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급증하는 국민의료비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크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는 총 82조 9,270억원이며, 일부에서는 오는 2020년에 이르면 국민의료비가 242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같이 급격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국가와 국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료비 증가세를 둔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료비의 왜곡된 지출구조를 개선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현재 국민의료비의 지출구조를 살펴보고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의 원인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봤다.

①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문제있다
②급증하는 국민의료비…해법 있나?


지난 2010년에는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지출액은 GDP 대비 7.1%인 82조 9,270억원으로, 같은 기간 OECD 34개 국가 중 27위다.

이에 비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국민의료비가 무려 242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11.5%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보고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수준은 추후 급격하게 증가해 국가와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의료계와 학계, 시민단체, 약계 등 관련 단체는 하나같이 국민의료비의 증가율을 감소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목적만 같을 뿐 방향성에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는 국민의료비 항목 중 OECD 평균치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의약품비와 여기에 포함된 약국 행위료 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약계는 의약품비가 높은 이유는 의사들의 처방에 따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정부의 효율적인 보건의료정책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

본지는 국민의료비 증가와 관련된 각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실장 “의약품비 축소가 현실적 대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실장은 OECD 통계를 근거로 의약품비 축소를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았다.

2010년 국내 의약품 총 지출비는 217억 3,100만달러로, OECD 평균 226억 9,400만달러의 95.8%에 해당한다.

입원 진료비와 외래 진료비가 OECD 평균 대비 각각 64.8%와 46.9%인 것을 감안하면 유독 의약품 지출비만 높은 상황이다.

임금자 연구실장은 “국민진료비 항목 중 어떤 것도 OECD 평균에 못 미치는데 의약품비만 높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 근거로 국민의료비 항목 중 당장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의약품비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약국에서 조제 시 적용되는 약국 행위료야말로 불필요한 항목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의약분업 이후 약제비 지출 비용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며, “만일 의약분업이 파기돼 의사가 조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약국관리료, 기본조제기술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관리료 등의 약국 행위료가 대폭 절감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비 증가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임 실장은 “통신비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휴대폰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의료비 증가 역시 그만큼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의료비 폭발을 감당할 수 없다면 수요를 줄이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누구나 사용은 좋아하지만, 부담은 기피한다.”며, “어려운 이야기지만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 “분배의 불균형이 문제”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건강보험료의 부적절한 배분이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견해다.

윤 회장은 “정부는 건강보험료를 가치 있게 쓰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건보료가 적절하게 배분이 안 되고 있어 불필요한 의료비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현재 진료수가는 원가 이하인 데 비해 조제료 수가는 원가 이상이고, 제약사 영업마진율은 타 사업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며, “특히 진료수가가 다운돼 있다 보니 의료기관이 의사의 행위량을 증가시켜 수익을 보전함에 따라 의료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낮은 진료수가에도 국민이 의료비가 낮은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낮은 보장성과 수가 분배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보장성이 62%에 불과해 다른 나라에 비해 진료수가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국민은 의료비를 많이 내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건보료를 제대로 분배를 해주면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예를 들어 각 직역별로 원가 대비 동등하게 수가를 책정한다면 효율적인 분배가 될 것이다.”며, “실제 건보재정에서 국민이 가장 체감하는 부분이 진료비인 만큼, 약계 쪽에 과다하게 지급된 부분을 의과로 넘겨주면 보장성은 높아지고 환자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 정부 부담을 늘리던지 건보료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고대 윤석준 교수 “의료비 조절 위한 제도 마련해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윤석준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비를 감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의료비 전체 볼륨 컨트롤이 안되기 때문이다.”며, “1년에 진료수가가 2~3% 정도밖에 안 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륨이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나머지 8%는 진료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진료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지 않으면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국민의료비 항목 하나를 넣고 빼고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빠르게 증가하는 의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도입해야 한다.”며, “제도를 마련해 의료이용을 지금보다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기능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국민이 의료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비 문제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데 작용할 수 있는 해법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며, “이것이 의료전달체계 기능 개편이 근본적인 핵심으로 대두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OECD 국가들에 비해 의약품비 비중이 높은 점은 국민의 의식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진료문화는 기본적으로 진찰만 받거나 의사의 상담만 받아도 되는데 약을 처방받지 않으면 진료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인식과 문화에서 관련됐다.”며, “약을 처방하는 데 있어서 비용의식을 가질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이 부분 역시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요청에 따라 익명 처리)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이 효과적”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비와 약국 행위료를 줄여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처방권을 의사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비가 높은 것은 의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처방의 주체가 의사이기 때문에 의약품비 증가의 원인은 의사에게 있다.”며, “의사가 처방한 것을 약사가 마음대로 늘이거나 줄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전체 파이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가를 올리려다 보니 약국으로 가는 게 많다, 내놓으라 하는 것이다.”고 일축했다.

전체 의약품비에서 약국 행위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라는 점도 강조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비가 높은 것은 조제비 등의 약국 행위료가 높은 것이 아니라 약가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며, “의약품비의 80% 가까이 약가다. 나머지가 약국 행위료다. 무엇을 줄이는 게 적절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의료비 증가세를 늦추기 위해서 처방전 리필제나 성분명 처방이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약사회 관계자는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 처방은 충분히 가능하다. 또한, 이를 통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생기고 의사들의 진료수가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며, “이는 약사회의 주장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용역한 자료에 나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OECD와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OECD와의 비교가 우선이 되면 의료비 증가를 감소하기 위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 전에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남은경 팀장 “소모적 논쟁은 그만, 올바른 정책 선행이 중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직역의 수익에 중심을 두고 있는 정부 정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남 팀장은 “각 직역이 주장하는 요인도 타당성은 있지만, 저수가, 고가 의료비, 고가 의약품비에 대한 논쟁은 소모적이다.”며 “제도가 공급자 수익을 위주로 세팅이 되다 보니 환자들의 의료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의료서비스량 증가가 국민 의식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남 팀장은 “일부에서 국민 의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의식 변화에 앞서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며, “왜곡된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약품비가 높다는 점은 동의했다.

남 팀장은 “의약품비가 높은 점은 동의한다. 전체 국민의료비에서 차지하는 약제비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이는 의사와 약사 모두의 문제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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