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관내 보건지소ㆍ보건진료소의 대대적인 통ㆍ폐합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는 진접읍 금곡리 1085번지 수질복원센터 내 부지에 오는 12월까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남양주시의 보건지소 몸집 불리기 사업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보건지소의 진료기능도 함께 확대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남양주시청과 통합보건지소가 설립되는 부지 및 인근 개원가를 직접 방문해 통합보건지소의 설립 배경과 주위의 반응을 직접 들어봤다.


처음 방문한 곳은 남양주시청 보건사업과 보건행정팀. 이곳에서 보건행정팀 관계자로부터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설립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건행정팀 관계자에 따르면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공사비는 약 40억원으로, 의료기기 구입비 8억원은 별도로 투입할 예정이다.


대지면적은 4,534㎡로, 1층은 207㎡의 면적에 ▲예방접종실 ▲임상병리실 ▲X-Ray 촬영실 ▲모자보건교육실 ▲진료실 ▲물리치료실 등이 들어서게 된다.

2층은 454㎡ 면적에 ▲구강보건교육 및 체험실 ▲구강보건진료실 ▲만성질환처치실 ▲영양상담실 ▲금연상담실 등이, 3층은 442㎡의 면적에 ▲재활치료실 ▲운동처방 및 지도실 등이 들어서며, 4층에는 북부희망케어센터와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등이 예정돼 있다.

근무인력의 경우 의사는 공중보건의사 한 명과 관리의사 한 명이 근무할 계획이며, 간호사 6~7명을 포함해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보건직 행정공무원 등 18명이 근무하게 된다.


보건행정팀 관계자는 “진접, 오남 권역의 인구증가와 현 보건지소의 접근성 불편으로 지소이전 요청 민원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으며, 시민의 높은 보건의료 수요에 비해 제공 가능한 서비스가 제한적인 상황이다.”며, “교통 및 접근성이 좋은 진접수질복원센터 내에 통합보건지소를 건립해 운영함으로써 주민의 시간적ㆍ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공공보건의료 수혜의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증진을 도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보건행정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건립 예정 부지를 직접 찾아가 봤다.


부지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산 밑의 한적한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등지고 바라볼 때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건물이 들어설 자리를 등지고 바라보면 전방에 아파트 단지들이 펼쳐진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전경. 역시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이 들어설 부지는 예상외로 도심 한가운데 있었으며,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어 뛰어난 접근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접근성은 지도를 통해 더욱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도 하단 하얀색 동그라미 부분이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건립 예정지이다. 부지가 아파트 단지들로 둘러싸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지역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접근성뿐만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의 접근성 역시 뛰어나다는 점이다.

지도에서 보이는 아파트 단지들은 각 단지 내에 상가가 들어서 있으며, 상가 내에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진료하고 있어 주민의 의료 이용에 아무런 불편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주민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주민 A씨는 “보건소는 멀리 떨어진 남양주시청에 있고, 보건지소는 어디 있는지도 몰라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며,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규모가 큰 보건지소가 들어서게 되면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반색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주민 B씨는 “아파트가 새로 들어선 단지라 상가 내 위치한 동네의원들 역시 깔끔하고 친절하다. 보건지소는 의료이용이 불편한 주민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굳이 보건지소를 아파트 단지 내에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금연이나 만성질환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은 좋은데 귀한 세금으로 필요 이상의 규모로 짓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양주 백병원 신축 공사 현장. 좌측 붉은색 동그라미 지역이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설립 예정지
▲남양주 백병원 신축 공사 현장. 좌측 붉은색 동그라미 지역이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설립 예정지

실제로 인근에는 수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들어서 있었으며, 심지어 건립 예정 부지 바로 아래에는 남양주 백병원 설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렇다면 인근 개원가의 생각은 어떨까?

인근 내과의원 L 원장은 “남양주시가 보건지소를 통합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보건지소가 진료가 아닌 질병예방과 건강관리를 하겠다고 해도 그것은 해봐야 아는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고 말했다.

L 원장은 “65세 이상의 노인환자가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비용을 남양주시가 지원해주고 있어 노인환자들이 보건소를 이용할 때나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부담이 없다.”며, “특히 필수예방접종도 무료인데 왜 비용을 들여 예방접종실을 굳이 새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설립 예정지 인근의 아파트 상가. 이미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들어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 설립 예정지 인근의 아파트 상가. 이미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들어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기적 협조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L 원장은 “개원가에서 X-Ray 촬영실이나 물리치료실을 별도로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인근 보건지소에서 이를 운영한다면 개원가와의 협조도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L 원장은 “인근 개원가 모임에 나가서 이를 알릴 계획이다.”며, “필요하다면 남양주시와 통합보건지소 설립사업의 방향의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양주시는 북부통합보건복지타운를 포함해 관내를 4개로 구분해 지역마다 통합보건지소를 건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먼저 와부읍사무소의 와부보건지소와 율석보건진료소를 통합한 남부통합보건지소를 지상 2층 668㎡의 규모로 2억원을 투입해 오는 6월 중 개소할 계획이며, 별내 지역과 퇴계원면 지역을 담당하기 위한 서부통합형보건지소는 별내 커뮤니티센터 내에 23억 3,000만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1,060㎡로 내년 11월 개소할 예정이다.

화도읍과 수동면의 보건을 담당하게 될 동부통합보건지소는 후보지역을 물색하는 중이다.

남양주시의 보건지소 몸집 키우기가 진료확대로 이어져 인근 의료계와의 마찰로 번질지, 애초 목적대로 주민 건강관리 증진에 이바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