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만 한 달이 되어간다. 제18대 대선에서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내각 출범이 지연되는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주요 인선을 마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저수가와 각종 규제 일변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계는 새 대통령에게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이러한 의료계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및 국정과제 등을 통해 정책기조를 살펴봤다.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현재까지 여러 루트를 통해 밝힌 견해를 중심으로 의료계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짚어봤다.

▽’실세’ 장관 취임, 의료계에도 봄날이?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의 실세로 분류되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되자 의료계와 복지부 내부에서는 기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진 장관이 인사청문회에 앞서 보건복지위원들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현행 행위별수가제가 진료량과 비급여진료 증가를 가져오는 등 한계점이 존재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포괄수가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혀 의료계의 실망을 자아냈다.

앞서 대선 전인 지난해 12월 14일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두 후보의 보건의료정책 분야 공약에 대한 비교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포괄수가제, 총액계약제, 성분명처방 등 의료계의 첨예한 3개 현안에 대해 ‘전면 반대’의 입장을 보였던 것과 상반되기 때문.

또한 진 장관은 청문회에서 개인적인 도덕성 검증 등은 무난히 통과했지만,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나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 법조인 출신의 비전문가라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교적 무난한 청문회 통과 후 취임한 진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들이 좀 더 안락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강조하며,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내세웠다.

또, 그 동안 해묵은 직역간 갈등 해소를 위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합의를 이뤄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 장관 첫 행보는 NMC…공공의료 ‘중점’
진영 장관은 취임 후 첫 행보를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원장 윤여규)에서 시작함으로써 공공의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기조를 몸소 보였다.

진 장관은 지난 13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윤여규 원장을 비롯 홍인표 진료부원장, 서길준 기획조정실장 등 의료원 관계자 20여명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윤 원장은 업무보고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 일반현황 ▲공공보건의료사업 추진 현황 ▲주요 현안 과제 등을 설명했다.

진 장관은 업무보고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공공의료 강화와 취약계층 진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의료원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도 진 장관은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 공공의료원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 수익성보다 공공성이 당연히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병원이 많이 확대돼야 취약지역도 배려할 수 있고, 취약계층이 저렴한 의료비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공공병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민간의료가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리병원 추진은 당분간 어려울 것”
이명박 정권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영리병원 및 의료민영화 논의에 대해 진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워낙 강해 현재로서는 추진이 어려울 것 같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이같이 답한 것. 특히 인천시가 송도에 비영리 국제병원을 세우겠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반면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영리병원은 단순히 영리화의 문제가 아니라, 앞선 역사와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변화 등과 연관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현 정권에서도 영리병원을 둘러싼 계속된 논란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지난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대표적 의료민영화로 영리병원이 지목되고 있지만, 민간의료의 병상과잉 문제가 만연한 상태에서 의료공급을 확대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 과장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은 이명박 정부가 아닌, 2003년 참여정부 당시 법으로 제정돼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난 정권의 무리한 시도로 지적하는 목소리에 반박했다.

또, 최근 일부에서 비영리법인 형태의 국제병원을 제안하는 것에 대해 “경자법으로는 불가능 의료법이 개정돼야 가능하지만,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가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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