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공동대표 김성원ㆍ강대식)이 지난 4일 불법약국 4차 고발결과를 발표했다. 전의총은 지난 2011년 12월 53곳의 불법약국에 대한 1차 고발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 7월, 10월 약국의 불법행위 고발을 이어나갔다. 네차례에 걸쳐 총 513곳을 고발했으며, 이 중 440곳(85.7%)의 약국이 불법행위가 확인돼 행정처분 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사회가 의료계의 불법행위에 대한 맞고발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단체간 갈등이 심화됐으며, 실제로 약사회 출신 임원은 ‘의권연’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정신과 간호사 원내조제 등 병ㆍ의원 342곳을 고발했다.

▽2011년 12월 첫 고발…슈퍼판매 반대논리 반박
전의총의 불법약국 1차 고발은 지난 2011년 12월에 이뤄졌다. 그 이전에는 회원들의 민원을 중심으로 개별 약국에 대한 고발이 이뤄졌으나, 전의총 차원에서 나서 약국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여 집단으로 고발한 것.

전의총은 당시 2011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전국 100여곳의 약국을 방문해 애매한 경우를 제외하고 명백한 위법 사항이 있는 53곳의 약국을 적발해 보건당국에 고발했으며, 이 중 39곳이 처분받았다.

▲지난 2011년 12월 송파구보건소에 불법약국 고발자료를 접수하는 당시 노환규 전의총 대표
▲지난 2011년 12월 송파구보건소에 불법약국 고발자료를 접수하는 당시 노환규 전의총 대표

의료법 위반 약국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33곳(강동 2곳, 강북 5곳, 도봉 11곳, 마포 1곳, 송파 5곳, 영등포 3곳, 종로 4곳, 중구 2곳), 성남 4곳, 하남 3곳, 춘천 3곳, 안동 10곳 등이었다.

특히 불법 행태를 구체적으로 보면, 카운터(무자격자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한 경우가 44건, 일반약 낱알 판매(소분 판매)가 8건, 불법 임의조제가 1건이었다.

이에 대해 전의총은 약국감시 활동 기간 중 약국 두 곳 중 한 곳이 카운터 판매, 낱알 판매 등 위법행위를 한 셈이라며, 약사단체가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면 약물 오남용 등으로 국민건강이 위협 받는다고 주장해 온 것과 배치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동안 안전성을 주장하면서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반대한 약사들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며, “약국의 불법행위를 감독해야 할 보건당국이 약국의 만연한 불법행위를 알면서도 관리감독을 얼마나 소홀히 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발약국 2배이상 늘린 2차고발ㆍ약사회 맞대응 천명
2012년 3월 2일, 전의총은 1차 고발보다 2배 이상 많은 불법약국들에 대한 고발을 단행했다.

당시 전의총은 2011년 12월 말부터 2012년 2월까지 약 두 달간 서울, 대전, 구미, 부산시 내 약국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총 127곳에서 일반인이 약을 판매하는 등 의료법 위반 행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71곳(강남8, 강서2, 관악5, 광진8, 노원4, 동대문4, 동작7, 마포3, 서초8, 성동1, 송파11, 영등포3, 은평4, 중랑3), 대전 30곳(동구11, 서구11, 유성구6, 중구2), 구미 4곳, 부산 22곳(동래4, 부산진구17, 동구1) 등이다.

고발 결과 127곳 중 110곳의 위법사실이 확인돼 처분받았다. 불법행위 내역은 카운터 일반의약품 판매가 123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문의약품 불법판매가 4곳, 비약사 조제행위 3곳, 일반의약품 낱알판매 2곳, 약사 임의조제 1곳, 유통기한 지난 약 판매 1곳 등이었다.

전의총의 불법약국 고발이 계속되자 대한약사회(회장 김구)가 반박에 나선 것이 이때부터다.

당시 약사회는 전의총의 2차고발 발표 이후 “일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불법의료행위 적발 전문인력을 운영해 위법행위가 확인된 의료기관을 관계 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고 천명했다.

약사회는 “그간 의약분업의 파트너로서 의사직능과 발전적 관계형성을 위해 오랜 기간 인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빈발하고 있는 의료계의 정략적인 약국고발 행태에 대응해 엄정한 의료윤리 정립과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그간 전국적으로 조사해 온 불법 사례 등을 포함해 의료기관의 다양한 위법행위를 확인ㆍ고발할 것이다.”고 밝혔다.

▽3차 고발, 199곳으로 최대
지난해 7월 이뤄진 3차 약국 고발은 총 199곳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173곳의 약국이 처분 받았다.

전의총은 약국을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 무자격자가 약을 판매하거나 불법 조제를 하는 등 약사법 위반 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자료를 첨부해 당국에 고발조치했다고 전했다.

내용별로 보면 종합감기약 등의 일반의약품을 소위 ‘카운터’라 불리는 무자격자가 판매한 경우가 19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반의약품 낱알판매(소분판매)가 22건, 무자격자 조제행위가 1건, 비약사 복약지도가 1건, 처방약 불법 대체조제 1건, 유통기한이 지난 약 판매 1건, 그리고 전문의약품 임의조제의 경우 2건으로, 모두 219건에 달했다.

