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입법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인과 환자간 직접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복지부는 원격진료의 대상을 재진환자로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취약지역, 교도소 등의 환자들로 제한했지만, ‘대면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료계의 반발 목소리는 거셌다.

24일 국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의료법 개정방향 토론회가 개최돼 각계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서울의대 김주한 교수는 “가장 큰 수혜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의료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듯한 현 상황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원격진료의 유용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나타낸 뒤, “‘동일의사에 의한 동일진단에 따른 동일한 투약처방’, 즉 원격진료 후 처방전 리필은 우선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또 “의료취약지역 중심의 원격진료 허용은 공공성 관점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비용효과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이다”라면서 “‘지역적 제약’보다는 안정성과 효과성이 확보된 처방전 리필과 같은 ‘행위적 제약’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원격의료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우려하며, 현행 의료법의 활용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강연대 김창보 정책부위원장은 “복지부는 전체 국민의 10% 정도가 원격의료를 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근거없는 과다 추계 수치”라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격의료 시장을 원하는 측의 희망규모라고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현행 의료법에서 ‘의료인-의료인’의 원격진료는 허용하고 있으니, 의사나 전문의가 없는 지역의 경우 간호사 인력을 활용,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의료인-환자’ 원격의료를 허용해 시장을 형성한다면 이는 1차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원격진료를 활성화하는 것은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면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학병원의 외래 환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특수 상황에서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하는 제한적 찬성 의견도 제기됐다.

국민일보 이기수 의학전문기자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제도지만, 일상적ㆍ일반 진료에서는 거의 필요하지 않다”면서 “응급상황ㆍ고난도 수술ㆍ판단이 애매한 상황 진단ㆍ원거리 재택 와병환자 관리 등의 경우 빛을 발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만성질환자 관리에는 동네병원, 지역 거점 병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대형병원이 밀집한 수도권가 같은 원거리에서 지방의 동네병원으로 한자들을 되돌려 보내 집중관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합병증이 발생, 지역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최적의 처방을 찾는 쌍방향 의료소통 구조를 확립하는데 우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원격의료 서비스 허용은 의료시스템의 양극화, 즉 도농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빌미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격진료 이외에 ‘의료법인 부대사업범위 확대’,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 ‘의료기관 인증제도’ 등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을 중심으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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