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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약침의 진실[창간기획⑥]검증안된 요법, 환자 두번 울려…당국 수수방관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3.01.14 6:10
효능과 부작용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약침요법’이 여전히 다수의 한의원에서 이뤄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암 완치를 주장하는 과대광고와 임상실험도 없이 임의로 주사제를 만들어 주사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는 하루빨리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보건당국의 수수방관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함을 이용한 한의원들이 성업 중이다.

   
▽심각한 ‘약침’의 실태
‘약침’이란 경혈에 주입하는 한약물 등의 정제액을 의미하고, 이를 이용한 치료법을 ‘약침요법’이라고 한다.

다수 한의원에서 약침을 직접 만들어 주사하는데, 실제 효능과 부작용은 아직 정확히 입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약침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S 한의원은 자신들이 만든 산삼약침에 대해 “면역세포 활성화와 항암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으며,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침과 한약을 동시에 처방하는 현대 한의학의 새로운 과학적 치료법”이라고 광고한다.

이들은 산삼약침의 주원료인 ‘파낙스 진생(고려인삼)’에만 있는 ‘진세노사이드’의 RG3, RH2, COMPOUND K 성분이 종양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해 항암효과를 낳고, 암 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2월 방송된 SBS ‘뉴스추적’에 따르면, 한 달에 수백만 원을 내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 가운데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잇따르고 있었다.

특히 S 한의원의 원장은 지난 2002년 환자들의 항의와 소송 등으로 문제가 됐던 사람과 동일인물로, 한의원 이름만 바뀌고 산삼만 추가됐을 뿐이지 약침요법과 주장하는 효능은 당시와 같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40년 넘게 연구한 할아버지가 죽기 6개월 전 돈을 주고 만드는 방법을 샀다.”며, “97년 이 비법을 배운 뒤 한의학의 약침요법에 접목시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삼으로 만든 액을 정맥을 통해 직접 주입하기도 하고 심한 환자의 경우 혈관을 통해 몸에 직접적으로 주사하는 주사액인데도 무균실도 없이 병원 한켠에서 제조하고 있었으며, 증류해서 받은 액체를 두번 필터링하는 것이 제조 과정의 전부였다.

원장은 “99.99%가 물이지만 나머지 미세한 산삼성분이 놀라운 작용을 하는 것”이라며, “과학적으로는 사실상 맹물이지만 산삼의 향기성분,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기가 비법의 핵심이기 때문에 과학적 요구 자체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달 약침값만 200만원이 들었다는 폐암 3기 중년여성은 약침 치료 중 응급상황이 왔을 때 한의원 원장들과 직원들이 환자를 외면하며 빨리 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원장의 사례집과 논문 역시 신뢰도와 정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나왔다.

▽잇따르는 제보들…“약침 아닌 체질의 문제?”
기자의 이메일을 통해 S 한의원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제보도 있었다. 이 관계자는 S 한의원이 과거 문제가 됐었지만 이름과 자리만 옮겨 성업 중이라며, 생명을 담보로 가격 흥정을 하며 말기 암환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과거와 치료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뜸, 검증되지 않은 약침요법, 다리 마사지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약효가 의문스러운 것을 뛰어넘어 생체실험의 위험성까지 있는 약침은 용량과 이름을 달리해 치료수가를 높여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삼약침을 주 치료법이라고 하며 대외적으로는 대한약침협회에서 산삼을 공급받아 쓴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체 연구실에서 비의료인이 삼을 달여 그 증류수를 용기에 모아 혈관에 놓기도 하고 경구투여도 한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치료수가를 높이기 위해 산삼약침 요법을 세달 이상 받을 것을 강요하며, 장기치료의 필요성을 부추긴다며, 금액은 300만원을 호가하며 한달로 끊으면 150만원에도 해준다고 전했다.

약침에 대한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전국의사총연합에도 약침 부작용에 대한 제보가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들이 고3 수험생일 때 악성여드름 치료를 위해 집 앞 한의원에서 약침을 맞았는데 그 이후 피부가 전부 뒤집어지고 학교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해져 항의를 했더니, 한의원에서는 약침이 문제가 아니라 아들의 체질이 문제라고 했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관절이 좋지 않아 약침을 맞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점점 다리가 붓고 고통이 심해졌다.”며, “한동안 중단하니 조금씩 나아져 남은 기간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며 약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약침이 문제가 아니라 체질이 문제라고 하더라.”고 밝혔다.

