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진료를 개시한 이래 개원 103년을 맞은 진주의료원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상남도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브리핑을 통해 “진주지역에 의료서비스가 과잉으로 공급되고 있고, 매년 40~60억, 지난해에는 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점차 적자규모가 커져 현재 300억원에 가까운 부재를 안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로 갈 경우 회생 가능성이 없는 진주의료원에 도민 혈세를 끝없이 투입하거나, 3~5년 안에 모든 자본금을 잠식하고 파산으로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윤 부지사는 “지난 2008년 진주의료원 이전 후 적자 폭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경영개선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도 부채가 1조 3,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도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진주의료원지부는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진주의료원지부 노조는 지난달 27일 조합원 1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의료원 폐업 반대 항의집회를 개최한 후, 도청으로 이동해 ‘진주의료원 폐쇄 반대’ 입장을 담은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병원 로비에서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정계 일각에서도 경상남도의 결정을 규탄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이번 경남도의 결정은 그간 서민과 의료소외계층에게 절실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지방의료원을, 재원부족과 적자를 구실삼아 퇴출하고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공공의료압살정책이다.”며,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조차 수익성 중심으로 바라보는 현실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정권의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낮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번 진주의료원 강제 폐쇄방침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며, “앞으로 보건의료계, 시민사회와 함께 광범위하게 연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병원폐쇄를 저지할 것이며, 국회에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논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주의료원 경영악화 어디서 비롯됐나?
그렇다면 진주의료원의 경영악화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상남도와 진주의료원의 설명이 각각 엇갈리고 있다.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의 방만한 경영에 따른 높은 인건비 비율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남도청 보건복지국 관계자는 “의료원 직원 수가 너무 많아 인건비 지출이 많다.”며, “직원이 많은 이유는 그동안 의료원이 운영을 방만하게 해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주의료원에 입원중인 환자 수는 203명인데 비해 의료원에 근무하는 인력은 의사 13명, 약사 2명, 간호사 105명, 사무ㆍ보건ㆍ전산직 66명, 기능직 47명 등 총 233명이다.

도청 보건복지국 관계자는 "민간병원의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45% 안팎인 데 비해 진주의료원은 77.7%나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주의료원은 무리한 의료원 이전을 경영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현재 의료원 근무인력은 적정인력이다.”며, “의료원의 경영악화는 지난 2008년 경상남도가 무리하게 의료원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비용과 건물 규모 증가에 따른 높은 유지관리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수익 대비 77.7%에 달하는 인건비는 수익 감소에 따라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지부장은 “인건비 비율이 높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의료원 직원들의 연봉은 지난 2008년 이후 5년째 동결돼 있다. 인건비 지출 규모는 동일한데 비해 의료수익이 감소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 지출이 높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고 강조했다.

과거 진주의료원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관계자 역시 “의료원이 과거에도 누적적자가 있기는 했지만, 이전하면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특히 이전하면서 위치가 너무 안 좋아 의료원을 찾는 환자가 감소해 수익이 감소한데다 인근 의료기관이 포화상태다 보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따라 근무자들의 거취도 해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박 지부장은 “직원들 분위기는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다.”며, “오는 5일 도의회가 개원하면 강력하게 규탄할 것이고, 폐업의 부당성을 의원들과 시민에게 알릴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진주의료원에서 근무중인 한 전문의는 “사전에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업을 결정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청은 논의는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남도청 보건복지국 관계자는 “직원들의 거취에 대해 노조와 협상을 해봐야겠지만 폐업은 어쩔 수 없다.”며, “만일 폐업을 예고했다면 제대로 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예고 수순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의료원의 경영 효율성이 저하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지방의료원 문제는 기본적으로 지방 중소병원의 문제와 연결된다.”며, “의료전달체계에서 중소병원의 역할이 어떻게 되는지 문제의 정리가 되지 않으면 공공병원이 아니더라도 경영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공공병원은 특히 경영 효율에 탄력성을 가져오기 어려운 경직된 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특히 공공병원의 인건비 지표를 보면 민간병원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지표들이 나오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주의료원은 시발탄이고, 나머지 지방병원들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며, “제도 개편과 더불어 경영효율을 가져올 수 있는 내부지표들이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포괄수가제가 지방의료원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전국 35개 공공의료기관과 5개 적십자병원에서 553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신포괄수가제 2단계 시범사업을 전격 시행했다.

그런데 신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공공병원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관계자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시행 이후 경영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해 1월 환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음에도 수익은 오히려 적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으로 인해 재료대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다.”며, “비용은 증가하는데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 왜 신포괄수가제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사태…공공병원 정체성 돌아보는 계기될 것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성과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그동안 공공의료기관의 경영이 방만했다.”며, “공공의료기관이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일반적이고, 이 같은 운영의 문제로 결국 폐업 사태에 이른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 김민희 국회의원의 ‘지방의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말 기준으로 전국 26개 지방의료원 차입채무액은 총 1,723억원에 달한다,

의료원 당 평균 64억 8,000만원의 차입채무액을 안고 있는 셈이다. 차입채무 100억원이 넘는 의료원은 6곳이며, 50억원 이상인 의료원은 무려 10곳 이른다.

윤 회장은 이번 사태가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 운영에 대해 다시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공공병원을 늘리자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처럼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면 폐업이 되풀이될 것이다.”며. “차라리 취약계층 환자를 더 많이 보게 하는 등 공공의료기관을 효율적으로 굴러가게끔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의료기관에 공공성을 강제로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남도청 윤성혜 보건복지국장은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더라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의료보호환자들도 일반 병원에서 같은 조건으로 진료받을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 부여는 법률 규정만 돼 있지 시행은 안 되고 있는데 공공성이라는 역할을 주면서 일방적으로 민간의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특히 공공의료기관 내에서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던 부분의 효율성을 민간에 요구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민간병원과의 경쟁을 멈추고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국의사총연합 김성원 공동대표는 “진주의료원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의료원 이전 문제를 떠나 이미 폐업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며, “민간병원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경영 효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공공병원은 그런 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질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환자들이 공공병원을 멀리하게 되고 결국 공공병원은 경영악화로 인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공공병원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공병원은 공공병원의 역할이 있는데 민간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려고 경쟁하고 있다.”며 “공공병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만큼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국민으로서는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꼴이다. 공공병원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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