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함께 시작되는 8월, 의료계를 뒤흔들 네가지 법안이 함께 시행된다. 가뜩이나 더위만으로도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사총사(?)의 시행은 의료계의 불쾌지수를 하늘 꼭대기로 올리고 있다.

오는 2일에는 환자의 권리ㆍ의무가 적힌 게시물을 의료기관 내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일명 액자법)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도가니법), 의료기관 이중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5일에는 의료계의 반발이 가장 심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일명 응당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 액자법
먼저 의료계의 반발이 심한 액자법은 오는 2일부터 환자의 권리ㆍ의무가 적힌 게시물을 의료기관 내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당초 복지부는 모든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 ▲환자의 알 권리 및 자기결정권 ▲환자의 비밀보장권 ▲피해를 구제 받을 권리 ▲의료인에 대한 신뢰ㆍ존중 의무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를 받지 않을 의무 등의 내용을 일정한 크기(병원급 의료기관 가로 50cm 세로 100cm, 의원급 의료기관 가로 30cm, 세로 50cm)의 전광판이나 액자 등에 게시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복지부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 문구 게재 형식과 장소를 의료기관 자율에 맡겼다.

다만 과태료 부과는 의료법에 명시한 사항으로 변경할 수 없어 오는 2일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은 1개월 이내에 게시물을 게시해야 한다.

복지부의 완화 조치에도 의료계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는 최근 액자법에 대항하기 위한 취지로 환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사의 권리와 의무, 정부의 권리와 의무 등을 포함시킨 새로운 게시물 양식을 제작, 각 시도의사회 등에 배포했다.

의사협회는 이와 함께 “액자법은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면서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실효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며 규제개혁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도가니법
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은 10년간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도가니법도 오는 2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다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영화 ‘도가니’의 이름을 따 ‘도가니법’이 된 성범죄 의료인 취업 제한은 법안이 통과되자 의료계는 크게 분노했다. 의사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의료계는 도가니법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지만 성인에게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형법상 강간ㆍ강제추행은 물론 성매매 중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게시ㆍ유포,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서의 추행, 음란 사진 촬영 등 성폭력특례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10년간에 의료기관 취업할 수 없다.

의료계는 도가니법이 형량의 경중과 상관없이 성범죄를 일으켰을 경우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해 사실상 의사 면허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를 악용하는 환자들로 인해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넘어 위축진료를 펼치게 될 것이라는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의료계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와 국회에서는 의료계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오는 2일 당장 시행되는 만큼 의사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법
지난해 유디치과 논란으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해 개정된 의료인 복수의료기관 개설 금지가 오는 2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개정안 제33조 제8항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다른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는 물론 다른 의료인과 동업해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이중 개설시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에 처한다.

이 법이 지난해 12월 통과된 후 네트워크 시장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일부 네트워크 병원들은 의료법 개정에 대비해 지점을 매각하거나 협력병원 체제로 전환했지만 대다수의 병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배금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이번 개정법의 취지는 암묵적ㆍ관행적ㆍ위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위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라면서 “의료인의 영리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료법이 개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법이 8월부터 시행되지만 급격한 제재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동업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더라도 해당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을 벗어나서 진료행위를 하지 않는 한 의료법에 위반되지 않았던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응당법
오는 5일 시행되는 응당법으로 인해 의료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안으로 인해 의료기관과 의료진, 환자들이 혼란을 빚기 때문이라는 것.

지난 6월 입법예고된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전국 응급의료기관 당직의를 전문의로 규정하고, 모든 진료과별 당직전문의 명단을 병원 홈페이지와 응급실에 게재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콜(on-call, 비상진료체계)을 인정하되 응급실 의사가 요청 시 명단에 올라있는 당직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들어 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7월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응급실 근무의사가 1차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후 타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당직전문의에게 응급환자 진료를 요청해야 한다.

응급실 근무의사가 당직전문의에게 응급환자 진료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응급의료기관에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해당 당직전문의에게는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에 개설된 모든 진료과목의 당직전문의를 두도록 규정해 응급의료기관은 인력 확보에 주력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에 따르면 전국 457곳 응급의료기관 중 전문의 5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은 176곳(38.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인력 확보가 열악한 병원에서는 전문의 한 명이 일주일 내내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게 됐다.

복지부는 또 응급환자의 타과 진료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특수성을 고려해 응급실 근무의사로 한정했으며, 응급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는 응급실 내부에 게시된 당직전문의 명단을 통해 해당 진료과목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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