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헌재 판결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은 불법이라고 결론이 났지만, 최근 검찰에서는 초음파 사용으로 민원이 제기된 한의사에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검찰에 사건을 이첩한 국민권익위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모두 검찰 처분에 무혐의 쪽으로 조언한 적이 없다고 항변해 처분 근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계는 이번 판결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오락가락하는 판결 속에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들 민원으로 시작…검찰은 ‘무혐의’ 처분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은 의료법상 분명한 불법이라고 생각했고, 지난해 초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민원이 제기됐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으며 의사들의 분통을 터지게 했고, 결국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ㆍ당시 대표 노환규)이 지난해 2월 제보 받은 불법 한의원 17곳을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고발했다.

특히 당시 한의사들이 전국한의사대회를 열고 현대진단기기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의료계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나가 전의총의 고발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전의총은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약 1개월 간 서울과 경기 지역 내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한의원을 제보 받아 조사한 결과 17곳에서 의료법 위반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들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자료를 첨부해 민원을 제기했다.

전의총은 고발장과 함께 한의원 별 위반내역 세부사항과 한의원의 불법의료행위 및 한의원의 채혈이 불법이라는 복지부 답변이 포함된 동영상 CD 등을 함께 제출했다.

이후 권익위는 1년여 만인 지난달 20일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습식부항(사혈), 물리치료 등을 시술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으로 벌금형 등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17건 중 ▲간호조무사의 물리치료 시술관련 6건은 벌금형 ▲부항, 쑥뜸 등 시술관련 2건은 기소유예 처분 ▲8건 무혐의 ▲1건 재판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한의사가 초음파 진료를 한 행위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처분됐다고 밝혀 의료계와 한의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의료계 헌재 판결과 반대되는 결과” 분노
검찰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료 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의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각 의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검찰을 규탄하고, 항소를 촉구했으며 이번 결정에 복지부의 편파적인 유권해석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쏟아냈다.

먼저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 송형곤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한의사들의 초음파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송 대변인은 “의료와 관련된 법률적인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나 이런 것들이 우리가 판단하기에 말이 안 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한의사들이 힘들다고 한의학을 넘어서 초음파를 쓰면 안 된다. 그 이유는 한의사들은 초음파기기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초음파기기를 사용하는 게 자동차를 고치거나,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당장 국민의 건강권이 훼손된다.”면서,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공동대표 김성원ㆍ강대식) 역시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검찰의 처분결과에 대해 실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번 검찰 처분은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의총은 “검찰의 이런 얼토당토 않은 처분은 국민들의 건강 보호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보건복지부에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이 검찰의 처분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것임이 분명하다.”고 날을 세웠다.

의협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ㆍ위원장 유용상)는 지난달 27일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한 진단은 현대의학의 의료행위로, 한의사가 시행할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 대상이다.”며, “이는 헌법재판소 판결 및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국회에서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도 확인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한특위는 “이에 근거해 이미 여러 한의사들이 처벌 받은 바 있다.”면서, “최근 검찰 판결은 명확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 부족을 의미하는 것일 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이 합법임을 의미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의사 초음파 불법 명시한 헌재 판결 내용은?
그렇다면 의료계가 이번 검찰 처분이 잘못 됐다며, 그 근거로 내세우는 지난해 헌재 판결 내용은 무엇일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23일 한의사들이 초음파 사용으로 적발돼 검찰로부터 불법의료행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45일간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낸 기소유예처분취소 신청에 대한 심판청구를 7:1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앞서 청구인인 한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Osteoimager plus’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한약을 처방해 주고 그 대가로 금원을 교부 받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하다 적발돼 불법의료행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45일간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지난 2009년 11월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이후 기소유예처분의 근거법률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의료법 제27조 등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준비서면 등을 제출했다.

한의사 측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의료법의 지나친 해석이며, 특히 학술 목적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구인들이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해 환자의 병상과 병명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침술 등 치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또, 국내 의료법은 아직 한의사와 의사의 업무영역과 면허범위를 구별하는 이원적인 체계를 취하고 있고, 초음파검사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진료과목 및 전문의 영역인 영상의학과의 업무영역에 포함돼 있는 점을 고려했다.

