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인들이 잇달아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발표해 이목이 집중된다. 의사, 약사, 간호사등 각 분야의 보건의료인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후보들을 따라 지지 인원을 모으고 이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후보 측에서는 직능단체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어 든든하고, 직능단체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윈-윈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의사 7,070명 박근혜ㆍ1,219명 문재인 지지
먼저 지난 11일 의사 7,070명으로 구성된 ‘미래의사포럼’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직능단체의 지지선언 중 최대 규모다.

전국 12개 시ㆍ도의사협회장과 전국의사총연합 등 13명의 공동대표를 주축으로 7,070명의 의사 회원으로 구성된 ‘미래의사포럼’은 “박 후보의 보건의료공약 중 ‘4대 중증질환 국가 보장과 저소득층 의료서비스 우선 지원’은 선거를 앞둔 일회성 포퓰리즘 공약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합리적인 보건의료정책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와 함께 적정수가 반영을 통한 과잉진료 방지, 진료시간 확대 등 국민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1,219명의 의사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문 후보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경제를 구하고 국민들을 골고루 잘 살게 하는 복지국가를 구현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국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고, 의료인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보건의료정책을 실천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사 7,070인으로 구성된 미래의사포럼이 지난 11일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의사 7,070인으로 구성된 미래의사포럼이 지난 11일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약사들은 문재인이 ‘대세’
약사들의 지지 선언도 잇따랐다. 약사들의 지지는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확대 등을 내세운 문재인 후보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문재인과 함께하는 국민건강권 실현약사모임’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전했다. 이 모임에는 1,004명의 약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지 선언문을 통해 “돈보다 생명이 먼저인 보건의료, 국민이 주인이 되는 보건의료를 실현하고 국민의 건강권과 환자의 생명권을 지키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온 국민이 바라는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이라 생각한다.”며, “공중보건약사제도, 성분명처방 등의 정책을 반드시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문재인을 지지하는 영호남 약사들의 모임’ 소속 약사 471명이 문 후보 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약사는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회적 역할과 양심을 걸고 특정계층이나 일부가 아닌 모두가 행복한 복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근헤 후보 지지선언한 간호사들
간호사 및 미래 간호사를 꿈꾸는 간호대학생 2,123명은 지난 11일 박근혜 후보를 지지를 선언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윤경애 수간호사 등 2,123명은 이날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박 후보야말로 한국 간호계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가진 대통령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지난 10월 25일 열린 ‘2012 간호정책 선포식’에서 박 후보가 “국민이 아플 때 안전한 간호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주체인 간호사부터 더 건강하고 행복해야 하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간호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높이 샀다.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천명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박 후보가 파독간호사 급여가 종자돈이 돼 산업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에 보답하는 길은 간호사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것에 공감했다.

▽지지선언 번복 해프닝도?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했다가 같은 날 안 전 후보가 사퇴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들은 결국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안 전 후보의 뜻을 따라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직종과 이념의 차이를 뛰어 넘어 ‘국민안심의료 실현’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는 취지로 결성한 보건의료혁신포럼은 지난달 23일 ‘안철수후보 지지 보건의료인 2,013인 선언’을 하며 안철수 전 후보 지지조직임을 공식화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안 전 후보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자 대표자회의를 통해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포럼의 활동방향을 정해 나가기로 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모임인 보건의료혁신포럼.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모임인 보건의료혁신포럼.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6일 안 전 후보가 ‘조건 없이 문 후보 지지를 위해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설 것이며, 지지자들도 함께 해달라’고 하자 결국 보건의료혁신포럼은 11일 안 전 후보의 뜻에 따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포럼은 이날 지지선언문을 통해 “안철수 전 후보의 새정치 실현을 위한 길에 함께 동행할 것”이라며, “안 전 후보가 선거운동에 발 벗고 나선 문 후보를 지지하며, 그의 대통령 당선을 희망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포럼은 또한 “문 후보의 보건의료정책과 ‘국민안심의료’, 일자리창출‘, ’미래지향혁신의료‘를 내건 보건의료혁신포럼의 정책이 일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 방향이 다르지 않고, 공통점이 더 많다.”면서, “함께 지혜를 모으고 대화를 통해 차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선언 인원에 숨은 의미
각 단체들의 지지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지선언을 한 인원에 숨어있는 뜻이 있어 이채롭다.

먼저 대선과 관련된 숫자가 가장 많았다. 안 전 후보 지지단체인 보건의료혁신포럼은 새로운 2013년을 바라는 의미로 2,013인이 참여했고, 문재인 후보 지지를 발표한 의사 1,219인은 대통령 선거 날짜인 12월 19일을 의미한다.

지난 11일 박근혜 후보 지지를 표명한 의사 7,070인은 각각의 의미를 지닌 ‘70’ 두개로 이뤄진 숫자다.

먼저 앞의 70은 박 후보의 공약 중 하나인 중산층 70% 재건에서 따온 것이고, 뒤의 70은 100%보다 70%의 의사와 환자가 만족하는 올바르고 합리적인 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포퓰리즘보다는 현실적인 수치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문재인과 함께하는 국민건강권 실현약사모임’에는 1,004명의 약사가 참여해 ‘천사’를 연상시켜 눈길을 끌었다.

▽잇딴 지지 선언, 긍정적 의미 ‘해석’
보건의료 단체의 잇딴 지지선언에 의료계에서는 정치 세력화의 일환으로 본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또, 전문가로서 정책 입안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먼저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한 7,070인 의사로 구성된 미래의사포럼의 공동대표인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은 “의협 회원들이 다양하니 지지 선언도 나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전처럼 여당, 야당이나 진보, 보수로 따지지 않고 정책을 보고 판단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임 회장은 이어 “과거와 달리 한쪽으로 몰려가지 않고 다양성을 표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1,219인의 의사를 대표해 기자회견을 했던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장은 “각 정당에서 준비하는 보건의료 정책이 법안으로 통과되기 전 내부에서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돼 충분히 조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참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준비 중인 보건의료 정책이 법률로 통과되기 전 내부 조율과정부터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정책에 참여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

의협의 핵심 관계자도 “의사들이 더 이상은 정치에 관심 없는 단순 보수성향의 집단이 아니라, 앞으로 적극적으로 정치 세력화에 참여하겠다는 발걸음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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