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만 한 달이 되어간다. 제18대 대선에서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내각 출범이 지연되는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주요 인선을 마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저수가와 각종 규제 일변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계는 새 대통령에게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새 정부가 이러한 의료계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및 국정과제 등을 통해 정책기조를 살펴봤다. 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현재까지 여러 루트를 통해 밝힌 견해를 중심으로 의료계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짚어봤다.

▲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공약과 국정과제 통해 본 정책 방향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 시절 내세운 보건의료 공약은 크게 4대 중증질환 국가 전액보장과 65세 이상 어르신 임플란트 단계적 급여화, 본인부담 상한제 세분화 등 3가지로 압축된다.

당선 후 인수위가 지난달 21일 밝힌 140대 국정과제에는 의료보장성 강화 및 지속가능성 제고, 건강의 질을 높이는 보건의료서비스체계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대부분이 이명박 정부 정책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이며, 구체적 실천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정과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의료계가 줄곧 주장해 온 1차의료 활성화와 획일화된 수가체계 개선 등이 담겨 눈길을 끈다.

인수위는 동네의원과 병원, 대형병원간 기능재정립을 위해 일차의료 활성화, 전문병원 및 지역거점병원 육성, 연구중심병원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핵심 공약이었던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보장은 필수적 의료서비스에 한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100% 보장하기로 하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대표적 비급여 항목은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 부담을 줄여나가겠다고 전했다.

어르신 임플란트는 2014년 75세, 2015년 70세, 2016년 65세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본인부담상한제는 현행 3단계인 상한제를 7단계로 세분화해 저소득층의 상한액을 2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낮추고 고소득자 상한액은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약산업 글로벌 10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육성 펀드’를 조성하고, 제약산업 해외진출 전문인력 양성, 제약산업 특성화 대학원 추가지정, 기술투자 중심 의약품 유통구조 선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첨단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해 융복합 신의료기기 R&D를 강화하고,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을 지정하며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복합헬스케어타운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는 이외에도 한의학의 세계화, 저출산 해소 정책, 혁신형 건강플랫폼 모델, 응급의료체계 개편, 공공의료 확충 계획안 등을 내놨다.

▽4대질환 공약 말 바꾸기 논란은 ‘진행 중’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주요 보건의료 공약의 말 바꾸기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의 내용이 전면 수정됐다며 대통령의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인수위와 여당 측은 원래부터 그런 내용이었다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인수위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는 애초부터 박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새누리당의 공약집과 TV 토론 시 박 당선인의 발언을 근거로 ‘말 바꾸기’라고 비판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4대 중증질환 국가 전액보장 공약과 기초노령연금 공약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며 집중 공격했다.

이에 대해 당시 진영 후보자는 “해당 공약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는 취지였고, 3대 비급여는 원래부터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선거의 특성상 짧은 문장으로 공약을 전달하려다 보니 캠페인성 구호로 만들어져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제화까지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위 김용익 의원(민주통합당)이 지난 12일 4대중증질환 전액보장과 임플란트 보험적용 등의 공약내용을 법제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

김 의원은 이번에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함께, 지난해 10월 31일 선택진료비 폐지 및 급여화를 주요내용으로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4대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1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부담 공약의 실행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소요 추계 등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2014년부터 4년간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와 본인부담상한제 개선 등의 공약을 추진하는데 약 10조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된다고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복지부는 국정과제 발표대로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되, 개인적 선택에 해당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은 보장성 항목에서 제외한다고 보고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중 비급여 개선안 나온다
정부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보장 공약과 관련, 3대 비급여를 보장 항목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해당 질환을 필수의료서비스와 비급여로 나눠 투트랙으로 접근한 개선방향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회 경제사회정책포럼(대표의원 김용익)이 지난 12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손영래 보건복지부 4대중증질환 TF팀장은 “공약에 3대 비급여가 포함되느냐가 많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국정과제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손 팀장은 다만 3대비급여 문제의 핵심은 선택적 영역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선택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일 개최된 병원의료정책포럼에서도 “새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의 기본원칙은 의학적 필요가 있는 필수의료는 전면 급여화하는 것”이라며, “추진방향을 보면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고, 급여기준을 확대하는 반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본인부담은 존속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또, “비급여의 급여 전환과 급여기준 확대 등 보장 강화를 위해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정 마련 방안으로는 지출 절감, 보험료 구조 개편, 보험료 인상 등의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를 위해 가격 산정의 문제, 수량 통제의 문제, 비급여 통제의 문제 등이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언급했다. 수가 계약과 급여기준 및 심사 등으로 의료계에 들어가는 지출을 통제할 계획이라는 것.

또한 “비급여 통제를 위한 새로운 제도가 예상된다.”고 전해 의료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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