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국회의원 194명 중 191명 찬성에 반대 없이 기권만 3명으로 리베이트 쌍벌제가 통과 되었다. 이 법안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법안상정 전부터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던 법안이다. 그리고 법안통과 후 일선 의사들의 반발은 예상했던 것보다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법안 전에도 후에도 조용한 곳이 바로 대한의사협회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를 표명한 이는 공보의사 한 사람에 불과하고 최근 이뤄진 감사에서 횡령이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는 경만호회장은 주위의 비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관위배로 문제를 샀던 참여의사들을 비롯해 다섯명의 이사진을 교체하는 것으로 비난여론에 대한 대응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떤 일에도 책임지지 않는 의협은 다른 직역단체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2010.2월 한국제약협회 어준선 회장은 정부의 약가의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 약가정책이 발표되자 “리베이트 근절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저가구매제에 정부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며 협회 집행부가 책임지고 회장을 비롯한 핵심 이사진이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퇴를 하였다. 그리고 협회관련 인사들이 전재희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건의하였다.

곧이어 금년 2월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리베이트 쌍벌제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이어 3월에는 청와대 진영곤 사회정책수석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통한 제약산업발전 정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의약품의 거래를 투명화 하여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근절함으로써 국민의 약값 부담을 덜고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된다고 주장함으로써 리베이트 쌍벌제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한나라당에서도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수용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법안 수정안을 여야가 합의하에 법안소위위원장이 수용의사를 밝혔다.

리베이트 쌍벌제에 관한 여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의 한 가운데서 경만호 의협 회장은 지역 의사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정부가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막기가 힘들다”며 회원들에게 리베이트 쌍벌제를 수용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이에 대해 개원가의 여론은 의협이 과연 법안을 제지하려는 의도가 있냐고 집행부의 진정성에 대하여 질타하기 시작하였으나 의협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침내 4월28일 국회 본회의에서 191:0 이라는 표결로 법안이 통과하게 된다. 그 동안 의협이 법안 저지를 위해 한 행동이라고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가 개최하는 하루 전날 예악 없이 국회를 항의 방문하여 관계자들의 빈축을 산 것이 유일하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국회 공청회에 비의료인 정책이사가 참석하여 리베이트의 현실적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어느 의사가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을 만나 주겠느냐?"는 대답을 함으로써 전체 의사를 매도하는 노력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대한민국 의사들은 망신을 거듭한 끝에 예비 범법자로 내몰리는 결론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의협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의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며 자극적인 문구로 전체 회원들의 궐기를 선언하고 독려했다가 시도회장단회의를 거쳐 전격 수용으로 입장을 바꿈으로써 의사사회 전체를 또 한 번 망신시켰다.

이렇게 후안무치한 의협의 태도와, 얼마 전 전국 대의원총회장에서 벌어진 일반 회원 폭행사건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해명이나 사과 발언이 없는 광경은, 국회에서 벌어진 191:0의 스코어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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