이어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행하는 초음파검사 관련 교육이나 전문의 수련과정 등에서 이루어지는 초음파검사 실습의 실태 등을 보면 원칙적으로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청구인들의 행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헌재 판결에 의사들은 당시 한의사들의 초음파 기기 사용에 대한 민원 시 보건소에서 종종 “헌법소원이 진행중이므로 위법이라는 답을 할 수 없다.”고 답해왔던 것이 앞으로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에 걸친 헌재 판결(2009 헌마 623, 2010 헌마 109)에 이어, 다른 건으로 한의사가 낸 초음파 관련 헌법소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8일 한의사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금지하면서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하고 있는 의료법 제87조제1항제2호 중‘제27조제1항 본문 후단’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2011헌바398)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의’의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과잉금지원칙 위반여부와 관련해서도 헌재는 “의료법이 정하고 있는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행위로서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자가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인바, 그 학문적 기초가 서로 다른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분리 체제 하에서는 자신이 익힌 분야에 한해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훈련되지 않은 분야에서의 의료행위는 면허를 가진 자가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영상의학과는 초음파진단기기와 같은 첨단의료장비를 이용해 영상을 획득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그 시행은 간단하나 영상을 평가하는 데는 인체 및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함은 물론, 검사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므로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해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의계 “의료기기, 한의사도 쓸 수 있어”
이번 권익위 판결에 의료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한의계 역시 맞대응에 나서며, 한의사들도 의료기기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젊은 한의사들의 모임인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ㆍ회장 이진욱)는 지난달 21일 성명을 통해 “양의사들은 한의학을 조선시대까지만 있었던 학문으로 제한하려는 한의학 폄훼를 당장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참실련은 “의료기기는 의료인이 면허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위한 도구다.”라며, “치과 의료기기에 대한 분류는 있어도 양방ㆍ한방을 따로 나누는 의료기기 분류도 없을 뿐더러 양방에서만 또는 한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따로 구분돼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초음파 역시 한의사가 한방 의료행위나 한방 보건지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한의사 면허의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용하면 상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참실련은 “이는 초음파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의료기기에도 해당된다.”며, “만약 의료법에서 합리적으로 한방 의료행위 또는 한방 보건지도에 사용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 아니라면 모든 의료기기는 각 면허된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들은 “양의사들과 약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가지고 싸우는 원인 중의 하나가 제약회사들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의 주도권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의료기기 업체들에게서 받는 리베이트가 아까워서 그러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복지부ㆍ권익위, “검찰 판결근거 우리도 몰라”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민원을 접수 받아 수사기관에 이첩한 권익위는 모두 한의사 초음파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 판결의 근거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먼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이정호 행정사무관과 김영식 사무관은 지난달 26일 본지 기자와의 자리에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검찰과 접촉한 기억이 없다.”며, “검찰이 어떤 근거와 내용을 기준으로 판결을 내렸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관은 “다만 권익위가 검찰로 사건을 이첩하기 전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고, 초음파 진단은 한의사의 영역이 아니라는 자료를 제출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권익위가 어떤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김 사무관은 “최근 몇몇 의료인과의 전화에서 검찰의 판결과 관련해 모른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며 “민원인으로서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번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가 없어 모른다고 한 것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권익위 역시 검찰과 경찰의 수사기록과 과정을 알 수 없다며, 검찰이 어떤 근거로 한의사 초음파 무혐의 판결을 내렸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권익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경찰 측에 지난해 헌재 판결을 근거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강조했다.

권익위 공익보호지원과 김영일 사무관은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헌재 판결을 바탕으로 한의사 초음파는 의료법 위반이라는 권익위 측 의견을 경찰에 보냈다.”며, “복지부의 자문을 받긴 했지만 명확하지 않아 경찰 측에서 따로 알아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사무관은 “초동수사를 맡은 경찰이 권익위 측 자료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조회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무혐의 판결이 경찰이 복지부에 의뢰한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내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복지부와 의사협회 등에서 우리 쪽에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우리도 검찰이 어떤 근거로 그러한 판결을 내렸는지 궁금하지만 검찰이 수사기록이라 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유사한 내용을 무혐의 처분한 선례가 있고, 복지부에 관련 내용에 대해 질의했으나 명확하게 입장표명을 하지 않아 그 같이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례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헌법재판소와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결과를 내놓아 현장에서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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