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 70%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혈우재단 부속 의원이 특정 제약사 치료제만 처방하지 않고 있어 환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은 ‘항체 형성’이라는 합병증을 가장 우려한다. 항체는 혈액응고 제8인자에 신체 면역체계가 반응해 생성되는 것으로, 투여된 혈액응고인자와 결합해 혈액 응고 능력을 감소시키는 등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들은 환자의 특성에 맞게 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혈우재단 의원에서는 특정 의약품 처방을 굳이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혈우병 환자 및 가족들은 혈우재단에 ‘코지네이트FS(바이엘헬스케어)’ 처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린진F(녹십자) 등 3세대 제품이 있는데 2세대가 왜 필요하느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세대-3세대 구분은 ‘알부민’ 유무 차이
그렇다면 혈우재단의 말처럼 3세대 치료제가 있으면 2세대가 필요 없는 것일까.

혈우병은 혈액 속에서 지혈을 돕는 ‘일부의 성분’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출혈되면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희귀질환으로 ‘혈액제제’, ‘유전자재조합제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됐다.

타인의 혈액에서 필요한 부분을 추출해 치료제를 만든 것을 ‘혈액제제’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혈액을 통해 감염이 되면서 혈액제제의 바이러스 정제과정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고 바이러스를 죽이는 과정(바이러스 불활성화)에서 많은 비용이 발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혈액제제’를 대체할 혈우병 치료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유전자재조합제제’를 만들어 냈다.

‘유전자재조합제제’는 일반적으로 혈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각종 간염이나 에이즈 등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혈액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우병 환자들이 결핍되어 있는 응고성분을 ‘8인자’라고 하는데, 이 ‘8인자’는 매우 불안정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8인자’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안정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안정제로 알부민이 사용되고 있다.

알부민은 동물유래 또는 인간 혈청유래 성분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성 논란은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러나 광우병 등 우려 때문에 ‘혈청’ 성분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2세대 유전자재조합제제’다.

2세대 제품으로는 화이자의 ‘리팩토’, 바이엘의 ‘코지네이트FS’가 있다. 하지만 2세대 제품에도 알부민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3세대 제품부터는 ‘알부민 프리’라는 말이 생겼다. 3세대 제품은 공정 단계부터 제품 구성이 완성된 상태까지 알부민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공정을 거쳐 출시된 제품들이 박스터의 ‘애드베이트’, 녹십자의 ‘그린진F’이다.

즉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세대 구분은 ‘알부민을 공정 과정에서 사용했는가’, ‘완제품 구성에도 사용됐는가’, ‘공정과정부터 완제품 구성까지 전혀 사용되지 않았는가’를 놓고 1, 2, 3 세대를 구분하는 것이다.

▽전문가 “임상적으로 2세대, 3세대 차이가 없어”
혈우병 치료제 2세대 제품과 3세대 제품간의 효과 차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2세대, 3세대 구분은 ‘알부민’ 유무의 차이일 뿐 임상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조언했다.

한 대학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임상적으로는 2세대, 3세대 차이가 없다.”며 “단지 광우병 등의 우려로 최대한 배제하는 취지다. 또한 알부민이 섞여 있어도 처리하는 과정에 따라서 위험성의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코지네이트가 많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은 2세대 제품이라고 안 쓴다는 이야기는 안 한다. 2세대, 3세대는 차이가 거의 없는 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2세대(코지네이트)를 찾는데 굳이 안 갖춰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혈우재단은 녹십자와 함께 불법 리베이트 제공ㆍ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으며, 현재 식약청 위해사범조사단에서 수사를 진행중이다.

또한 혈우병 치료제 훽나인을 사용중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 및 가족들 69명이 해당 제품 제조사인 녹십자를 상대로 10년 동안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