당시 전의총 관계자는 “두차례에 걸친 전의총의 불법행위 약국 고발과 약사회 자체적인 정화활동에도 불구하고 불법행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약사들이 전문직이라고 주장하려면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약사회의 자정활동이 지속되는지 전의총은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성남ㆍ송파 전수조사한 4차 고발
4차 고발은 특정 지역 약국에 대한 전수조사 후 위법행위를 적발해 화제가 됐다.

전의총은 지난해 9월 한달간 경기도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구 소재 약국을 대상으로 불법행위 빈발 정도 확인을 위해 전수조사를 시행했으며, 10월 11일 총 134곳의 약국을 보건소에 고발했다고 전했다.

고발조치 결과, 이 중 폐업이나 개설자 사망으로 처분이 불가능한 7곳을 제외한 127곳의 약국 중에 불법행위가 확인된 약국은 118곳이었다. 반면 무혐의가 확인된 곳은 9곳에 불과했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약사 위생복 미착용 67곳(56.8%)이 확인돼 경고 및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일반인 카운터 판매와 일반의약품 낱알 판매는 4건(3.4%)이 확인돼 행정처분이 완료됐다. 이밖에 약사법 위반으로 48곳(40.7%)이 고발 조치됐다.

전의총은 전수조사 결과, 다섯 곳 중 한 곳에 해당하는 높은 빈도로 불법행위가 확인됐다며, 일부 약국만의 문제가 아닌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불법을 행하는 대다수 약국들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높은 빈도로 만연돼 심각히 우려된다.”며, “이러한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와 고발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의총은 설 연휴 이후 5차 약국고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총 관계자는 5차 고발도 특정 지역 전수조사로 이뤄졌으며, 서울 25개구 중 한 곳, 부산 2개구, 충청북도 C시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 30%에 육박하는 적발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약사회 전 임원이 만든 의료기관 고발단체?
약사회 임원을 역임한 의권연 구본호 공동대표
약사회 임원을 역임한 의권연 구본호 공동대표
전의총의 3차 불법약국 고발까지 이뤄진 시점인 지난해 10월 9일, 국민의 알권리 확보를 위한다며 의료기관 불법행위를 감시ㆍ고발하는 시민단체가 출범했는데, 전 대한약사회 임원이 공동대표를 맡아 논란이 됐다.

‘의료소비자 권리찾기 운동연대’(이하 의권연ㆍ공동대표 전경수, 구본호)는 이날 출범총회를 갖고 향후 활동방향 등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전경수 공동대표는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의권연의 활동은 국민과 의료기관, 국민과 의료인의 분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고 신뢰받는 의사와 건강한 삶을 보장받는 환자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단체의 순수성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구본호 공동대표가 대한약사회 수석정책기획단장을 역임한데다, 사의를 표시한 시점이 의권연 출범 불과 하루 전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의총이 불법약국에 대한 고발을 계속하자 대한약사회 차원에서 맞대응을 천명한 후 불법 의료기관 수집사례를 수차례 공언했지만, 협회 차원에서 고소ㆍ고발을 진행하는 데는 무리를 느껴 시민단체를 내세웠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의권연은 제보와 직접조사를 통해 갖고 있는 의료기관의 불법행위가 1,000여건이 넘는다고 강조했으며, 약사회의 협조를 받고 있다는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전의총은 의권연 조직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범법행위를 저질렀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고 처절한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극히 상식적 행동도 못하는 자들이 시민단체를 만들겠다고 하니, 양의 탈을 쓴 늑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의권연은 지난해 10월 22일 ▲향정약 등 마약류 의약품의 무자격자 조제행위 72건 ▲불법 간판 표기를 통한 환자의 알권리 침해행위 250건 ▲의료기관의 탈세 의혹 20건 등 342곳의 의료기관을 관할지역 보건소와 국세청에 고발하고, 동영상 등 증거물을 제출했다.

또, 최근 의료계의 무분별한 프로포폴 관리와 성형외과 등의 현금결제 등 의료기관의 불법 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의권연 검찰 고발로 ‘맞불’
의권연의 활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간호사 원내 불법조제로 고발당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노만희)는 의권연 관계자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무단으로 잠입해 조제실과 대기실, 정신보건법상 진료 기밀이 유지돼야 하는 환자들까지 무더기로 불법촬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 고발까지 단행했다.

의사회는 당시 비밀보장이 우선시되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파파라치가 진료 현장 등을 불법적으로 도촬한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관계자들을 정신보건법위반, 건조물침입, 위계에의한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건은 의권연 전경수 공동대표의 주소지인 의정부지검으로 이송된 상태며, 아직 검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만희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0월 의권연이 72곳, 성남시약사회가 11곳 등 총 83곳의 회원을 보건소에 고발했는데, 최근 검찰에서 5곳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불법수집한 증거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또, 정신건강의학과는 환자들이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해나 타해 혹은 자살할 가능성이 있어 의약분업 예외 조항으로 의사의 지시ㆍ감독 하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도 원내조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의권연에서는 의사가 직접 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며 환자를 가장해 몰래 촬영하고, 이를 간호조무사가 조제했다고 불법이라고 보건소에 신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전의총이 약국의 불법행위가 사라질 때까지 대한 고발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힌만큼, 향후 약사회, 의권연과의 갈등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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