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자살을 택한 전모 원장이 운영하던 의정부 소재 S병원 전경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자살을 택한 전모 원장이 운영하던 의정부 소재 S병원 전경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정신병원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의정부에 위치한 S정신병원 원장실에서 원장 전모 씨(남 56세)가 숨진 채로 병원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사망한 전 씨는 치사량의 마취제가 포함된 링거를 맞은 채 숨져 있었다.

사건 당시 발견된 유서에는 병원 경영에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의료인의 자살은 어제 오늘이 아니며 특히 경영난으로 인한 개원의의 자살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전남 광주시 남구 송하동의 H요양병원에서 이 병원 봉직의인 산부인과 전문의 K 씨가 근무 이틀 만에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K 씨는 전남 강진에서 10년 가까이 산부인과를 운영했지만 환자가 점점 줄어 지난 2009년 폐업했다.

이후 인근 지역의 종합병원을 전전하면 근무를 하던 중 H요양병원에서 근무 이틀 만에 자신이 보던 환자가 심정지로 사망하자 유족의 항의와 자책감으로 힘들어하다 끝내 자살을 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부산 동래구에서 H의원을 운영하던 원장 K 씨(47)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동래경찰서 담당 형사는 “가족 증언으로는 K 씨가 병원 경영난으로 평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수영구에서 개원할 당시 환자가 없어 운영이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던 정신병원 원장 자신이 우울증과 심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에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기자는 사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일 오전 사고가 발생한 의정부 S병원을 방문했다.

S병원은 6층 건물을 전부 임대해 운영중인 곳으로 방문 당시 진료 대기실에는 단 한명의 환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만이 카운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는 신분을 밝힌 후 직원들에게 이 병원 원장이 자살하게 된 배경과 현재 병원 상태 등을 물어봤으나 현재 진료중이라는 대답만 할 뿐 다른 답변은 회피할 뿐이었다.

사건과 관련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인근 개원가를 탐방하던 중 자살한 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는 개원의 A씨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A 씨에 따르면 자살한 원장 전모 씨는 병원 경영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가을부터 우울증에 시달려왔다.

A 씨는 “S병원은 개원한 지 4년째 되는 정신병원으로 자살한 전모 원장이 경영난에 상당히 힘들어 했다.”며,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우울증이 부쩍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독 S병원만 경영난에 시달렸을까? A씨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내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정신병원 환자의 대부분이 의료급여 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정신과 입원환자의 70~80%는 의료급여 환자다.”며, “문제는 정신과 의료급여 수가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고 토로했다.

다른 진료과와 달리 정신과 의료급여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정신보건전문요원 1인당 입원환자 수에 따라 G1~G5로 등급화해 수가를 차등해 일당정액수가로 지급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진료과의 의료급여는 건강보험의 97% 수준인데 비해 정신과 의료급여는 건강보험의 불과 64% 수준(입원환자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같은 수준이 지난 2010년 기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률과 직원 월급 인상 등을 적용하면 정신과 의료급여 수가는 건강보험 대비 50%대에 머물 것이라는 것이 정신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나마 부족한 의료급여조차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어 정신병원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A 씨는 “해마다 10월말에 청구한 의료급여는 다음달이 아닌 2~3개월 늦게 지급된다.”며, “때문에 이때가 되면 정신병원은 직원들 월급과 부식비, 임대료 등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는 상황도 비일비재 하다는 것.

A 씨는 “제도권에서는 이미 대출이 꽉 차있어 추가 대출이 어렵다.”며, “의사들과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채를 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실제로 자살한 S병원 원장 전모 씨도 사채를 빌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잘못된 수가정책으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끝내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는 정신의료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의료급여법에 대한 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
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사진)은 “정신의료기관 운영은 의료급여 수가 정책에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며, “그러나 잘못된 의료급여 수가 정책 때문에 많은 정신의료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역설했다.

홍 사무총장은 “다른 과와 달리 정신과 의료급여 수가가 건강보험 수가의 64%에 불과한 것은 심각한 차별이다.”며, “의료급여 환자가 90%를 차지하는 S병원의 경우 당연히 경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급여법을 개정해 정신과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홍 사무총장은 “현재 의료급여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중이다.”며, “잘못된 정신과 의료급여를 바로잡는 것은 정신의료기관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은 물론 의료급여 환자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항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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