   
▽의료계 “약침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행위”
의료계는 진작부터 약침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보건당국에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해왔다.

먼저 지난 2010년 10월 당시 의협 산하 의료일원화특위(이하 일특위)는 약침, 정맥주사를 한 모 한의원과 식약청장을 각각 불법과대광고 및 의료행위ㆍ책임방기 등을 이유로 고발했다.

일특위는 “약침은 의사들의 주사행위를 흉내 낸 것”이라며, “한방행위가 아님에도 현대의학인 IMS를 훼방하고 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한방의 태도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청장 고발과 관련해서는, “약침용액은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버젓이 발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한방 감싸기 정책을 계속 해온 바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같이 고발했다.”고 밝혔다.

2011년 6월에도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일간지 광고를 통해 “한의사들이 아무런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은 주사제를 만들어 환자에게 약침이라는 이름으로 주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로 S 한의원 원장은 지난 2003년 대한한의사협회 윤리위에 회부돼 징계 조치를 받았으며, 전의총의 약침 비판 신문광고 이후 사무국으로 온 제보 전화 중 같은 한의사들도 있었다.

S 한의원의 H 원장은 “나도 한의사지만 약침을 쓰는 한의사는 인간으로도 안 본다. 나는 이미 7~8년 전에 약침학회를 탈퇴했다.”며, “약침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뢰가 안 가는데 나만 이렇게 느낀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장사꾼이지 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부ㆍ식약청은 ‘수수방관’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국민건강 위해 요소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10월 의협 산하 일특위가 식약청장을 불법의료행위 책임방기 등의 이유로 고발한데 대해 식약청은 “일특위가 고발한 한의원의 약침 및 정맥주사는 의료행위인데, 식약청 담당은 의약품에 대한 허가와 안전성 및 위험성 평가 등이고, 의약품을 가지고 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소관은 복지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구체적인 대응보다는 두고 볼 것이라는 입장을 전해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손을 놓고 있자 의사들이 나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민원까지 제기했지만, 역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한의사가 약침을 직접 추출해 엄연히 주사기로 놓는데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이를 ‘제조’가 아닌 ‘조제’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주사’가 아닌 ‘침’의 일종으로 판단해 논란이 됐다.

경기도 성남시 O 개원의(일반과)가 지난해 3월 제기한 민원에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한의사가 약침요법시 사용하는 약침액을 직접 조제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주사제를 만드는데 주의점이 없냐.”는 거듭된 지적에는 “기본적인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면허범위 내에서 열심히 책임지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 성북구 K 개원의(정형외과) 역시 S 한의원의 약침이 ‘제조’에 해당하지 않냐며 약품 제조허가 및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약침액은 ‘추출’ 행위로써 ‘조제’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K 개원의는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추출도 조제에 속한다는 억지를 부리지만, 조제는 추출의 상위개념이 아니다.”면서, “한의약정책과가 약사법 부칙8조 ‘한의사는 직접 조제할 수 있다’는 문구를 무리하게 확대해 약침액을 만들어 주사해도 된다고 유권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약청의 약사 출신 주무관 역시 “탕약은 복용하면 인간의 위장관에서 한번 거르는 필터링의 기능에 의해 약물의 흡수가 조절되므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지만, 한약을 주사제로 만든다면 이런 필터링의 과정이 없어 위험하지 않겠냐.”는 K 개원의의 지적에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상위기관인 복지부에서 약침을 주사제가 아닌 경혈점 등을 자극하는 침의 개념으로 본다는 유권해석을 했기 때문에 일개 주무관으로서 상급기관의 유권해석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주무관은 “의협에서 약침은 투여행위가 주사와 같고 투여수단도 주사기를 이용하니 분명 주사이며, 불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침의 일종’으로 해석한 걸로 안다.”면서, “이런 사항은 복지부와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의 이 같은 답변에 주사기로 인체에 주사하는데 그걸 주사라 부르지 못하고 침이라고 부르니 약침은 ‘현대판 홍길동’이나 다름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결국 두루뭉술한 유권해석과 보건당국 부처간 떠넘기기식 민원 처리로 국민 건강은 설 곳이 없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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