보고서가 적정하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반면, 김세헌 감사는 집행부와 사무처가 감사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채 상당수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결산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상당수의 예산 집행에 있어 공적 용도가 아닌 사적 용도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돼 이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이에 대한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사용내역 확인을 거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경우 과도한 예산집행이 있었으며, 심지어는 상임이사회의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회의가 이루어진 경우도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의사협회와 상호 공조하지 않은 독자 행보, 전임 집행부 직원들의 교체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두 감사의 보고서가 엇갈리자 대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으며, 전혀 다른 감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니 두 감사 모두 사퇴하고, 재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젊은 대의원들은 일부 증빙자료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서를 제출한 서기홍 감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서기홍 감사는 3월 28일 열린 예결위에서는 몸이 불편해 감사 준비를 못했다고 말해놓고 총회에서는 감사 결과 문제 없다며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기홍 감사는 “대외협력비의 경우 관행적으로 해왔던 수준의 문건을 받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증빙을 요하는 자료는 없었다.”는 답변을 내놔 대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반면, 일부 대의원들은 의사협회 전임 장동익 집행부와 경만호 집행부가 특별 감사로 인해 망신을 산 사례가 있다면서, 이러한 강도 높은 감사가 누굴 위한 것이냐며 김세헌 감사를 질타했다.

감사 보고를 놓고 대의원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자 최동락 재무이사는 발언 기회를 얻어 “(김 감사의 보고가) 사실과 다르다.”며, “2월 4, 15일, 3월 8, 13, 21, 26일 등 총 6번에 걸쳐 요구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고, 2월 회계 부분은 회기가 바뀌는 부분에서 착오가 생긴 것이다.”고 해명했다.

최 재무이사는 이어 “감사는 감사를 함에 있어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됨에도 불구하고 감사가 외부에 자료를 유출했다.”면서, “외부에서 경기도의사회 집행부가 횡령했다는 등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며 감사 자료 유출을 언급했다.

▽결산보고서 인준 부결 및 예산안 부결
이날 정기총회에서 결산보고서 인준과 예산안이 부결됐다.

2012년 결산보고서 승인안은 앞서 열린 예결위에서 집행부 제출 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심의하지 않아 총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의원 총회는 예결위가 아닌 특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추후 다시 심의하기로 의결했으며, 특별심의위원회 위원 국성은 대의원회에 위임하기로 했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집행부와 대의원 간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

예결위는 올해 집행부가 제시한 예산안에서 의원발전협의회, 젊은의사미래모임 등 추진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대외협력비를 4,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줄인 데 반해 대의원 운영비 등은 증액한 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전철환 예결위원장은 “집행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너무 방대하고 많은데다 의원발전협의회나 젊은의사미래모임 등은 의사협회에서 추진하는 사안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삭감했다.”며, “일부 증빙되지 않은 부분은 징벌적 성격으로 예산을 깎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결위가 집행부의 예산안을 삭감하고 새롭게 상정한 예산안 가운데 일부 항목에서 수치상의 오류가 발견됐다.

이와 관련 한 대의원은 수치상의 오류를 지적하며, 예결위는 물론 의장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따졌고, 집행부는 집행부 예산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한부현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28일 예결의 회의 녹취록를 공개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철환 예결위원장은 늦은 시간까지 예산안을 작성하다 보니 실수가 생겼다며, 수치상의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전체 금액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피력하며, 표결에 부칠 것을 촉구했다.

그 결과, 예결위의 예산안이 상정됐지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2013년 예산안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사회 집행부는 향후 예ㆍ결산안을 다시 심의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조인성 회장, 집행부 총사퇴 불사…“재신임 묻겠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오른쪽)이 양재수 의장(왼쪽)에게 발언을 요청하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오른쪽)이 양재수 의장(왼쪽)에게 발언을 요청하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

감사보고서와 예산안 삭감, 결산보고서 부결 등으로 회의장 우측에 앉아있던 집행부 임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조인성 회장은 발언을 통해 “집행부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회원들이 재신임을 하지 않을 경우 회장직 사퇴는 물론 집행부 총사퇴 하겠다는 것이다.

조인성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230번의 회의와 만남으로 주2회 병원 문을 닫고 외부로 뛰어 다녔다.”며, “하지만 대의원총회 상황은 여러모로 비참하다. 집행부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조인성 회장은 “미숙한 회무는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집행부 부족한 점 많이 있었고, 전임 집행부에서 인수인계 못 받은 것도 있었다.”면서, “대의원회 의장이나 감사가 회장이 사용하는 승용차 기름 리터수 조사, 회장이 택시 타고 다닌 금액에 대해 육하원칙에 의거해 근거를 대라는 등의 무리한 감사 요구로 지난 3개월간 회무는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한탄했다.

조 회장은 이어 “경기도의사회장에 출마한 이유는 어려운 의료계 현실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일하기 위해서였고, 지난 1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대의원총회 상황은 너무나 비참하다. 회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고, 불신임 된다면 떠나겠다.”고 밝혔다.

또, “만약 재신임이 된다면 그 동안에 있었던 감사를 열린 마음으로 다시 받을 수 있지만 범죄자 취급하면서 육하원칙에 의거해 수사관처럼 감사하지 말아달라.”면서, “예산안도 다시 상정해 대의원에게 가부를 묻고 적법하게 진행시켜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발언에 몇몇 대의원들은 회장 불신임 안건을 긴급 동의안으로 제출했다.

이에 대해 양재수 의장은 “회칙상 총회에서 회장 재신임 가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재적 대의원의 2분의 1이 참석해야 하지만 현재 그렇지 못하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신임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조 회장은 “집행부 권한으로 직권으로 전회원 투표로 불신임 묻는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